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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문팬 창립총회서 ‘선플운동’ 제안 왜?



[한겨레]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94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증오를 ‘이적 행위’ 규정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여유와 포용의 정치 차별화







연예인에게 가장 큰 고통은 대중에게 잊혀지는 것입니다. 정치인에게 가장 큰 고통도 대중에게 잊혀지는 것입니다. 국무총리나 장관, 당대표 등을 지낸 유력 정치인들은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전혀 몰라보고 “누구세요?”라고 물을 때 큰 충격을 받습니다. 인기를 먹고 산다는 측면에서 연예인과 정치인은 확실히 닮은 데가 있습니다. 연예인처럼 정치인도 팬클럽이 있습니다. 연예인 팬클럽이 단순한 동호인 모임에서 그 연예인의 성공을 위한 기간 조직으로 진화했듯이 정치인 팬클럽도 그 정치인의 성공을 위한 전위 조직으로 진화했습니다. 정치인 팬클럽은 2000년 결성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원조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선에 유리한 서울 종로를 떠나 지역주의에 정면 도전을 했습니다.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한 것입니다. 새천년민주당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만든 정당입니다. 새천년민주당 공천을 받아 경상도에 출마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결과는 낙선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결성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서거했지만 노사모는 지금도 활동중입니다.



그 뒤로 대중과 친숙한 정치인들의 팬클럽이 이어졌습니다.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아마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일 것입니다. 안철수 의원에게는 ‘해피스’라는 팬클럽이 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는 ‘반딧불이’라는 팬클럽이 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팬클럽 ‘심크러쉬’도 최근 결성됐습니다. 손학규 전 대표도 여러 개의 팬클럽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팬이 많은 정치인입니다. ‘문사모’, ‘젠틀재인’ 등 여러 개의 온라인 팬카페가 올들어 ‘문팬’으로 통합되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3일 충남 서산에서 열린 ‘문팬’ 창립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온라인 선플 운동’을 제안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연예인의 팬들이 가끔 온라인에서 패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정치인 팬들도 가끔 온라인에서 패싸움을 벌입니다. 누군가를 지나치게 사랑하면 다른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것일까요? 연예계에서 극성스런 팬들은 다른 연예인에 대한 욕설과 막말을 퍼붓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극성 팬들이 보호하려는 연예인의 이미지가 더 나빠지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정치에서도 극성 팬들의 다른 정치인에 대한 지나친 배타성과 공격은 그 정치인의 확장성을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8월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트위터에 ‘이제 다시 하나가 돼야 합니다’라는 글을 띄운 일이 있습니다. “전대 과정에서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라고 하여 분열의 언어, 배격의 논리로 상처를 주는 일들이 대단히 걱정스러웠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문팬 창립행사에서 선플 운동을 제안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축사에는 정치인 팬클럽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정치인과 팬클럽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으며, 앞으로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여러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좀 길고 거칠지만 현장 분위기를 살려서 그대로 소개하겠습니다.




“(박수와 환호) 밖에 보니까 ‘어서와유’ ‘수고했슈’ 인사가 많네요. 문팬은 온라인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곳이고 여기 서산은 함께 모이기가 좀 어려운 곳인데 정말 많이들 와주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정치인들은 지지자들의 지지를 먹고 산다고 합니다. 지지를 넘어 이렇게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있으니 저는 정말 행복한 정치인입니다.




(환호와 연호) (문재인! 문재인!) 장시간 문재인 이러면 ‘오늘 출정식 했다’ 그런 소리 할 거거든요. 그건 자제해주시고요. 정말 오늘 저는 감격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문팬을 처음 시작한 것이 문사모라는 카페였는데, 노무현 정부에서 제가 민정수석을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저하고 전혀 모르는 분들이 저랑 소통없이 팬카페를 열었고 저하고는 아무런 교류가 없었으니 그냥 그분들이 자기들이 좋아서 팬카페를 만들었고요, 그 카페가 활성화되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게 된 것이 아마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때도 카페를 주도한 분들은 대부분 제가 잘 모르는 분들이었고 저하고 사전 의논 없이 그렇게 자생적으로 카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는 제가 정치할 때가 아니었고 오히려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그러니 정치인 문재인에 대한 지지 모임으로 시작되었던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지 않는 문재인, 있는 그대로의 문재인을 좋아하고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그런 모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치에 참여하라는 부름을 받고 고심을 할 때 고민들도 함께 해 주셨고, 어떤 분들은 응원해주시기도 하고, 그렇게 또 위로해주시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그냥 정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만류하시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에 문팬 가족들이 제가 정치에 참여하고 난 이후에 이런저런 선택을 하고 또 그 선택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을 때에도 항상 저에게 힘이 되어 주셨고 저를 또 격려해주셨고 혹시 또 제가 주저앉을까 싶으면 저를 다시 일으켜 주셨습니다. 저는 문팬 가족 덕분에 그 힘으로 정치에 참여하다가 곧바로 부산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었고, 곧바로 우리 야권 전체를 대표하는 대선후보로, 또 제1야당의 대표로, 지금도 정치를 바꾸고 그래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그 꿈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우리 문팬 가족 여러분들이야말로 어찌 보면 정치라는 세상에서는 제겐 누구보다도 가까운 그런 식구들입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우리 문팬이 처음 정치를 하지 않을 때 있는 그대로의 문재인을 좋아하고 지지해주는 것으로 시작을 했던 것이 그냥 단순히 정치인 문재인을 지지하는 그런 팬클럽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 문재인을 지지하고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서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또는 행동하는 양심으로서 우리 정치에 참여하고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을 매개로 해서 우리 정치를 더 좋은 정치로 만들고 그것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이렇게 꿈꾸는 일종의 시민정치활동 또는 시민정치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맞습니까? (예!)




우리가 그 길을 일직선으로 똑바로 이렇게 나아가고 있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때로는 구불구불, 때로는 좌로 우로, 또는 때로 거꾸로 역류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크게 보면 한걸음 한걸음씩 더 좋은 정치, 또는 더 나은 세상,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서 우리가 함께 꾸준히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그렇게 걷고 계시죠? (예!)




그래서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꿈을 꾸면서 다함께 간절한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가 바라는, 꿈꾸는 그 세상을 맞이하는 것도 앞당겨질 것이다, 저는 그렇게 믿는데 여러분 같은 생각이시죠? (예!)




제가 그런 의미에서 정말로 감사를 드리면서 한 가지 꼭 좀 당부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요즘 우리 에스엔에스를 보면 너무 살벌하지 않습니까? (맞아요!) 그렇죠? 정말 에스엔에스 공간에 기사의 댓글이라든지 이런 걸 보면, 자기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아주 적대하고 너무 분열시키는 그런 말들이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들 안에서 지지하는 정치인이 다른 지지자들 간에 적대하고 분열적인 그런 말들이 넘쳐나고, 나아가서는 우리 더불어민주당내 동지들 간에도 지난 전당대회를 보면 지지하는 후보가 다를 경우에, 그 지지자들 간에 서로 적대하고 증오하는, 분열을 만들어 내는 그런 말들이 넘쳐나고, 그러니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작전세력도 또 그런 틈을 타서 활동을 하고, 그것이 갈등과 분열을 더 증폭시키고, 저는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경쟁은 아름다운 경쟁이어야 합니다. 그 경쟁이 끝나고 나면 다시 협력할 수 있는 그런 경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경쟁이라는 것이 우리 힘을, 정당을 더 키워나가는 과정이 되는데, 경쟁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적대하고 증오하고 상처를 남기고 그러면, 경쟁이 끝나고 난 이후에도 함께 하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우리가 세상을 바꾸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을 그 세상을 바꿔가는 과정에 참여도 시키고 포용하고 확장할 수 있게 되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경쟁하는 상대를 폄하하고 적대하고 그러면 상대도 거꾸로 그런 공격에 맞서서 적대를 하고 그런 것을 지켜보는 제3자는 ‘아 이 사람들이 굉장히 폐쇄적이다’ 그렇게 생각해서 확장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두고 확장을 가로막고 어찌 보면 ‘이적행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에스엔에스 공간에서 대대적인 선플 운동 같은 게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직언하고 싶습니다. 그런 모든 분께 말씀드리고 싶지만 우리 문팬 가족들부터 먼저 그 일을 시작하고 분위기를 선도해 나가자 그렇게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예!)




지금 에스엔에스 공간에서 제일 겁나고 두려운 대상이 누굽니까? 바로 저 문재인 아닙니까? 그렇죠. 저에 대해서 공격하는 거 그런 거 읽어보면 얼마나 속상하십니까? (맞아요!)



그렇게 공격하는 사람들은 꼴도 보고 싶지 않지요? 그러니 또 역지사지한다면 상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은 다른 사람들이 무례하더라도 우리 문팬부터 선도해 나가면 ‘야 정말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문재인도 달라 보인다’ 그렇게 만들어 주실 겁니까? (예!)




정말 여기 멀리 서산에 와서 그것도 또 1박2일이더라고요. 아마 우리가 주로 온라인 중심으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 회원들 간에도 평소에 못 본 분들이 많으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문팬으로 통합되고 난 이후에 오늘 첫 총회인 거죠? (예!)




오늘 특별한 계기가 마련된 것 같은데요, 서로 소통하시고 친분도 나누시고 그리고 또 보람 있는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통합이 완전한 통합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다 함께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또 섭섭해 하지 마시고 무리해서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여러 가지 생각이 다른 분들이 따로 또 활동을 하더라도 크게 보면 한 식구다 생각하시고 또 우리 문팬이 그중에서 큰 집이라고 생각하시고 여유 있게 다른 모임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대해주시고, 항상 포용성을 가지고 그렇게 함께 해주시면 저한테 더 큰 힘이 되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실거죠? 고맙습니다.



(박수와 환호)”








어떻게 보셨습니까? 저는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적 경쟁 상대에 대한 적대와 증오를 ‘확장을 가로막는 행위’ ‘이적 행위’라고 규정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작전세력’의 존재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우려는 매우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5월 정치 막전막후 코너에 ‘문재인·안철수 열혈 지지자 일부 증오의 팬덤’이라는 기사를 쓴 일이 있습니다.(▶바로가기) “맹목적인 증오는 자칫하면 이성을 마비시킬 수 있다. 처음엔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 상대방을 증오하기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증오 자체가 증오를 낳는다”고 했습니다. “현재의 여권이 계속 집권하기를 원하는 사람들과 집단의 이간 공작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현재 야권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경쟁자는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대표,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입니다. 경쟁자에 대한 적대와 증오를 만류하는 문재인 전 대표의 당부는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얼마나 받아들여질까요? ‘아름다운 경쟁’을 외치는 문재인 전 대표의 호소는 앞으로 야권의 대선후보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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