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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외침 LOUD] 후미진 공터에 세운 ‘작은 쉼터’…밤길 무섭지 않아요





가로등도 없이 오랫동안 방치된 곳



통유리 컨테이너 놓고 24시간 불 켜



내부엔 동네 아이들 그림 전시





범죄 예방하는 환경 만들기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280번지 주택가에는 낡은 주택이 철거된 후 오랫동안 방치된 채 남아 있는 공터가 있습니다. 460㎡ 에 이르는 너른 공간에 빈 음료수 캔과 휴지 조각,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좀처럼 이곳을 지나지 않습니다. 공터를 가로지르는 길이 학교로 가는 지름길이지만 성인 키 높이의 잡초가 무성하게 우거져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가로등도 없는 이곳에서 자칫 나쁜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초등학생 딸과 유치원생 아들을 두고 있는 김혜민(43)씨는 “불빛이 없어 어둡고 위험해 보이는 데다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이 공터에 모여 있을 때도 있어 딸에게는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올 때 공터 쪽을 피해서 오라고 말한다”고 했습니다.


오래된 주택가나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단지 가운데는 폐가가 된 낡은 주택이나 건물이 허물어져 터만 남아 있는 공터, 어느새 주차공간처럼 변한 노지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곳들은 사람이 잘 찾지 않다 보니 관리가 안 되고, 관리가 되지 않다 보니 지저분한 공간으로 변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마을 주민에게는 범죄의 우려를 낳는 공간으로 전락합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학자들이 고민한 끝에 색다른 해법을 찾았습니다. 낡은 골목을 정비하고, 가로등을 밝히고, 벽화를 그리는 것으로도 범죄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미국의 도시설계학자 레이 제프리가 만든 ‘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개념입니다. 우리말로는 ‘범죄 예방 환경 설계’라고도 불리지요. 도시 환경을 개선하고 관리하는 것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이론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작은 외침 LOUD’는 ‘셉테드’라는 개념을 활용해 건강하고 안전한 마을을 만들 수 있는 작은 실천 방법을 고민해 봤습니다.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는 공터를 개조해 밝고 안전한 동네를 만들면서도 주민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을 떠올렸습니다. 그 결과 시작한 것이 경기도와 함께 진행한 ‘골목 속 작은 갤러리 만들기’ 프로젝트입니다.


갤러리는 유명 작가들의 그림이 전시된 화려한 공간이 아니라 우리 동네 아이들의 그림이 전시된 작은 컨테이너로 마련해봤습니다. 갤러리의 이름은 ‘방범초소’입니다. ‘방과후 범상치 않은 초등학생들의 소통공간’이라는 말을 줄인 것입니다.


LOUD는 지난달 24일부터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공터에 ‘방범초소’ 갤러리를 설치했습니다. 갤러리 설치에 앞서 파장동 주민센터 직원들과 공터에 있던 쓰레기를 치우고 잡초를 제거하는 등 주변 환경을 정비하는 데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경기도청은 파장초등학교의 협조를 받아 LOUD와 함께 갤러리를 꾸밀 1~2학년 학생들을 모집했습니다. LOUD 팀원들도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전단을 돌리며 학생들에게 ‘방범초소’ 갤러리 활동을 알렸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9일까지 깨끗해진 공터에 노란색 컨테이너 박스로 꾸며진 ‘방범초소’ 갤러리를 열었습니다. 발전기를 설치해 갤러리 안팎에 24시간 불을 켜뒀고 통유리창을 통해 밖에서도 컨테이너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개소 첫날에는 파장초등학교 학생 12명을 초대해 3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고 갤러리 내부를 꾸몄습니다. ‘우리 동네’를 주제로 아이들이 원하는 그림을 자유롭게 그리도록 했습니다. 경기도는 아이들의 그림을 가르쳐 줄 전문 미술교사들을 초빙했습니다.


주민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습니다. 갤러리에 자신의 그림을 전시한 이수연(10·파장초 4학년)양은 “친구들과 함께 내가 그린 그림을 보러 공터에 갔다”며 “밤에도 내 그림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어서 멋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권민지(12·파장초 6학년)양은 “원래 쓰레기 때문에 냄새가 나서 간 적이 없었는데 풀을 치우고 깔끔해져 좋았다”고 했습니다. 학부모 이수진(38)씨는 “아이들이 나무도 그리고 밤하늘도 그려서 재밌었다고 말했다”며 “갤러리가 생기니 동네 사람들과 한 번씩 구경할 수도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갤러리를 꾸미고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준 이소라 큐레이터는 “갤러리를 설치하기 위해 청소를 할 때나 아이들과 함께 미술 작품을 만들 때도 지나가던 주민들이 즐거워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며 “우리 동네에 어떤 아이들이 살고 있는지 이해하고 주변 이웃들과 한 번 더 마주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거리를 깨끗하게 정비하는 것만으로 마을의 모든 범죄를 사라지게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동네의 후미진 공간을 밝히고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이라도 더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방범초소 갤러리’의 역할은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그림처럼 안전하고 깨끗하고 환해진 마을의 풍경을 기대해 봅니다.

일상 속 작은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보내 주세요
e메일(loud@joongang.co.kr), 페이스북(facebook.com/loudproject2015)으로 보내 주시면 개선책을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지난 1년여 간 LOUD에서 제안한 픽토그램 디자인을 보내 드립니다. e메일이나 페이스북으로 연락 주세요. 중앙일보(joongang.co.kr), 중앙SUNDAY(sunday.joongang.co.kr)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그동안 진행한 LOUD 프로젝트를 볼 수 있습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김경미 기자 gaem@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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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사회 , 사회일반 , 중앙일보 , 종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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