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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내전 이후' 내다본 세계, 시리아 몰려드는데

[특파원 리포트] '내전 이후' 내다본 세계, 시리아 몰려드는데



"시리아에서 가져온 과자예요. 마음껏 들어요." 시리아 국영 항공사의 카이로 지점장인 무함마드 술레이만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과자 상자를 내밀었다. 괜찮다며 사양해도 그는 끈질기게 권했다. 어쩔 수 없이 과자 하나를 집어 먹었다. '이제 그만하겠지…' 싶었는데, 그는 숨 한번 고르기 무섭게 "홍차도 한잔하여라"며 찻잔을 들이밀었다.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지도 않았고 만나겠다고 먼저 약속을 잡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연초(年初)였던 이날, 지점에 가서 "코리('Korean'의 아랍어)인데요"라고 내 국적을 말하며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비행기표를 알아보러 왔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지점장이 난데없이 지점 안쪽 자기 사무실로 불러들여 이렇게 환대했던 것이다.

왜 그런지 궁금해졌다. 처음엔 '대장금' 같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몇 마디 말을 주고받으며 그 이유를 눈치 챘다. 그에게 '코리' 여권으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공항에서 도착 비자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그가 "시리아 주재 '코리' 대사관 직원들을 잘 안다"면서 김○○ 등 자기가 아는 이름을 줄줄이 댔기 때문이다. 시리아에는 한국 대사관이 없다. 그러니 지점장이 말한 '코리' 대사관은 북한 대사관이었다. 오해는 풀어야 할 것 같아, "나는 코리 샤멜리(북한)가 아니라 코리 자누비(남한)"라고 했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 그는 곧장 카이로에 있는 시리아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묻더니 "남한 국적자는 시리아 도착 비자 발급이 절대 불가"라고 말했다. 시리아가 중동전쟁에서 자기네를 도와준 북한과 얼마나 살갑고, 우리와는 얼마나 껄끄러운지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며칠 뒤 카이로를 떠나 레바논으로 갔다. 국제사회의 골칫거리이자 7년째로 접어든 시리아 내전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입국은 못 하더라도 시리아와 이웃한 레바논 국경 지역을 둘러보면 취재거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양국 접경 지역은 설날을 맞은 우리나라 고속도로 톨게이트처럼 북적였다. 이게 다 내전을 피해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빠져나오는 차들 때문이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차량 행렬은 시리아로 향하고 있었다. 내전이 최근 국제사회의 정치적 합의를 통해 마무리되는 양상을 보이자, 난민 생활을 정리하고 하나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레바논 외교가는 '내전 후의 시리아'에 대비하느라 분주했다. 미국은 레바논에 10억달러(1조1670억원) 규모의 초대형 대사관 신청사를 짓고 있었다. 건물 크기만 따지면 중국 주재 미국 대사관보다 클 것이라 한다. 인구 450만명도 안 되는 레바논에 미국이 이렇게 큰 공관을 짓는 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밖에 안 되는 시리아를 더 바짝 챙기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내전 후 베이루트를 시리아에 대한 외교 전초 기지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시리아는 세계 몇 안 되는 우리의 미수교 국가 중 하나지만 북한과는 미사일 기술 거래를 하는 군사 비즈니스 파트너다. 하지만 그것이 내전 이후 총제적 국가 재건에 들어갈 시리아를 두고만 볼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세계가 시리아로 몰려가고 있다.


[노석조 카이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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