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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선생님

긴 머리가 흔들리고 있다. 매미가 우는소리, 개구리가 우는소리, 햇빛, 지면에서 반사되는 열기, 그런 시끌벅적한 것을 많이 품고 있는 바람이, 선생님의 볼을 간지럽히듯 지나간다. 선생님의 눈동자는 창 밖을 응시하고 있다. 이렇게 더운데, 선생님의 옆 얼굴은 시원스럽다. 나는 목구멍 맨 안쪽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을 손가락으로 닦는다. 매미가 울고 있다. 마른 나무 향내가 나는 정오 무렵의 교실에는, 나와 선생님만이 있다. 작은 칠판에는 분필 글씨가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다. 삼각형 안에 사각형이 있고, 그 안에 또 삼각형이 있다. 길이를 알 수 있는 변도 있고, 모르는 변도 있다. 선생님이 그리는 선은 시원스럽게 그어지고, 구부러진다. 나도 모르게 베끼고 싶을 정도로 예쁜 선이다. 그 후 센티미터와 미터의 기호가 가득 찬, 실로 멋진 모습을 갖추게 됐다. 삼각형과 사각형 안의 삼각형의 면적을 구하는 문제인데, 왠지 정말 마음에 걸린다. 정말로 멋지다. 미터의 기호에 작은 2를 붙이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해버릴 정도. [할 수 있니?] 그 목소리에 퍼뜩 제정신이 든다. [네.] 나는 당황하며 연필을 움직인다. 선생님은 한순간 이쪽을 보고서 미소를 짓더니, 또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색이 벗겨지기 시작한 의자에 걸터앉은 채로. 나는 작은 책상에 눈을 떨구고 있지만, 알 수 있다. 또, 매미의 울음소리, 개구리의 울음소리, 햇빛, 지면에서 반사되는 열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서, 선생님의 긴 머리가 흔들린 것도. 흰옷이 반짝반짝 빛난 것도.

 

 

 

 

 

두 사람밖에 없는 교실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 안에 있는 한, 여름이 언젠가는 지나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 없이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여름이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친척 집에 가게 되었다. 시골의 외가는, 전철을 몇 개나 갈아타야지 겨우 도착하는먼 곳에 있었다. 어릴 때 한두 번, 부모님이 데리고 간 적은 있었지만, 혼자 가게 되는 것은 처음이었고,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 라는 말을 들은 것도 당연히 처음이었다. 혼자서 표를 끊는 법이나 길을 묻는 방법 등, 그다지 곤란하지 않을 만큼 경험을 쌓고 있었던 나는, 오히려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 는 말에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라는 전제가 달려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논으로 둘러싸인 두렁 길을, 먼지투성이가 돼버린 슬리퍼로 터벅터벅 걸어가니, 울타리를 넘을 정도로 잎이 무성한, 큰 향나무 한 그루가 있는 집이 보였다. 이 지방의 독특한 적갈색 기와가 햇빛을 반사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집에는, 아저씨와 아주머니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친척 형제인 시게와 요우가 있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친척인 나를 상당히 상냥하게 대해주었고, [우리 아이가 돼줄래?] 같은 농담을 말하면서, 두 사람 모두 농사일로 새까맣게 햇볕에 그은 얼굴로 웃곤 했다. 할아버지는, 머리는 백발이었지만 키가 커서 웃으면서 나의 머리를 축축하게 쓰다듬었다. 나는 그것이 아프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여기저기 도망치게 됐다. 할머니는 왜소한 몸에 예쁘장한 머리를 하고 있어서, 뭔가를 들어 올리거나, 행주를 짜거나 할 때 [아에!] 라고 기합을 넣기 때문에, 그게 정말 재미있길래, 조금 흉내를 내고 있는데 나에게 다가오길래 [꾸중을 듣는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할머니는 [에헴!] 헛기침을 한 번 한 뒤에, 자신의 기합 넣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할머니가 좋아졌다.

 

 

 

 

 

시게는 이름을 시겔이라고 말하는 나와 동갑의 남자아이였다. 옛날에 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이 집에 놀러 갔을 때, 나를 부하로 시킨 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도무지 왜 내가 부하를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요우는 이름을 요시코라고 말했다. 시게의 두 살 어린 여동생으로, 눈이 크고 상고머리를 하고있는 건강한 여자아이였다. 나의 얼굴이나 옷 소매로 보이는 흰 살결을 보고, [도시인은 비틀거린다.] 라며 무시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흙투성이의 몸으로 해가 질 때까지 달리기 경주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도시인이 시골에 와서 우선 느낀 것이, 나와는 조금 다른 말투와 억양. 나는 결코 도시의 아이라는 인식은 없었지만, 이 작은 마을의 어린이들은 텔레비전의 채널이 NHK 이외에 세 개이상 방영되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은 충분히 도시인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시게는 나에게, 이 동네에서 말썽꾸러기로 소문난 친구를 소개해줬다. 매일 녹초가 될 때까지 우리는 함께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수영하고, 여기저기 도망치며 놀았다. 초등학생의 신분으로 맞이하는 마지막 여름방학이었다. 머리통이 휙 날아갈 정도로 노는 것은, 어린이의 의무다. 그 동네의 아이들이었던 메야, 토시보, 타로와 사이가 좋아진 나는, 어느 놈 할 것 없이 하나같이 걸음이 빠른 것, 그리고 모두 프라이팬으로 구운 것 같이 피부색이 검은 것을 보고 대단히 감탄했다. 도시인이라고 자신들과 나를 구별하고 싶은 생각이 들 법도 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주위에 있었던 아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아침 일찍부터 벌레잡이 용 바구니와 그물을 가지고 산에 들어가는가 싶더니, 쓰르라미가 우는 것을 그칠 때까지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막상 돌아왔을 때는 손으로 만든 큰 벌레 바구니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밤에는 아이들의 부모들이 빨리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굉장히 혼내는데도, 다음 날에는 또 당당하게 아침 일찍부터 벌레 바구니와 그물을 가지고 산으로 뛰어 올라가는 상태였다.

 

 

 

 

 

거만하게 굴고 머리싸움도 빨랐지만, 부하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는 제일 빨리 달려와서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도망치라는 말을 하며, 정확한 지시를 내려서 우리를 궁지에서 구해주곤 했다. 키는 나와 같았지만, 꽉꽉짠 걸레처럼 근육이 온몸에 붙어 있어서, 있는 힘껏 점프해서 물웅덩이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우리도 뛰어넘지만, 발이 물웅덩이의 끝에 빠져서 물에 젖게 되는데, 그때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코웃음을 치곤 했다. 그래도 선천적으로 장난을 좋아하는 시게의 그 기발한 아이디어는 우리를 번거롭게 했다. 산에서 발견한 이상한 버섯을 [버섯의 독은 열을 가하면 괜찮아.] 무심코 믿었던 토시보에게 먹였을 때, 온갖 발광을 하다가 기절한 끝에 의사에게 업혀가는 소동이 있었고, 함정을 만들 때는 정말로 무서운 내용물을 함정 속에다 넣어두기도 했다. 어떨 때는, 뒷산에 있는 대나무로 우리를 모은 적이 있다. [무엇을 하는 걸까?] 생각하고 있는데 시게가 [아,사람이 떨어질 건 같다.] 라고 벼랑 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확실히 누군가 대나무 가지 끝에서 떨어질 뻔해서 죽순의 털이 다 떨어져 있었다. 당장에라도 가지가 부러질 
것 같아 보였다
. 당황한 채로 달려가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지푸라기와 천으로 만든 인형이었다. 시게에게 감독같이 속은 우리는, 화를 내거나, 그 인형의 정교함에 감탄했지만, 산나물을 뽑으러 와 있던 아주머니가 [사람이 떨어진다!] 라는 시게의 소리를 듣고, 우리만큼이나 당황해서 인형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도중에 대나무 뿌리에 넘어지고, 아슬아슬하게 벼랑으로부터 떨어질 뻔했다. 우리는 그 아주머니에게 꾸중을 들었고, 집에서도 혼났다.

 

 

 

 

 

덕분에 시게는 놀러 나갈 수도 없었고, 고개를 숙이면서 꽃을 부지런히 심고 있었지만, 그 눈의 안쪽에는 다음번에 칠 장난을 생각하고 있는듯했다. 시게의 눈빛은, 우리에게는 믿음직스럽기도 번거롭기도 했다. 어느덧, 시골 생활에도 완전히 익숙해져서, 시게의 패거리만큼은 
아니었지만, 나의
 살갗도 눈에 띄게 햇볕에 타기 시작한 어느 날, 고장수호신을 모시고 있는 수풀에 가자고 시
게가 말했다
.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은 북쪽 산봉우리를 따라 척척 헤치고 들어간 숲 안쪽에 있다.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는 탓에 태양이 동쪽이나 서쪽에 편파적으로 있는 시간에는, 낮이라도 어둡고, 바로 위에 해가 뜨고 있을 때라도 무성하게 자란 녹나무나 노송나무의 가지나 남짓 잎 때문에 빛이 차단되기에 길을 걷는 우리는 그저 빛의 파편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시게
와 타로의 뒤를 쫓기 시작해서, 드디어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의 한복판에 있는 신사를 찾았을 때는 어쩐지 엄숙한 기분이 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태양열이 마구 날뛰는 장소에서 놀고 있었는데, 여기는 검은 흙으로 지면이 덮어져 있고, 공기는 탁해서, 몸 안이 차가워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까지 올라갔던 산이나 숲과는 달랐다. 주위는 조용했다. 신사로 통하는 길을 따라가서, 본전에 겨우 도착했다. 빛도 그림자도 거의 비치지 않는다. 몇백 년 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때때로 나뭇잎이 흔들리면, 나는 시간의 감각을 되찾곤 했다. [챠링~] 거리는 소리가 나서, 그쪽을 쳐다보면 새전상자가 앞에 서 있는 시게가 있다. 너덜너덜하게 이끼가 자라나 있었기때문에, 누군가 새전을 회수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사실은 에도시대부터 새전을 모조리 빼간 건 아닐까 생각해서 들여다봤지만, 어두워서 잘 몰랐다. 아무래도 여기에 참배하는 사람들 자체가, 남의 물건을 슬쩍 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서 10엔짜리를 꺼내서 던져 넣었다. 그 신사에 어떤 신이 모셔지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지만, [치링~] 거리는 말하는 소리가 났기 때문에, 나는 그 소리에 맞춰 합장했다. 이윽고 [이제 돌아가자.] 타로가 말했고, 경내에서 나가고 싶어 했다. 어둑어둑한 길을 빠져나오니, 또 산길이 나왔다. 초조해진 마음에 타로가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라며 두리번 거리

, 시게가 이쪽이라며 원래 온 길 쪽을 정확하게 가리켰다. 나는 문득 반대 방향으로 빠지는 또 다른 산길에 시선을 쏠렸다. 길은 곧바로 꺾여 있었고, 나무에 가려져서 그 앞은 보이지 않았다. 이 길의 끝은 어디로 통하고 있는 것일까? 호기심이 끓어 오른다. [이쪽은 뭐가 있어?] 그렇게 물으니까, 시게는 [아무것도 없어.] 라고 말하며 후딱후딱 원래 있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안쪽에 가 보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혔지만, 혼자서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에 남겨지는 불안감이 차근차근 가슴 속에 사무쳐 와서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머리가 아찔아찔하기 시작했다. 숲의 
안쪽
 길에 가 보고 싶은 기분은 사라지고, 쏜살같이 시게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 후로 3일 정도 우리는 강에서 수영하면서 놀았다. 더웠기 때문이다. 강은 바다보다 몸이 잘 뜨지 않았다. 강에는 작은 다리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서 뛰어내리 것이 우리의 깡을 시험하는 수단이었다. 나는 수영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강바닥이 깊었기 때문에 잠깐 망설인 뒤에 훌륭하게 잠수에 성공했다. 환호성과 빛, 물에 녹아드는 체온. 태양 속에 우리의 여름이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내가 혼자 놀지 않으면 안 되는 날이 찾아왔다. 시게와 그의 친구들이 3박 4일간 임간학교에 가게 된 것이다. 나도 데리고 가줬으면 싶었지만, 학교행사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되는 모양이다. 가방을 메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시게를 배웅하고, 오늘부터의 3일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집은 농가였기 때문에 아저씨와 아주머니와 할아버지는 아침밥을 먹은 뒤 경운기를 타고 일을 하러 갔다. 할머니가 일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가져왔던 숙제를 오래간만에 하기 시작했다. 넓은 다다미방 한복판에 책상을 두고 그 위에 턱을 괸다. 몇 페이지 정도 하니까 벌써 싫증이 난다. 숙제 따위 여름방학 마지막 3일 정도에 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해야 하는 것이 있을까? 연필이 데굴데굴 구른다. 툇마루의 맞은 편 정원에는 태양이 찬란하게 비치고 있어서, 이쪽의 방 안이 지독하게 어둡게 느껴진다. 누워서 뒹굴거나, 숙제하거나, 또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의 9시. 아직 9시다. 점심까지 3시간이 남았다. 안 된다.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나는 혼자 갈 수 있는 장소를 생각했다. 함께 가지 않는 장소가 좋다. 도서관이라든가.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을 때, 문득 머리 한구석에서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의 신사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무들 아래로 보이는 그늘 길. 그 앞의 길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 길로 가 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저 숲 속에 잊어버렸던 그 기분이, 한 번 더 강하게 다가왔다. 혼자 갈 수 있지. 별일 없다. 그렇다. 오전 중에, 이제 가자. 해가 떠있는 동안은 그렇게 무섭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곧 몸이 움직였다. 숙제를 접고, 나갈 준비를 한다. 가방을 짊어지는데, 눈치를 챈 것인지 시게의 여동생인 요우가 창호지 틈으로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디가?] 순간, 나는 이 아이도 데리고 가면 어떨지 생각했다. 그러나 곧 생각을 접었다. 모험에 여자는 데리고 갈 수 없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우체국에 갈 뿐.] 그렇게 말하면 [으응..] 이라고 말하고 시시한 것 같이 어디론가 가버렸다. 장애물도 쫓아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집을 나선다. 태양이 내리쬐는 두렁 길을 따라가면 초록으로 물든 울창한 산이 다가온다. 옛날에는, 입산료를 거두고 있었다고 말하는듯한 나무상자가 혼자서 쓸쓸히 자리리 지키고 있는 산길의 입구.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산의 기슭을 따라 길을 간다. 땅을 힘껏 밟고 앞으로 나아가니, 조금씩 조금씩 나무의 그림자 때문에 머리 위가 어둑어둑해져 온다. 가지고 온 나침반을 가방에서 꺼내서 오른손에 쥔 채로 쉬지 않고 발을 움직인다. 때때로 산비둘기가 우는 소리가 들리고, 나뭇잎이 부스스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후 매미의 울음소리. 그것도 무서울 만큼 크게 들려온다. 힐끗 올려다보니, 잎 사이로 빛줄기가 비치고 있다. 계속 위를 쳐다보며 소리의 홍수 속에 있으면,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어쩐지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당황한 채로 앞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몇 군데 있었지만 헤매지 않고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의 신사까지 도착했다. 일단 참배를 하기로 했다. 나무에 둘러싸인 길을 지나간다. 낡고 퇴색한 건물 밑에 놓인 새전상자에 100엔짜리를 던져 넣는다. [치링~] 역시 좋은 소리다. 신사 안에는 인기척이 없다. 누군가 지나가면서 손질을 하고 있기는 한 것일까? 빙글빙글 돌다가 원래 왔던 길을 따라간다. 도중에 작은 연못이 있는 걸 알아차리고 옆길로 가봤다. 수면에는 소금쟁이가 
거침없이 수영하고
 있지만, 물속은 흐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비가 내리지 않는 사이에 바싹 마른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얼굴을 들고, 다시 되돌아간다. 그러다 문득 겁이 난다. [어떻게 하지. 돌아갈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또 도망가는 것은 수치스럽다. 어디선가 용기가 솟아나길 기다리고 있는데, 새 전상자에 100엔짜리를 넣을 때 들린 [치링~] 거리는 소리가 기억났다. 100엔이라고! 전에는 10엔. 오늘은 100엔이다. 그래서인지 무리하게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길의 반대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흙을 밟으며 걷는다.

 

 

 

 

 

매미가 우는 소리는 여전히 시끄럽고, 주위는 어둑어둑하고, 어디까지라도 이어져 있을듯한 꼬불꼬불 구부러진 길을 걷고 있다. 길 끝에는 사람의 발자국조차 없다. 나는 계속해서 걸었다. 드디어 유달리 어두운 나무의 아치가 터널의 유령과 같이 나타났고, 나는 조금 제자리걸음을 하고 나서 그 안 속으로 빨려가듯 들어갔다. 뭐라고 불리는 나무일까. 두꺼운 나뭇잎이 머리 위를 다 덮어서, 빛이 새어 나오지 않는다. 가끔 어둠 속에서 흰 손이 거침없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인 생각이 들어서 몸이 단단해진다. 괜찮다고 자신에게 타이르면서 대부분을 달리는 것 같은 빠르기로 그 터널을 빠져나갔다. 갑자기 눈앞이 밝아진다. 흰 구름이 우두커니 하늘에 떠 있다. 그 아래로는 초록이 눈부신 두렁 길이 이어져 있다. 밭이 있다. 산 위에는 몇 채의 집이 보인다. 제비가 날고 있다. 개구리가 울고 있다. 나는 숨을 내쉬기 시작하고 곧바로 빨아들인다. 뭘까? 다른 마을과 왕래를 전혀 하고 
있지 않은
 건가? 시 게가 거짓말을 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논두렁길을 걸어간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니, 숲 속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은 확실하다. 으음. 거짓말쟁이라고 말해도, 대놓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뒤를 돌아보면 아까 빠져나온 숲의 입구가 빠끔히 어두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돌아갈 때 또 저기를 지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조금 기분이 우울해졌지만, 혹시 이외에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우선 이 주변에 있을만한 사람을 찾기로 했다. 해바라기가 피어 있는 길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걷다가, 이곳은 산으로 둘러싸인 뜻밖에 작은 촌락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계단식 밭이 산의 사면에 나열해 있고, 집이 그 속에 파묻히게 서 있다. 길에는 햇빛이 쏟아질 뿐, 나 이외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완만한 언덕길을 올라가서 큰 지붕이 보이는 장소로 향했다. 땀을 닦으면서 끝까지 올라가니, 거기에는 넓은 정원과 나무로 만들어진 2층 구조의 오래된 것 같은 집이 있었다. 매우 크다. 정원도, 정원이라고 하기보다 광장인 것 같은 느낌. 구석에는 철봉과 모래밭이 보인다. [어럽쇼? 어쩐지 학교 같네?] 그렇게 생각했지만, 학교라기에는 지나치게 작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그때, 이 층 창문에 누가 있는 걸 
알아차렸다
. 바람이 불고, 나의 머리가 흔들림과 동시에 그 사람의 머리도 흔들렸다. 검고 긴 머리. 흰옷. 여자다. 창문 쪽에 턱을 괴고, 멍하니 광장의 구석을 보고 있다.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광장의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서 그 사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 사람은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나침반을 주머니에 넣고 나서, [저기요.] 라고 말했다. 너무 목소리가 작았으므로, 곧바로 [미안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했고, 멍하니 밖을 보고 있었다. 어쩐지 부끄러워서 돌아가고 싶어졌지만, 다시 한 번 더 소리쳤다. [저기요!!] 다음 순간 그 사람이 이쪽을 봤다. 그 사람은 처음에는 놀란 것 같은 표정을 짓고, 그다음에는 슬픈 얼굴을 하고, 마지막에는 생긋이 웃으면서 [안녕하십니까?] 라고 말했다.

 

 

 

 

[여기는 어디에요?] 나는 시시한 말을 해버렸다. 뭔가 더 그럴싸한걸 말할 수 있으면 좋았는데. [여기? 학교.] [네?] [그건 그렇고. 안 올라오니? 바로 거기가 현관이야. 나막신 상자에 슬리퍼가 있거든? 신고 들어와.] [네...] 나는 그 건물 현관으로 향했다. 활짝 열어 놓은 문 저쪽에는, 먼지처럼 보이는 나막신 상자와 복도가 있다. 전등은 없었지만, 유리 창문에서 밝은 햇살이 비춰서 건물 안이 잘 보인다. 좌우로 나 있는 복도에는 [일, 이학년.] 이나 [삼, 사학년.] 이라고 써있는 푯말이 벽에 달려 있다. 현관 맞은편에는 계단이 있다. 나는 겁을 내면서 발을 내디딘다. 한쪽 발만 올려도 삐끗 삐끗 거리는 오래된 나무 계단이다. 좁은 교실 벽에는 압정 자국과 그림 같은 자투리가 붙어 있었다. 이 층에 도착하니 일 층처럼 복도가 있다. 왼쪽 교실에서 아까의 그 여자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나는 뭐라고 답변할지 몰라서, [참!] 이라고 말했다. 그 사람은 조금 웃으면서, [여기는, 옛날에는 초등학교였어. 지금은 폐교지만. 어린이가 줄어들어서.] 그런 말을 하면서 나를 교실 안으로 데리고 갔다. 푯말에는 [육학년생] 이라고 쓰여 있다. 작은 교실에는 책상이 다섯 개가 있다. 그것이 아마도 마지막 졸업생의 숫자인지도 모른다. 나는 수많은 책상이 가득 들어찬 자신의 교실을 떠올리며, 어쩐지 눈앞의 광경이 장난감처럼 보여서 어쩔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책상에 손을 두고, 밝은 표정으로 말한다. [원래 이 토지는 우리 집 물건이었기 때문에, 폐교된 뒤에 돌려받았어. 부숴도 좋지만, 지금 집에는 나와 어머니만 있기 때문에. 빈 교사의 바로 옆에 단층집이 있었을 거야. 거기에 살고 있단다.] 그렇게 말하니까 본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지금은 여름방학이지요? 나, 여름방학 기간에 이 주변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어.] [공부?] [응. 나는, 옆 도시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어. 임시고용이지만. 나도 여름방학이기 때문에, 심심풀이로.. 그래서 이 여름방학 학교에서는 월사금은 받지 않아. 단 오전만 수업한단다. 학교에서 숙제는 가르쳐 주지 않아. 평소에 정해진 시간에 할 수 있었던 과목을 공부하고, 여름방학 동안만이라도 그 아이가 좋아하는 과목, 흥미가 있는 과목을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어서.] 손가락이 책상의 나뭇결을 스친다. [그런데 오늘은 모두 쉬는가 봐.] 그렇게 말하더니 얼굴이 조금 흐려졌다. [감기가 유행하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창 밖으로 눈을 돌린다. 나도 덩달아 그쪽을 향한다. [너, 몇 학년이야? 어디 아이지? 말투가 틀리네.] [아, 그게 저..] 나는 조금 말을 더듬고 나서, 자신이 육 학년인 것, 그리고 친척 집에 놀러 온 사실을 말했다. 그리고 집 이름도 말한다. 그리고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같은 성씨라는 사실을 떠올리고서, [정원에 나무가 있는 이부키 씨의 집입니다.] 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그 사람은 [아, 시게가 사는 곳이네.]라고 수긍했다. 나는 왠지 모르게 분했다.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 시게의 말은, 역시 거짓말이었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은 눈이 크고, 젊었다. 꽃무늬가 그려진 흰 원피스가 어울리는 예쁜 사람이었다. 왠지 비밀스럽게 혼자만 알고 싶을 정도로. [이 교실이 가장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기 때문에, 항상 여기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 탐험하다가 헤맨 거지? 공부하고 가. 아무도 오지 않아서, 나도 싫증 나고 있었단다.] 그렇게 해서 그 사람은 나의 선생님이 되었다.

 

 

 

 

 

 

교실에 있는 책상은 다섯. 하나는 선생님이 앉는 자리. 그리고 나머지가 여름방학 학교의 학생 수였다. 선생님은 일부러 다른 교실에서 나를 위해 책상과 의자를 날라 와 주었다. 5번째 학생이야.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 학교의 마지막 졸업생은 누구냐는 말에 [마지막 졸업생은 두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나. 졸업하는 것이 쓸쓸해서 슬펐지만, 중학생이 되는 것은 기뻤고, 그 후에 학교가 없어져 버리는 것이 슬펐단다. 마이너스1 플러스1 마이너스1. 역시 기쁨보단 슬픔이 더 컸다고 생각해. 이미 10년 이상 지난 일이네.] 선생님이 눈을 조금 가늘게 뜨자, 눈동자의 빛이 바뀌었다. [자, 무엇을 공부할까? 무엇을 좋아하니?] 나는 생각했다. [수학이 싫어요.] 선생님은 나의 농담에 웃지도 않고 [응, 그래?] 라고 말했다. [사회와 국어와 과학과 가정과 음악이 싫어요.] 내가 늘어놓은 하나하나에 수긍한 뒤, 선생님은 [좋아, 그럼.] 이라고 말하고 칠판으로 향했다. 작고 귀여운 칠판이다. 분필을 하나 집고, 선을 긋는다. [세계사대문명] 그런 글자가 눈에 보였다.

 

 

선생님의 글자는 멋졌다. 지금까지 그 어떤 선생님보다도 멋진 글씨였다. 그래서, 그 세계사대문명이라고 하는 단어도, 상당히 멋진 것으로 생각돼서 두근거렸다. [세계사는, 아직 네가 배우기 전이지만, 수학과 국어와 사회, 과학도 싫어한다면 공부 자체를 싫어하는 거야. 그렇지만 공부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것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해서 선생님은 세계사 수업을 했다. 처음 하는 수업은 정말 재미있었고, 선생님의 입에서 이야기되는 아득히 먼 옛날의 세계를, 나는 머릿속에 반짝 반짝거리는 마음으로 그려넣고 있었다. 마침내 선생님은 분필을 놓고 [오늘은 여기까지.] 라고 말했다. 이집트의 파라오가 자신의 피라미드가 생겨 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멀어지고, 나는 폐교가 된 초등학교 교실에서 오늘 막 만난 선생님과 둘만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어때, 재미있을 것 같지?] 라고 묻길래, 응이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이 방긋이 웃으면서, [잘됐네. 사실은, 대학에서 사학과 전공이었어. 준비를 한 적이 없어서, 수학 이외에는 이것밖에 할 수 없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귀엽게 혀를 내밀었다. 그런 모습이 매우 예뻤고, 나는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즉 곤경에 빠진 것이다. [벌써 점심이네. 오늘은 끝. 내일은 더 빨리 오렴.] 그래서 이런 선생님의 말에는 간단하게 수긍해버렸다. 왠지 모를 아쉬움을 뒤로, 교정에서 뒤돌아본 나를 이 층 교실 창문으로 선생님이 손을 흔들어서 배웅했다. 나도 지지 않을 정도로 손을 흔든 뒤, 내일도 반드시 와야겠다고 마음에 생각하고 돌아가는 길로 들어섰다. 돌아가려면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을 지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들었을 때 [쳇..] 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생각하면서 발을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올 때는 어둑어둑하고 무서운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엄청 간단하게 빠져 나오게 됐다. 그 후 나는 이부키씨의 나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서, 할머니가 만들어 준 소면을 먹고, 내던졌던 숙제를 조금 하고 나서 낮잠을 자고, 요우와 그 친구들과 섞여서 공을 차면서 노니까 하루가 끝났다. 그날 밤, 시게가 없는 집은 지독하게 조용했다. 나는 불을 끄고 나서 모기장 너머로 보이는 천장의 나뭇결을 올려다보며, 오늘 만난 선생님과 그 작은 학교를 생각했다. 오늘 아침, 공부가 싫어서 밖으로 뛰어나왔는데도, 지금은 빨리 그 학교에 가고 싶어서 어쩔 수 없었다. 어쩐지 이상했다. 다음 날 아침, 아침밥을 먹고 곧바로 집을 나섰다. 요우가 어디 가느냐고 물었지만, [어디긴!] 대충 말하고 나왔다. 오늘은 가방을 챙기지 않았다. 음식이 필요한 그런 모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제처럼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에 들어가서, 어둑어둑한 나무의 아치를 빠져나갔지만, 오늘은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두렁 길을 빠져나와서, 언덕길을 오르자 학교가 보인다. 이 층의 창문 근처에 선생님이 있다. 턱을 괴고 멍하니 밖을 보고 있다. 나는 손을 흔든다. 이번에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어서 와.] [곧 올라갈게요.] 그렇게 해서 교실에 들어갔다. 오늘도 다른 아이들은 오지 않은 것 같다. 할 일이 없었던 선생님은 기쁜 듯이 나를 맞이했고, [어제에 이어서 계속.] 이라며 분필을 집었다. 슐리만이 트로이 유적을 발굴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에게해에 번성한 미케네 문명이 멸망한 후, 철기문화 시대로 들어가면서 그리스에서는 많은 폴리스라고 하는 도시국가가 생겼다는 것을 배웠다. 그중에서 아테네나 스파르타라고 하는 유력한 폴리스가 나타나고, 동쪽의 대제국 아케메네스, 사산조 페르시아의 침공에 대항한 것이 페르시아 전쟁. 페르시아를 격퇴한 뒤에 각각의 폴리스가 모여서 결성한 것이 델로스동맹.

 

 

 

 

 

맹주 아테네와 다른 동맹을 만든 스파르타가 싸운 것이 펠로폰네소스전쟁. 중우정치에 빠져서 약체화된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대신해서 떠오른 테베(Thebes).... 테베(Thebes) 선생님의 분필이 거기서 멈췄다. 교단에 서 있는 등이 굳어진 것을 알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라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이 퍼뜩 제정신이 들었는지 곧 칠판지우개를 손에 들고, [테베(Thebes)]를 [테바이]로 고쳐 썼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선생님은, 그 후 [테바이] 는 아테네와 연합해서 북방의 침략자 마케도니아와 싸웠지만 깨졌고, 시대는 폴리스를 중심으로 한 도시국가사회에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에 의한 거대한 전제국가사회로 옮겨가 갔다고 말했다. 그때는, 그것을 고쳐 쓴 의미를 몰랐다. 단지 선생님의 등이 한순간, 무겁게 가라앉은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은 확실했다. 헬레니즘 문화의 설명까지 끝나고, 드디어 선생님이 손을 놓았다. [지쳤어. 계속 같은 과목을 하니까 싫증 난다. 다음에는 이걸 해 보지 않겠니?] 그래서 받은 것이 수학문제가 적힌 종이였다. [헉..] 하지만 자세히 보니까 의외로 간단할 것 같다.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는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어려울지도.] [그런 일은 없습니다.] 라는 듯이 스피드하게 풀자 선생님은 [굉장하네!] 라며 손뼉을 쳤고, [그럼, 이건 어때?] 라며 다음 종이를 꺼냈다. 여유만만. [네 또 있어요?] 이번에는 솔직히 조금 어렵지만, 어떻게든 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연필을 꽉 쥐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사이에 세계사 수업은 수학 수업으로 변했고, 문제를 충분히 풀고 나니까 점심이 되었다. [내일 또.] 돌아가는 길, 결국에는 싫어한다고 말했을 것인 수학과 어느 사이에 친구가 돼있었던 사실을 떠올리면서 걸어갔다. 수학 문제를 손으로 직접 손으로 풀고 있으면 어쩐지 선생님과 대화하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그다지 싫지 않았다. 내일 또 가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나와 선생님의 여름방학 학교가 계속되었다. 아침은 세계사 강의. 다음에는 수학. 그리고 어느새 한자 받아쓰기도 하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여름방학 학교에 오지 않았다. [고약한 감기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너도 주의하렴.]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세계사 공부는 재미있고, 역사의 매력을 충분히 나에게 알려 주었다. 수학이나 한자 받아쓰기 시간은 별로 즐겁지 않았지만, 문제를 푼 종이를 선생님에게 보여줄 때의 그 자랑스럽고도 멋쩍은 느낌은 가식이 아니었다. 내가 문제를 풀고 있는 사이, 선생님은 창문 근처 자리에 걸터앉아서 색종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것은 작은 종이학으로, 어느 정도 만들면 학들을 실로 일렬로 창문에 늘어놓았다. [모두 빨리 감기가 나으면 좋겠어.] 그러면서 또 다음 학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나쁜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아이들의 감기가 낫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선생님과의 단둘만의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책상 위의 문제와 씨름을 하는 사이, 창문 근처에 앉아 있는 선생님의 옆 얼굴은 마치 뭔가를 그리워하는것 같았다. 선생님의 눈동자가 창 밖을 멍하니 볼 때마다 나는 애달파졌다. [말투가 틀리네.] 라고 나에게 말한 선생님 자신도, 사투리가 거의 없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 도쿄에서 살았고, 대학도 도쿄에 있는 대학에 합격해서 계속 그쪽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도쿄에서 취직이 결정되었는데도, 본가의 어머니가 쓰러져서 모든 것을 내던지고 돌아온 것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선생님의 눈동자 빛은 흐려 있었다. [우리 집은 모자가정이었어. 어머니 한 사람을 남기고 집을 나갔을 때, 드디어 이런 시골에서 떠날 수 있겠다고. 잘 됐다고.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았어. 그저 묵묵히 나에게 송금을 해주고 있었던 어머니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시골에서 일하고 있었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 그래서 지금은 임시교원을 하면서, 집에서 어머니를 간호하고 있다고 한다.

 

 

 

 

 

선생님은 교사 옆의 작은 집에서 어머니와 둘이서 생활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선생님에게는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버리고, 지금은 이렇게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작고 남루한 학교에서. 손으로 만든 문제집으로. 점심이 돼서, 내가 돌아갈 때 선생님은 언제나 이 층 창문으로부터 몸을 내밀어서 손을 흔들었다. [내일도 와.] 라고. 나는 언젠가 여름이 끝날 거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귀에 언제까지 남아 있고, 푸른 하늘 아래를 폴짝폴짝 걷고, 지나가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는 길을 매일 계속해서 다녔다. 학교에서 시게가 돌아와도, 오전은 그들이 함께 놀러 가자는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숙제를 못 하면 불안해. 우리 학교에는 한 번에 왕창 나오거든.] 그렇게 말하면, [대단하구나.] 라고 시게가 말했다. 당연히 같이 놀러 가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도 그의 두목으로서의 기량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아침부터 밖으로 뛰어나갔던 시게가 갑작스럽게 돌아오는 일은 우선 없었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서 [아,기분 전환 겸 산책 갔다 왔어.] 이런 핑계를 만들어 두는 것도 빠트리지 않았다. 나는 어쩐지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을 넘어가는 여름방학 학교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특히 시게에게 알려지게 되면, 선생님과 두 사람만의 시간을 때려 부술 것만 같아서. 선생님도 시게를 알고 있고, 시게가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 끝에는 [아무것도 없어.] 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아침부터 놀러 가는 [시게를 배웅하고 나서 몰래 집을 빠져나왔지만, 오후에는 빈틈없이 시게의 패거리와 놀러다녔고, 특별히 의심받을 일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여동생인 요우다. 매일 아침 [어디 가?] 라고 묻는다. 그때마다 산책이라든가 적당한 핑계를 말하고 집에서 나왔지만, 집에서 빠져나올 때마다 미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도중에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됐다.

 

 

 

 

 

세계사 강의는 로마제국의 흥망에서 이슬람 세계의 발전으로 옮겨가고, 선생님이 만든 종이학도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서 교실 창문에 주렁주렁 달리게 되었다. 휴식 시간에는 나도 학 만드는 방법을 배우면서 같이 따라서 만들곤 했다. 나는 만드는 요령을 배워도 엄청 서툴러서, 이상한 학을 만들곤 했다. 전체적으로 삐뚤고, 모양이 흉해서 분했기에, 하다 못해서 폼이라도 잡으려고 날개 끝을 억지로 세워 접었다. 전투기처럼. 선생님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 학도 장식해 주었다. 아침부터 비가 띄엄띄엄 내리기 시작했는데,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을 빠져나오면 활짝 갠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나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은 뒤 [산이라서 그런 거야.] 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 숲 말이야 이상한 것이 자주 나온단다. 내가 어렸을 때...] 대충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선생님의 짧은 흰 소매로 엿보이는 팔은 전형적인 도시인의 팔이다. 선생님은 내가 알고 있는 선생님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젊어서, 마치 근처에 사는 이웃 누나 같았다. 그러나 그런 누나의 입에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 같은 사람들의 이름이 거침없이 나올 때는, 그것이 이상하게 멋졌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그날은 유달리 햇살이 강하고 매우 더운 날이었다. 집에서 기르고 있던 개도 바닥에 달라붙어서 긴 혀를 힘없이 꺼내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 어린이와는 관계가 없다. 여름방학 학교에서 돌아와서 점심을 싸고 오후에 시게와 그의 친구들과 합류하고, 뒷산에 만들어둔 은신처로 가게 됐다. 장소에 도착하자 시게가 [이 녀석도 이제 우리 동료로 인정해도 좋지 않을까?] 은신처가 있는 곳은 버섯이 많이 나오고, 산딸기가 무리지어 자라있는 수풀이거나, 장수풍뎅이가 우글거리고 있는 나무이거나 했다. 모두가 수긍하자, 시게는 눈을 감고 [오늘 밤, 카오뉴도의 동굴에 데리고 가자.] 라고 말했다. 그것을 들은 순간, 갑자기 아이들이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 미안하지만 오늘 친척이 와서..] 라든가 [집에서 도와야 할 일이 있어서..] 같은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자존심이 강한 타로마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으니까 시게가 그의 목을 팔로 감고서 [너는 오도록 해.] 라고 말했다. [아, 음 싫은데..] 라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수긍했고, [큰일이네.] 라는 표정을 지었다. 시게는 [겁쟁이는 놔두고, 셋이서 가자.] 라고 말하며, 나를 본다. 아마도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 있었던 나는, 멋쩍게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서 대답을 대신했다.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날 밤, 저녁밥을 마저 먹고, 슬슬 잘려고 할 때 헛간에서 손전등을 꺼내 온 시게가 눈짓을 한 후에, 불을 끄고 종종걸음으로 툇마루를 내려왔다. 정원 울타리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런 시간에 놀러 간다며 무조건 꾸중을 듣는다.

 

 

 

 

 

어차피 꾸중을 듣는다면, 논 후에. 전에도 밤중에 반딧불을 보러 가서, 새벽 전에 돌아와서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들킨 적이 있어서, 다음 날 나와 시게가 아저씨에게 혼난 적도 있었다. 어른에게 들키지 않도록 손전등을 켜지 않고 논 안의 길을 걷는다. 시골의 밤은 엄청 어둡고, 달도 비치지 않아서 몇 번이나 논두렁에 다리를 빠질뻔하면서 것 산으로 향했다. 도중에 타로가 합류해서 3명이 된 우리는 마을 변두리에서 조금 높은 산을 헤치고 들어가 갔다. 산모기를 피해 가면서 풀을 짓밟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시게와 타로 두 사람이 가지고 온 손전등의 불빛만 의지한 채, 낮에 와도 미끄러질 것 같은, 대부분 짐승이 다니는 길에 가까운 산길을 겁을 내면서 올라간다. 걸어가면서 들었던 카오뉴도에 관한 이야기는 어쩐지 기분 나빠서, 이제부터 거기에 가는 것인가 생각하니 그대로 유턴해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 카오뉴도에 가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좀 더 강했던 것이다. [안면굴(顔面堀)]은 예로부터 이 마을에 구전되어 온 전승이라고 한다. 옛날, 어떤 훌륭한 고승이 산속에서 나무만을 먹다가 그대로 동굴에서 미이라 상태로 죽게 된 모양이다. [들어가서는 안 된다.] 라고 말한 것과는 상관없이, 마을 사람이 [등신불(等身佛)]을 보고 빌려고 해서 안에 들어갔는데, 도중에 갑자기 동굴 천장이 무너져서, 더는 앞으로 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 동굴을 막고 있는 무너진 바위가 아주 동그래서, 마치 복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던 생전의 그 스님의 얼굴인 같다고 하므로, 마을사람이 그를 그리워해서 바위에 그림을 그렸다. 스님의 얼굴 그림을. 등신불이 되어버린 스님을 만날 수는 없지만, 그 바위에 그려진 얼굴을 보고서 절에 다니던 많은 마을사람이 동굴로 가서 빌었다고 한다. 세월이 흐리고 마침내 그 관습도 사라지고, 호기심을 가진 일부의 사람들만이 가끔 흥미 위주로 보러 가게 되었을 때, 그 바위에 이변이 일어났다. 움직이지 못하는 얼굴 그림이, 갑자기 분노하는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본 마을 젊은이는 무엇인가 좋지 않은 이이 일어날 전조가 아닐지 마을 동료에게 알렸지만, 사람들은 무시했다.

 

 

 

 

 

그런데 그 해에, 극심한 가뭄이 계속 이어져서 마을이 기근에 빠지고 많은 마을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어느새 원래의 표정으로 되돌아가 있던 동굴의 얼굴은, 그 이후 또다시 외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안면굴이라고 불리게 되었고, 해마다 여러 번 축제를 하고 얼굴을 새로 칠하며, 마을의 길조를 점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내가 묻자 시게는 목을 흔든다. [지금은 하지 않는다. 음, 엄밀히 말하자면 모두 모른다.] 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그 시기도 지나갔고, 마을 사람이 적어진 지금은 안면굴 축제가 사라졌다기는 커녕 그 동굴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동료만 알고 있는 비밀 장소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선가 안면굴에 관련된 소문을 우연히 들은 시게는, 봄에 실제로 보러 갔다고 한다. 타로와 몇 명의 동료와 함께. [어땠어?] 침을 꿀꺽삼킨 나에게, 시게와 타로는 얼굴을 감추며 [정말로 바위에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화를 내고 있지 않았다.] 라고 말했다. 정말로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보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말이야 화내고 있으면 어떻게 하지..] 타로가 불안한 모습으로 손에 든 손전등을 흔든다. 시게는 코웃음을 치고, [그런 일 있을 것 같아?] 라고 말했다. 때때로 알 수 없는 새의 울음소리가 울러 펴졌고, 나는 그때마다 몸이 굳어진다. 무서운 기분을 질타하면서, 꺼칠꺼칠한 풀숲을 밀어 헤치며 한결같이 손전등 빛을 쫓아간다. 마침내 [저기다!] 라며 시게가 손전등을 비춘다. 조금 후미진 동굴의 입구가 있다. 나도 모르게 내디디는 발에 힘이 들어간다. 바로 앞에 2미터 정도의 벼랑이 있으므로, 조심해서 다가간다. 입구 앞에 섰을 때, 타로가 조심스레 입을 벌렸다.

 

 

 

 

 

 

[야! 안에는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잖아.] [뭔 소리하는 거야?] [괜찮잖아. 장소만 가르쳐주고, 이번에는 그냥 돌아가자.] 타로는 겁을 먹은 모양이다. 여기까지 온 목적은 나를 안면굴이 있는 곳에 데리고 가기 위해서라고 계속해서 주장하는 타로를, 시게가 [겁쟁이?] 라고 비난한다. 무서워하는 모습에 나까지 무서워진다. [음, 그럼 우리가 먼저 들어갈게.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돌아오면 이다음에는 너의 차례라고 말하며, 시게는 나를 데리고 갔다. 타로는 마음이 놓인 얼굴로, [아, 좋아.] 라고 묘하게 성질이 난듯한 어조로 말했다. 동굴 안에 있는 얼굴의 표정을 확인하면 괜찮을 것이다. 화내지만 않는다면. 바위에 그려진 얼굴이 변하다니,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머리 어디선가는 그것을 상상하게 되고 발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것은 나도 잘 안다. 어둠에 싸여서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는 동굴 속. 인간의 빛 따위 여기서는 무용지물. 몇백 년이나 전에 이 동굴 안쪽에서 사라진 스님. 그 사람은 그 후로 이 세계로 되돌아올 일이 없이, 등신불이 된 것이라고 한다. 등신불이라고 하는 것은 요컨대 미이라다. 산 채로 단식을 계속해서 그대로 죽어버리는 것. 어떤 기분일까? 명상을 한 채로 지나치게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은데도, 어느 순간에 죽음의 경계선을 넘어버린다. 그때는 과연 어떤 기분일까? 그런 것을 생각하자 소름이 끼쳤다. [가자.] 라고 시게가 나를 쿡쿡 찌른다. 나는 떠밀리듯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타로는 정말로 들어올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발밑에는 작은 돌이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어서, 이상한 곳을 밟으면 발바닥이 엄청 아팠다.

 

 

어른이라도 허리를 숙이지 않고도 들어갈 정도의 높이였던 동굴은, 여기저기 꼬불꼬불 구부러져 있어서, 손전등으로 앞을 비추고 있어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앞을 걸어가는 시게가 슬슬 걸어가기 시작하고, 그 발끝이 돌을 건너뛸 때마다 나는 그 소리에 놀라서 바싹 오그라들었다. 2명이 일렬로 늘어서서 가기에는 지나치게 좁다. 안쪽에는 희미한 공기의 흐름과 곰팡내 같은 싫은 냄새가 떠다닌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제 곧 도착한다. 똑바로 걸어라.] 시게가 나를 격려한다. 나의 눈은 꼬불꼬불 구부러지는 어둠 속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환상을 보고 있었다. 그것은 팔랑거리고 있었다. [뭐지?] 그렇게 생각하고 가만히 보고 있는데 빨갛고도 회색 같은 천이 모퉁이 끝에 보일 듯 말 듯했다. 모퉁이를 돌아도 그것은 팔랑 이며 내 눈앞을 사라져갔다. 어째서 이런 환상을 보는 건지 나는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 빨간 천이 기모노 소매로 보였을 때, 처음으로 이것은 환상이 아닌 것은 아닐지 생각되자 무서워졌다. 시게는 안보이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계속해서 팔랑 이고 있었다. 내 마음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과 이대로 도망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싸늘한 밤이슬이 천장에서 뚝 떨어지고, 그것이 발목에 떨어진다. 어둠 속에서 나와 시게의 숨결만 느껴지고, 저편에는 빨간 기모노 소매가 팔랑팔랑 흔들거린다. 그것은 현실감이 없다. 그렇지만 등신불이 되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 같이, 이 동굴에도 어디선가 그런 경계선이 있어서, 그것을 넘는 순간에 저 환상이 현실이 되고 이다음에는 우리의 존재가 희미해져 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여러가지를 생각한다. 어쩐지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다 왔다.] 시게가 발을 멈춘다. 나는 어깨너머로 쳐다 본다. 발밑을 비추고 있던 손전등을 천천히 들어 올린다. 어둠 속에 눈이 떠오른다. 심장이 뛴다. 등골에 소름이 돋는다. 둥근 바위가 공간의 크기에 딱 맞게 박혀있었다. 이렇게 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눈앞 가득히 그 눈이 묵직하게 준비를 취하고 있다.

 

 

 

 

 

 

안면굴. 방금 자른 머리통처럼 동굴 안쪽에 막혀 있는 바위. 인공의 빛이 비치고, 얼굴의 표정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그 미간에는 잔주름이 있고, 코끝에도 잔주름이 있다. 그리고 그 눈동자. 이쪽을 굉장한 기세로 노려보고 있다. 소리를 지를뻔한 나를 말린 것은 시게의 한마디였다. [다행이다. 아직 화가 나지 않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시게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지만, 확신에 찬 말이었다. 확실히 얼굴은 분노를 견디고 있는 듯 보였다. 시게는 [요전에 왔을 때도, 이랬어.] 라고 말하며 굳어진 얼굴로 웃는다. 안면굴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 전에 분노의 얼굴로 변한다고 한다. [바위에 그려진 얼굴의 표정이 바뀌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마음 한구석에서는 [어쩌면..]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서웠지만, 이것을 보자 타로가 동굴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옛날부터 그랬던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축제 때 얼굴을 새로 칠할 때, 마지막으로 색을 칠한 사람이 이런 식으로 그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얼굴을 마치 당장 지금이라도 성을 낼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래서는 한 번 더 보러 올 용기가 나지 않는다. 상상했다. 나의 무릎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당장에라도 얼굴이 변해서, 성내는 모습을 상상해버린 것이다. 이제 안된다. 안 된다. 넓적한 둥근 바위에 그려진 얼굴이 무섭게 변해서 분노의 소리를 지르는, 그런 상상이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떠올랐다. 눈에는 불꽃이 나오고, 꾹 다문 입은 열리고, 빨간 목과 송곳니가.. 공기는 식고 있다. 흰 얼굴 바로 아래에는 뾰족한 돌이 나와 있었다. 바위에 얼굴을 그릴 때 도료가 붙어버린 것이 틀림없지만, 그때 나는 송곳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시게를 쿡쿡 찌르며, 나가자고 말했다. 시게도 그러자고 말했다. 조금씩 조금씩 얼굴과 멀어지고, 얼굴이 모퉁이 때문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우리는 손전등을 든 채로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없었다. 시선을 돌리자마자, 그 분노가 폭발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 얼굴의 저쪽, 지금은 아무도 갈 수 없게 되어버린 동굴의 최심부에는 스님의 등신불, 즉 미이라가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그런 일은 전혀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다. 얼굴이다. 얼굴. 얼굴. 안면굴. 모퉁이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자, 우리는 뒤를 돌아보고 빠른 걸음으로 원래 온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선두로 시게가 뒤에서. 뒤에서 절대로 안 된다. 희고 긴 손이 동굴 안쪽에서 나타나서, 발목을 꽉 쥘 것 같아서. 그러나 손전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시게였다. 오솔길이지만 완전히 컴컴한 동굴이라서 발밑을 비추지 않으면 위험하다. 숨을 죽이고 긴장한 채로 걷고 있는데, 시게가 나에게 손전등을 줬다. 시게는 밝은 빛을 나에게 주고, 뒤에서 오고 있었다. 두목이었다. 역시. 몇 번이나 좌절할 것 같았지만, 드디어 우리는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우리 모습을 보고 타로가 움찔한다. 나는 숨을 고르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에 안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게를 되돌아보고,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인다. 시게도 히죽 웃으며, 같이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이것으로 이제 동료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땠어?] 라고 타로가 묻는다. [별일 없다. 저번처럼.] 시게는 타로의 등을 친다. [도시인도 들어갔다. 약속대로 너도 들어가라.] 타로는 침을 삼키면서 수긍했다. [혼자서?] 그런 표정으로 시게를 쳐다보며, 손전등을 1개 가지고 타로는 입구로 들어간다. 불쌍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시게도 같이 따라들어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체념한 타로가 동굴 안으로 혼자 사라지고, 우리는 밖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문득 저 빨간 기모노의 환상을 생각한다. 동굴 안쪽은 안면굴이 가로막고 있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그렇다면 역시 그것은 환상이었던 것이다. 무서움 때문에 보일 리가 없는 것을 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동굴 속에서 봤던 환상은 스님의 모습 같은 생각이 들었고, 또 어째서 저런 빨간 기모노를 본 건지도 몰라서,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갑작스럽게, [으악~] 고함이 동굴 안에서 들렸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방어태세를 갖춘다. 시게가 손전등을 동굴 안쪽을 향해 비추며, [무슨 일이야!] 라고 외친다. 희미한 공기의 진동이 느껴진다. 안쪽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긴장감으로 손바닥이 땀으로 번진다. 이제부터 뭔가 무서운 것이 뛰어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게가 천천히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그것을 멀리서 보고 있다. 어둠 속에서 흔들리는 빛이 보이고, 다음 순간 뭔가가 시게를 들이받고, 내가 있는 쪽으로 돌진했다. 당황하며 그것을 피했다. 뒷모습을 보고, [아,타로다!]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타로는 눈앞에 있던 벼랑으로 굴러떨어졌다. 비명이 멀어진다. 곧바로 몸을 추스른 시게가 벼랑으로 달려든다. 구르는 소리가 멈췄다. 다행히 꽤 높은 벼랑이었다. 그렇지만 벼랑 아래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와서 나는 마음이 놓였다. 시게가 [기다리고 있어.] 라고 말하며 타로를 구하러 갔다. 나도 쫓아가려고 했지만, 문득 뒤를 돌아봤다. 동굴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 안쪽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단지, 어둡고 조용한 어둠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타로는, 뭔가가 무서워서 도망쳤다. 그리고 도망치는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벼랑으로. 나는 온몸이 흔들흔들 떨렸다. 어떻게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거기서 도망치듯 시게를 쫓아갔다.

 

 

 

 

전신을 심하게 다친 타로를 시게가 둘러업고, 우리는 산에서 내려갔다. 공중전화가 있는 곳까지 겨우 도착했고, 거기에서 구급차를 불렀다. 심야였지만 시게의 집과 타로의 집에 연락이 갔고, 우리는 심한 꾸중을 들었다. 병원으로 급히 달려온 타로의 가족에게 사과하거나, 사정을 들려주고서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든 것이 새벽녘이었다. 흥분한 상태였지만, 상당히 지쳐서 그대로 잤다. 낮에 잠이 깨고 나서 몸을 일으켰다. 아침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상쾌함이 없었다. 나는 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떠올렸다. 안면굴에서, 나와 시게는 분노를 견디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을 봤다. 그리고 그다음 들어간 타로가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와서, 그 기세를 주체하지 못하고 벼랑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부상은 생각한 만큼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오른쪽 어깨뼈에 조금 금이 간 모양이다. 잠시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는 수준. 그러나 나는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 아파서 신음하는 타로를 시게가 둘러업고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을 때, 타로가 계속해서 이상한 것을 중얼대고 있었다. [화냈다. 안면굴이 화냈어.] 그런 헛소리를 계속 말하고 있었다. 그것을 들었을 때, 동굴에서 빨리 멀어지고 싶어서 참을 수 없었다. 당장에라도 거대한 얼굴이 분노의 표정으로 어둠 속을 쫓아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날이 밝아지고, 냉정해진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동굴은 다른 장소로 통하는 길이 없다. 나와 시게가 얼굴을 보고 타로가 동굴에 들어갈 때까지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고, 나와 시게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당연히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므로 타로는 혼자 동굴에 들어갔고, 막다른 장소에 있는 얼굴을 보고 나서 되돌아온 것일 뿐이다. 우리가 봤을 때 노(怒)하지 않았던 얼굴이, 타로가 봤을때 화를 내고 있었다니,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타로는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일까? 물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옆 도시에 있는 병원에 입원해있다. 그런 이상한 것을 물으러 갈 수 없다.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아저씨가 와서 밥 먹으라고 말한다. 시게도 일어나서, 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아저씨가 한 번 더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어째서 밤에 그런 산에 올라간 거니?] 라고. 반은 설교다. 우리는 말을 맞춰서 안면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럴 것이다. 비밀을 지키는 것은 동료의 증거이기 때문에. 단지 탐험을 하고 싶었어요. 다친 곳은 없어요. 미안해요. 그런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기에 그냥 극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점심을 마저 먹고, 할아버지가 나를 방으로 불렀다. 나와 시게는 정좌를 하고 앉았다. 할아버지가 험한 눈으로 우리를 응시했다. [설교라면 따로따로 하지 말고 한번에 해줘!] 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안면굴이군.] 할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놀라서 얼굴을 든다. 할아버지는 안면굴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몸도 어릴 때 보러 갔었다.] 라며 미간에 잔주름을 모았다. 그리고 [저건, 무서운 것이다.] 라고 중얼댄다. 아무래도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도 안면굴이 노한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는 무슨 대단한 일이 마을에 일어났다고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안면굴은 이제 더는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잔소리를 들은 후에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시게도 맥이 빠진 채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대나무 인형 사건 때보다도 더 큰 일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날은 결국 여름방학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오전을 잠을 자며 보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선생님에게 묻고 싶었다. 이런 이상한 일이 세상에 있는 것인지를. 그렇지만 동시에 이렇게 생각한다. 선생님이라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대답해 줄 수 있지는 않을지.

 

 

 

오후에 학교에 가 본 일이 있지만, 선생님은 없었다. 어머니를 간호하러 병원에 간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여름의 집안에서, 빨리 내일이 안될까? 그렇게 나는 안달복달하고 있었다. 시게는 어딘가로 놀러 가버렸지만, 나는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았고 집에서 숙제만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조금씩 마음속에서, 어떤 욕구가 끓어 와서, 그것이 커지기 시작했다. 낮이라면 무섭지 않다. 그런 일을 생각한 것이다. 타로가 본 것을 확인하러 가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고민했다. 할아버지가 [그것은, 무서운 것이다.] 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러나 보고 싶었다. 알고 싶었다. 타로는,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인가? 나는 이미 한 번 도망쳤던 곳에서 영문을 모를 도전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의 안쪽으로 가자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근데, 왜 다시 못 간다는 것인가? 나,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 안쪽에 갔다 왔고. 나, 할아버지가 위험하다고 말했던 안면굴에도 갔다 왔는데, 근데 왜 다시 한 번 안면굴에 가지 못하는 건가? 나 자신이 직무유기 아닌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어린이들의 신성한 의무인 마음껏 놀기에 관한 직무를 마음껏 유기해서 될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힘껏 공책을 덮었다. 나는 일어섰다. 밤과 낮은 확실히 분위기가 틀렸고, 몇 번이나 헤맬 뻔 했지만 어떻게든 안면굴에 겨우 도착했다. 숨이 찬다. 어젯밤보다 힘이 든 것은 태양 빛이 나뭇가지 너머로 흉포하게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나는 이마를 닦는다. 작은 벼랑이 보인다. 어제 타로가 떨어진 곳이다. 타로는 도대체 뭐가 무서웠을까? 안면굴은 화를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떤 얼굴일지 이것저것 상상한다. 늦기 전에 최악인 사태를 생각하면, 벼랑에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무서운 이미지를 생각하고 나서, 나는 심호흡을 5번 했다. 태양 빛이 닿지 않아서 안은 싸늘했다. 가방에서 손전등을 꺼낸다. 시게가 어제 꺼내 온 손전등이 안 보여서, 벽장에서 찾은 다른 손전등을 가지고 왔다. 언제 어디서 무서운 것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바위로 된 얼굴이 성을 내다니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이 세상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깊숙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 모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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