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 Riches] 비트코인의 질주 더 갈까 vs 멈출까


[Money & Riches] 비트코인의 질주 더 갈까 vs 멈출까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폭탄 돌리기’라는 우려와 ‘시장 확대’라는 기대감이 뒤섞인 결과다. 정부는 사회적 병리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1월 29일 오후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1300만원을 넘어섰다. 1000만원을 돌파한 지 3일 만의 결과다.

비트코인은 앞서 지난 11월 26일 오후 3시 무렵 최초로 1000만원 선을 돌파한 후 소폭의 등락을 거듭했지만 그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유럽과 미국 등 해외투자자 자금까지 합세하며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한다.

오히려 다음날인 27일부터는 다시 급상승세로 돌아섰다. 심리적 안정선이 1000만원으로 형성된 것이다. 망설이던 투자자들까지 매수세에 동참하면서 상승률이 가팔라졌다. 28일 1100만원 선을 돌파하더니 29일에는 하루 동안 200만원 가까이 올랐다. 빗썸거래소에 따르면 29일 오후 2시 30분께 비트코인 가격은 1340만원까지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 암호화폐의 시가총액도 3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6월 시가총액 1000억달러를 돌파한 지 5개월 만에 규모가 3배로 커진 것이다. 투자업계는 비트코인 인기가 한국 시장에서 유독 강하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29일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된 비트코인 가격은 해외 거래소의 평균 가격보다 15% 가까이 높았다.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언론 등에서 비트코인에 주목하며 2030세대를 넘어 기성세대들의 참여도까지 높아진 게 하나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미국에서 비트코인을 실물경제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점도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일본 회계기준위원회(ASBJ)는 지난 11월 22일 위원회를 열어 내년부터 비트코인을 기업 자산으로 인정하는 회계 기준을 마련했다.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물거래도 도입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12월에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이 금이나 주식과 같은 제도권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것은 비트코인의 지위가 한 단계 격상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선물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을 예상한 매수뿐 아니라 하락에 베팅하는 매도도 가능해 비트코인의 약점인 높은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또 선물에 이어 상장지수펀드(ETF) 등 파생상품이 출시될 경우에는 기관들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현물거래소의 가격 급등락을 제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안전자산이라는 믿음도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정치적 불안이나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 가격이 급등했다. 2013년 키프로스 사태,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 대선 때 가격이 치솟았다. 올해도 북한의 핵실험 시기와 맞물리며 가격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현 가격 상승의 이유를 수요공급 모델로 설명한다. 전체 2100만개 코인 중 앞으로 채굴 가능한 물량이 450만 비트코인에 불과한 만큼 공급곡선은 사실상 수직선이라는 것이다. 반면 수요곡선은 우하향 직선인 만큼 가격은 수요에 의해서만 좌우된다. 지금처럼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불어 수요가 급증하면 가격이 하루에도 수십 % 급등할 수 있는 구조다. 반대로 수요가 줄면 가격 역시 폭락할 위험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의 가격대가 적정 수준인가에 대해선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트코인은 적정 가치를 계산할 수가 없어 거품 여부가 판단이 되지 않고, 철저하게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며 “국가별 규제든 새로운 암호화폐의 등장이든 수요가 꺼지면 언제든지 폭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불안 요소는 아직까지 미숙한 거래소 관리시스템이다. 최근 일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서버 다운 등 미숙한 운영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업계는 자율규제에 나섰다. 현재 빗썸·코빗·코인원·코인플러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한국블록체인협회를 통해 자율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거래소 이용자의 암호화폐 일정 비율을 인터넷 연결이 없는 ‘콜드 스토리지’에 별도 예치하고, 암호키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안, 은행과 거래소가 자금세탁 방지 업무에 협력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

정부도 시장 안정화 마련에 착수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1월 28일 국무회의에서 “가상 통화가 투기 대상이 되는 현실이다. 비트코인이 1100만원을 넘었다. 거래량이 코스닥을 능가하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 관계 부처가 이 문제를 들여다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청년, 학생들이 짧은 시간에 돈을 벌고자 가상 통화 거래에 뛰어든다거나 마약거래 등의 범죄나 다단계 같은 사기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이대로 놔두면 심각한 왜곡 현상이나 병리 현상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다만 무차별적 규제가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는 “향후 비트코인이 기축통화가 되면 먼저 비트코인을 받아들이고 관련 제도를 정비한 국가가 암호화폐 이용에 따른 이득을 누릴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가 규제 일변도로 암호화폐를 대한다면 이런 이득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 암호화폐: 비트코인처럼 암호학에 기반해 만들어져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도록 매개하는 화폐. 가상화폐라는 용어로도 쓰인다.

[오찬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Like it? Share with your friends!

0

Comments 0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게시물 선택
글+이미지
텍스트 에디터 사용가능
이미지
포토, 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