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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열정 키우며 한국 후손 자부심 느끼죠"




"몸속에 아무리 한국인 피가 흘러도 언어를 배우지 못하면 결국 자신의 '뿌리'에 대한 흥미를 잃게 돼 있어요."



카자흐스탄 출생의 조 크세니아 씨(26)와 러시아에서 태어난 홍 옥사나 씨(22)는 모두 한국인 부모님을 둔 고려인 4세대다. 그러나 그들의 부모님은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 일제강점기라는 격동의 시대에 러시아·카자흐스탄으로 건너갔던 증조부에서 조부 세대를 거치는 한 세기 세월 속에서 그들의 부모는 한국어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조씨와 홍씨는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모국어를 되찾았다.


스스로 관심을 갖고 익힌 것을 넘어 이제 현지에서 수백 명 규모의 5세대 고려인을 비롯해 오리지널 현지인에게까지 한국어와 역사, 문화를 가르치는 '코리아 전도사'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2016년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한국어교사 초청연수 참석차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홍씨는 어린 시절 작은오빠를 따라 한글학교에 가게 된 것을 계기로 한글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홍씨 오빠는 도중에 한글학교를 그만두고 의사의 길을 걷게 됐지만 홍씨는 한국 드라마·음악 등 대중문화를 접하면서 더욱 한국어에 대한 열정을 키웠고 결국 교사로 직업까지 선택하게 됐다.


조씨는 홍씨에 비해 더 늦게 한글을 배웠다. 그는 영어교사인 어머니 영향으로 언어 공부에 흥미를 가졌지만 아버지 권유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조씨는 "고려인인 할머니가 한글을 가르쳐줬고 대학 시절 한국센터에서 어린이 한국어 보조교사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홍씨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너는 고려인'이라고 말을 하셨지만 귀담아 듣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언어를 배우고 한류 문화에 점점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아, 나도 한국인인가 보다'라고 깨닫는 순간이 왔다는 것이다.


그들이 한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느낀 아쉬움 중 하나는 뜻을 알 수 없는 '외계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축약해 사용하는 '통신어'가 남용되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등이다.


홍씨는 "한국 친구가 '오늘 ○○이 생파('생일 파티'를 줄여 부르는 말)한다'고 했을 때 무슨 말인지 몰라 사전을 찾아봤다"고 말했다. 조씨도 "언어는 자연 그대로일 때가 가장 아름답다. 줄임말, 유행어부터 배우면 바르게 언어를 고치기가 힘들고 학생들의 사고습관도 '빨리빨리'식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홍씨와 조씨 모두 수업시간에 K팝과 드라마를 교재로 많이 사용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씨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한국어의 문법·발음이 카자흐어와 비슷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한글과 한국어를 익힌다"고 말했다.


홍씨는 "옛날에 고려인들이 외부인이라 박해받았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고려인은 성실하고 공부를 잘한다'는 이미지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며 "나 역시 '너 고려사람인데 왜 공부를 그것밖에 못해'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라며 농담 반 진담 반 말을 전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교육 교재 부족을 꼽았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모두 몇 년 전 러시아어로 된 한국어 교재가 1급부터 6급까지 나와 예전보다 상황은 좋아졌지만 실제 한국인들의 정확한 발음을 가르쳐줄 수 있는 시청각 교재가 좀 더 풍부했으면 하는 게 그들의 바람이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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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사회 , 인물 , 매일경제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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