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장타의 시대…LPGA 신인상 박성현도 `비거리 퀸`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승현의 드라이버샷 거리는 평균 234.95야드에 불과하다. 순위로는 107위다. 거리가 짧은 대신 숏게임 면에서는 당해낼 선수가 없을 만큼 탁월한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린을 놓쳤을 때 파를 세이브하는 리커버리율(66.77%)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고 평균 퍼팅에서도 오지현에 이어 2위(29.57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도 이승현의 플레이나 샷에 압도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국내 여자골프를 지배한 것은 퍼팅도, 숏게임도 아닌 장타 능력이었다. 올해 평균 250야드를 넘긴 선수는 모두 25명. 올해 벌어진 30개 대회에서 이들이 우승한 횟수는 17회에 이른다. 여기에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2승을 거둔 최혜진도 25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자이기 때문에 실제 승수는 ’19승’으로 봐야 할 것이다. 장타 랭킹 26위 이내 선수의 우승 확률이 63.3%에 달한 셈이다. 장타 능력이 우승을 좌우했다는 증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한국 투어만은 못하지만 ‘장타자 득세’ 흐름은 분명하다. 상금 랭킹 5위 이내 선수들 중 3명이 장타 랭킹 20위 안에 들어 있다. 마지막 대회만을 남기고 상금 1위에 올라 있는 박성현이 장타 랭킹 8위(270.29야드)이고 상금 4위 렉시 톰프슨은 장타 랭킹 3위(274.10야드)에 올라 있다. 상금 5위 브룩 헨더슨도 장타 랭킹 20위(263.88야드)로 만만치 않은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펑산산의 경우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49.93야드(97위)로 그리 장타를 치는 선수는 아니다. 또 서양 선수들에 비해 체격이 작은 한국선수들이 투어를 지배하는 것도 ‘장타자 득세’를 희석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LPGA에서 엄청난 장타를 치는 선수로 분류되지 않는 김세영이나 전인지는 국내에서 뛸 때는 장타자로 평가받았다. 펑산산도 국내 무대에서 활약한다면 장타 랭킹 30위 안에는 들 파워를 갖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장타 능력이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이 분석한 PGA투어 최정상급 선수의 경기력 분석에서 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골프닷컴이 선정한 최정상급 선수 5명은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머스,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 그리고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이다.선정 기준은 2016~2017년 시즌 대회당 획득 상금, 즉 ‘가성비’로 순위를 매겼다.

대회당 43만7000달러를 벌어 1위에 오른 존슨은 설명이 필요 없는 파워히터다. 지난 시즌 존슨은 평균 315.0야드를 날려 장타 랭킹 2위에 올랐다. 샷링크가 계산한 존슨의 드라이버도 PGA투어 최고 수준이었다. 100야드 밖에서 그린에 볼을 올리는 능력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숏게임에서는 투어 53위, 퍼트는 투어 66위에 머물렀다. 대회당 획득 상금은 39만7000달러로 이 부문 3위에 오른 상금왕 토머스도 장타 능력이 탁월한 선수다. 지난 시즌 평균 309.7야드를 날려 장타 랭킹 8위에 올랐다. 샷링크 분석에서도 드라이버 16위, 아이언샷 10위가 말해주듯 티샷과 그린 공략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퍼트 능력은 33위에 불과했다. 이들 ‘빅5’ 중 지난 시즌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가 300야드에 미치지 못한 선수는 스피스(295.6야드) 한 명뿐이었다.

어느 투어보다 장타자들이 득세하는 무대는 만 50세 남자 골퍼들만 출전할 수 있는 챔피언스 투어다. 장타자들이 투어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즌 평균 280야드 이상을 친 선수들은 모두 26명. 상금 순위 상위권은 거의 이들이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장타 랭킹 10위 이내 선수 중 절반이 상금 랭킹에서도 10위 이내에 들었고 또 올해 만 60세가 된 상금왕 베른하르트 랑거는 장타 랭킹에서 24위로 ’50대 젊은 시니어’들 못지않은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골프의 절대 명제였던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는 격언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장타보다 퍼팅의 우위를 강조하는 골퍼들은 ‘드라이버도 1타, 퍼팅도 1타’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장타를 포기하는 순간 골프의 재미 또한 사라지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타에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되, 장타를 치기 위한 노력은 중단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장타자의 시대’는 도도히 흐르는 강과 같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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