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카카오택시 웃돈


지난 설 연휴 때 부모님에게 다녀왔다. 큰길로 나와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호출했다. 10분이 지나도 차를 못 잡았다. 앱이 먹통이 됐나. 몇 번 더 불러도 응답이 없기는 마찬가지. 결국 내 차를 끌고 나왔다. 나중에 다른 택시기사에게 하소연했다. 택시기사는 냉정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누가 콜을 받느냐는 거다. 집에서 부모님이 사시는 곳까지는 차로 10여분 거리다. 요금은 기본요금과 차이가 거의 없다. 기사는 그런 호출이 뜨면 짜증이 난다고 했다.

택시기사에게 단거리 손님은 언제나 뒷전이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 밤 10시 이후 단거리 손님은 찬밥 신세다. 택시는 요금이 많이 나오는 장거리 손님을 골라 모신다. 억울하지만 이게 시장이다. 공급이 부족하면 수요자가 ‘을’이 된다. 그러다보니 호출 앱을 통해서도 웃돈을 주는 편법이 퍼졌다. 도착지 입력화면에 ‘XX아파트+5000’이라고 쓰는 식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하지만 2년 전 서울시는 시정조치를 내려 편법 호출도 막았다. 도착지에 웃돈을 암시하는 숫자를 표기해도 택시기사 호출화면엔 목적지만 뜬다.

이번엔 카카오택시가 웃돈 호출서비스를 내놨다. 카카오모빌리티 정주환 대표는 13일 카카오택시에 ‘우선 호출’과 ‘즉시 배차’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수수료로 추가 비용을 내는 조건이다. 업계에선 수수료가 현행 콜비(주간 1000원.심야 2000원)보다 더 비싸질 것으로 예상한다. 수수료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기사가 나눈다. 공짜 호출만 써온 소비자들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결국 대기업 배불리기’라는 비난에 ‘비싸면 안 쓰면 될 일’이라는 의견이 맞선다.

카카오택시 가입자 수는 1800만명. 현재까지 4억건의 이용실적을 냈다. 택시기사의 96%가 사용하는 국민 호출 앱이다. 호출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 인기를 끈 주요인이다. 부분 유료화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수요자가 받아들이면 카카오와 택시업계 모두 이득이다. 소비자가 등을 돌리면 다른 택시플랫폼 사업자가 치고 들어올 수도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당신의 마진이 나에겐 기회”라고 말했다. 카카오택시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둬보자. 시간을 두고 시장을 지켜보면 될 일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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