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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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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생물을 좋아하는 아이

내가 외출할 때면, 종종 남동생 친구가 놀러오곤 한다.
 
그런데 그 녀석이 왔다가면 꼭 내 열대어 몇마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지난번에 만나서 잠깐 이야기했을 때는 생물이 좋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혹시 훔쳐가서 몰래 집에서 키우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어느날, 우연히 내가 집에 일찍 돌아왔는데 그 녀석이 내 방에 있었다.
 
수조 앞에서 뭘하는지 어슬렁대고 있길래 범행현장을 잡았구나 싶었지.
 
 
 
어깨를 잡고 [야, 너 뭐해?] 라고 말하자 그 녀석은 나를 보았다.
 
하지만 손에 비닐봉지 같은 건 들려있지 않았다.
 
생선을 가져가려는 건 아닌 듯 했다.
 
 
 
그저 수조 뚜껑을 열고 안을 보고 있었다.
 
문득, 그 녀석의 입이 우물거리는 게 보였다.
 
묘하게 신경쓰여 입을 열어보라고 했다.
 
 
 
내 열대어가 끔찍한 꼴을 하고 혓바닥 위에 놓여있었다.
 
그 녀석은 내 열대어를 훔치는 게 아니라 잡아먹고 있던 것이다.

 

[2ch] 불단 속 흰 얼굴

나는 4살이 될 때까지, 밤에는 할머니댁에 맡겨지곤 했다.
 
밤에는 할머니와 나란히 잤는데, 그 방에는 돌아가신 할아버지 불단이 있었다.
 
이상하게 그 방에서 자다 깨면, 꼭 가위에 눌렸다.
 
 
 
그때마다 매번 불단 문이 조금 열려 있어, 안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문에 손을 대고, 흰 얼굴을 반쯤 내민 채 쳐다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할아버지일 것이라 생각했다.
 
 
 
할머니가 불단을 향해 [할아버지...] 라고 부르던 걸 봤었으니까.
 
하지만 그 얼굴은 자세히 보니 아이 같았다.
 
내 쪽을 보며, 희미하게 웃고 있는 흰 아이 얼굴.
 
 
 
그런 것을 보면서도, 나는 별 생각 없이 4살 때까지 그 방에서 잠을 잤었다.
 
할머니는 내가 11살일 무렵 돌아가셨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무슨 병이 원인이었다.
 
 
 
반년 정도 입원해 계셨는데, 병문안 때는 생각보다 건강해 보이셨었다.
 
하지만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더니 이틀을 넘기치 못하고 숨을 거두셨다.
 
그럼에도 스스로 임종을 맞이하는 건 느끼셨던 걸까.
 
 
 
죽기 직전에 [겨우 할아버지에게 돌아갈 수 있겠구나...] 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이 무척 곤혹스러워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상태가 나빠짐과 동시에 혼수상태에 빠졌었다.
 
친척들은 교대로 병실을 지켰지만, 마지막 순간 간호하고 있던 건 우리 어머니였다.
 
 
 
그런데 어머니 말로는, 그때 할머니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병실 침대 옆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쩐지 누가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할머니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혼수상태일 터인 할머니가 눈을 뜨고 있었다.
 
눈도 깜빡 않고,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고 계시더란다.
 
어머니가 말을 걸려는 순간, 할머니의 입이 움직였다.
 
 
 
[너, 할아버지를 어디에 보낸거냐.]
 
평생 할머니를 보아온 어머니도 그제껏 들은 적 없는, 낮고 한서린 목소리였다.
 
어안이벙벙해 있던 어머니가 정신을 차리자, 할머니는 이미 눈을 감고 계셨다.
 
 
 
그리고 반나절 뒤, 할머니는 저세상으로 향하셨다.
 
할머니는 천장이 아니라 그 흰 얼굴을 계속 보고 계셨던게 아닐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느낌이 들어 오싹해진다.

 

[경험담] 호랑이는 살아있다

저희 아버지는 아직도 한반도에 호랑이가 살아있다고 생각하십니다
.
 
왜냐하면 실제로 호랑이를 봤다고 하시거든요
.
 
그 이유가 되는 사건이 있습니다
.
 
 
 
저희 아버지는 올해 
4
월에 칠순을 맞이하십니다
.
 
저희 자매를 풍족하게 키우신 건 아닙니다만 밤낮없이 최선을 다해 일하신 훌륭한 아버지십니다
.
 
아버지가 어릴 때 혼자 외지로 나가 일하며 중

고등학교를 다니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안 살림이 엉망인지라
(
저희 아버지는 
6
남매 중 
4
째십니다
.) 
광산에서 일하며 종자돈을 모으셨다고 합니다
.
 
그 때가 
20
대이니 
4~50
년 전일이지요
.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
 
호랑이는 의외로 화약 냄새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
 
그리고 광산에는 발파작업을 위해 다이너마이트가 존재하죠
.
 
발파작업을 돕다가 크게 부상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자 그 작업을 돕는 수당이 제법 높았답니다
.
 
겁없고 돈이 필요한 아버지는 발파작업을 돕기 위해 겉옷주머니에 다이너마이트를 담고 손에도 들고 광산 굴속으로 따라 들어갔다 나오셨다고 합니다
.
 
발파작업이 사고 없이 끝나자 광산관리인들도 기분이 좋았는지 막걸리도 많이 돌리고 해서 정말 즐거우셨다고 합니다
.
 
매번 발파작업을 도우면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해 매번 시켜달라고 하셨답니다
.(
이건 확인불가
........)
 
 
 
 
그날 밤에 얼큰하게 취하셔서 산을 내려가 숙소로 가려는데
........ 
등 뒤가 쎄
~~~~~
하더랍니다
.
 
산길을 걸어가는데
........
 
자박자박
(
버석버석
........) 
자박자박
(
버석버석
........) 
자박자
......(
버석

.........)
 
등 뒤는 쎄
~
하지 발걸음 소리 뒤에 뭔가 묵직한 게 따라오는 느낌은 나지
.........
 
주머니 속에 있는 고액의 작업수당
........ 
어떤 ㄱ
ㅅㄲ
가 따라오나
........ 
술기운은 사라지고 더럭 걱정이 되셨답니다
.
 
그런데 소리가 사람이 걸어오는 소리치고는 너무 묵직하다 싶고 몰래 따라오는 것 치고 조심성이 없다싶기도 하고
........
 
 
 
 

~! 
이건 사람이 아니다
.........
 
 
 
 
라고 직감하신 아버지는 오히려 태연하게 걸어서 숙소 앞까지 오셨답니다
.
 
제가 물어봤죠

어떻게 태연하게 걸으셨냐고
?
 
아버지가 말하시기를
.......... 
다리에 힘이 빠지려고 해서 겨우 걸으셨답니다
.
 
 
 
 
 
숙소의 대문은 보이고 대문에서 마당을 가로질러 문만 열면 방이고 아이고 모르겠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
 
대문을 발로 걷어차고 들어가 방문을 열고 슬라이딩하듯이 방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하셨답니다
.
 
살았구나
...... 
안심도 되고 식은땀에 소름이 나는 게 느껴지자 더럭 화가 나신 아버지.
 
짐승이 아니고 사람이면 광산에 처박아주마
...... 
굳게 다짐하며 방문을 살짝
~! 
조심히 열고 내다보니
.
 
열린 대문을 가득 채우는 산더미 같은 채구에 자동차 바퀴만한 불덩이 두 개와 눈이 마주치고
........
 
 
 
 
 
정신이 들어보니 
3
일이 지난 뒤였다고 합니다
.
 
숙소에서 방을 같이 쓰는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3
일 동안 내내 헛소리를 하며
.....(
살려달라고
.......) 
싹싹 빌었답니다
.
 
몸을 추스르고 다시 광산에 올라가니 호랑이를 봐서 기절했다는 말에 평소에 아버지를 싫어하는 아저씨 한 명이 웃기는 소리한다고 술 마시고 술병난거에 거짓말 하는 거라고 염장을 지르더랍니다
.
 
그래서 다음 발파작업을 돕고 막거리도 마시고 또 아저씨가 또 술병나지 말라고 염장을 지르기에 다이너마이트 냄새가 밴 종잇조각을 몰래 그 아저씨 주머니에 넣어두고 그날은 광산에서 주무셨답니다
.
 
그 아저씨는 숙소로 내려가고요
.
 
 
 
 
 
일주일 뒤 몸을 추스른 아저씨가 죽어도 못 있는 다고 달아나듯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그 일로 아버지는 지금도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살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

 

[단편] 세 남자의 하우스 포커 게임

중식당의 식사 방. 3명의 사내가 둥근 식탁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있다. 
 
거친 콧수염이 인상적인, 유광 잠바 차림의 덩치 큰 사내. 그는 의자에 푹 기대어 늘어진 자세로 말했다.
" 크흠! 타이밍 한 번 기가막히군. "
 
사각 뿔테 안경이 인상적인, 양복 차림의 마른 사내. 그는 안절부절못하는 불안한 자세로 말했다.
" 도대체 언제까지 있답니까? 지금 걸린 돈이 얼만데! "
 
오랫동안 씻지 않은 듯, 눌러 쓴 모자와 관리 안 된 수염이 인상적인 사내. 그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 하우스의 생리에 대해 잘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
 
야구모자 사내는 말을 하며, 식탁 중앙에 놓인 탕수육을 하나 집어 먹었다. 맛은 그닥인지, 차갑게 식은 고무를 씹는 듯 질겅거렸다.
둥근 식탁 위에는 커다란 탕수육 접시가 정중앙을 넓게 가리고 있었고, 세 방향 사내들의 앞에는 각각 개인 접시가 놓여 있었다. 
 
그 개인 접시들 아래에, '포커 카드'패들이 숨겨져 있었다. 중앙의 넓은 탕수육 접시 아래에는, '9천만원이 넘는 베팅금'이 숨겨져 있었다.
 
몇 분 전. 셋은 마치 드라마처럼, 한 판의 게임에 모든 도박 자금을 '올인'해 버렸다. 그 단 한판의 게임으로, 셋 중 하나는 9천만원이 넘는 
돈을 따가는 것이다.
하필 그때, 하우스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미처 자신들의 패를 공개하기도 전에, 중식당 손님으로 위장하고 기다려야만 했던 것이다
 
.
 
야구모자 사내가 마치, 본인은 하우스의 생리를 잘 안다는 듯 말을 이었다.
 
" 어차피 잡혀갈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곳을 찾아온 경찰의 목적은 돈이고, 하우스 주인도 그것을 잘 압니다. 단지, 지금은 
그 둘이 뭐랄까, 일종의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겁니다. "
" 기싸움? "
 
콧수염 사내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야구모자 사내는 담배를 꺼내어 한 대 물고, 자연스럽게 콧수염 사내에게도 한 대 내밀며 말을 이었다.
 
" 하우스 주인이 증거가 남지 않을 화법으로 떡값을 제안하면, 경찰은 모르쇠로 이 방 저 방을 찔러보며 떡값을 올리려 하는 것이죠. 하우스 
주인은 곤란을 표하며 떡값을 조절하고 있을 테고...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을 보니, 그 경찰이 제법 욕심이 많은가 봅니다. 욕심이 많으면 체
할 텐데, 쯧. "
 
야구모자 사내는 콧수염 사내에 이어 양복 사내에게도 담배를 내밀었지만, 양복 사내는 손을 들어 거절했다. 
 
" 담배 안 핍니다. "
" 쯧. 차라리 담배를 피시지. 도박보단. "
" 크흘흘! "
 
야구모자 사내와 콧수염 사내가 실없이 웃었지만, 양복 사내의 얼굴엔 여유가 없었다. 그는 저들의 여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판돈으로 처넣
은 몇천의 돈이, 저들에겐 크지 않은 돈이란 말일까? 그게 아니면, 그만큼 자신들의 '패'에 자신이 있다는 것일까? 저절로 목소리가 퉁명스럽
게 나왔다.
 
" 이러다가 만약, 저 경찰이 습격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판돈도 다 압수당할 텐데, 이렇게 한가롭게 있어도 됩니까? "
 
야구모자 사내가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라며 손을 흔들었다. 콧수염 사내도 그것은 걱정하지 않는 듯, 의자에 푹 파묻혀 담배 연기만 뻐끔뻐
끔 뿜어댔다.
양복 사내는, 그 둘이 여유로울수록 불안해졌다. 초조함이 얼굴에 다 티가 났다. 도박에서 초조함을 들키는 것은 필패의 지름길이라는 걸 알
고 있지만, 어차피 모든 돈을 올인한 뒤였고, 모든 패는 나뉜 뒤였다. 
 
" 그럼, 이러고 기다릴 게 아니라, 패라도 좀 몰래 까보고 승부를 내야 할 것 아닙니까? "
 
양복 사내의 급한 말에, 콧수염 사내가 '으으응~' 고개를 저었다.
 
" 안되지. 돈 잃은 놈이 화가 나서, 갑자기 밖에 나가 경찰한테 다 일러버리면 어떡함까? 경찰이 갈 때까진 기다리쇼~! 거 참, 형씨 패 좋은 
거 드셨나 보네? "
" 으으음.. "
 
양복 사내는 콧수염 사내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콧수염 사내는 담배를 앞접시에 비벼끄더니, 몸을 앞으로 세우며 둘에게 물었다.
 
" 그나저나, 형씨들은 이 도박 군자금들은 어디서 모았수? 아이고~ 나는 여기 담근 3천이 내 전 재산이라, 이 판을 잃으면 거지가 되게 생겼는
데~ "
 
너스레를 떠는 그의 질문에 양복 사내는 대답할 마음이 없었지만, 야구모자 사내는 받아주었다. 한데, 그 대답이 둘의 관심을 끌었다.
 
" 딸 팔아서 번 돈입니다. "
" 잉? 딸을 팔아? "
" ? "
 
" 딸이 죽었는데... 이건 그 합의금이랍시고 받아온 돈이지요. "
" 아이고~ 저런! "
 
콧수염 사내가 얼른 자세를 고쳐잡으며 안쓰러움을 표시했고, 양복 사내도 '으흠' 소리를 흘렸다. 곧, 양복 사내가 조금은 질책하는 어투로,
 
" 딸의 그... 합의금으로 도박을 하시는 겁니까? "
 
콧수염 사내가 두둔하듯 대신 대답했다.
 
" 그러는 형씨는 뭔 돈으로 하쇼? 도박 자금에, 되는 돈 안 되는 돈이 뭐 있다고? "
" 으흠.. "
 
하긴, 양복 사내는 본인도 할 말이 없던지라 입을 다물었다. 본인도 소중한 퇴직금을 다 때려넣고 있는 마당이었다.
그때 빙그레 웃고만 있던 야구모자 사내가, 심심풀이 얘깃거리라도 풀어 놓듯이 
입을 열었다.
 
" 내 딸이 어떻게 죽었는지 아십니까? '자살'... 일 거라고는 하는데~, 글쎄요? 이게 자살인지 자살이 아닌지? 저는 이해가 잘... "
" 자살도 합의금이 나오나?? "
 
콧수염 사내가 궁금한 얼굴로 얘기를 들을 자세를 취했고, 양복 사내도 야구모자 사내를 바라보았다. 
야구모자 사내는 모자를 벗어 머리를 위로 쓸어 넘겨 다시 쓴 뒤, 조금은 굳어진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저는 전혀 몰랐는데, 제 딸이 왕따였더군요. 왜 몰랐는지... 일만 한다고 딸에겐 관심도 없었죠. 그렇게 돈을 벌어서 뭐 한다고 그리 일에만 
목매달았는지. "
" 어이구 형씨.. "
 
" 그 학교에 애들 중에, 특히 우리 딸을 괴롭히기를 즐기던 애들이 둘 있었는데, 그 애들이 우리 딸을 학교 옥상 난간 밖으로 거꾸로 매달아 
놓은 겁니다. 상상이 되십니까? 번지점프처럼, 발목에 줄을 묶어서 대롱대롱 매달아 놓은 것이지요. "
" 저런 저런 옘병할 년들! "
 
흥분하는 콧수염과는 달리, 양복 사내의 얼굴이 조금, 굳어갔다.
 
" 여기서 저는 궁금한 겁니다. 경찰 말로는 그 애들이 수업을 받으러 들어간 사이에, 우리 딸이 스스로 발을 흔들어 줄을 끊고 
추락했다는데... 그럼 이게 자살입니까? 아니면 그 애들이 죽인 겁니까? "
" 그야 당연히 그 옘병할 년들이 죽인 거지!! "
 
" 한데, 경찰은 아니라고 하더란 말입니다. 그 애들은 직접적인 살인의도가 없어, 살인범이 아니라는 거죠. 자살일 가능성이 높고, 그게 아니
더라도 사고사라는 겁니다. 살해당한 게 아니라. "
" 옘병! 그런 게 어딨어?! "
 
콧수염 사내는 자기 일처럼 씩씩대며 흥분했다. 반면, 양복 사내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갔다. 
 
"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 딸은 스스로 발버둥을 치다가 바닥으로 떨어진 걸까? 더 이상은, 견디지 못했던 걸까? 그러다 저는, 
병원에서 딸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 한마디를 전해듣게 되었습니다. [ 사진을 지워달라 ] 란 말을요. "
 
양복 사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 저는 궁금했죠. 사진을 지워달라? 그게 무슨 말일까? 그러다가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 두 애들이 우리 딸을 옥상에 매달아 놓은 게 이번
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그냥 매달아 놓은 것도 아니란 것을 말이죠. "
" 크흠, 그냥이 아니면 뭐?? "
 
" 항상, 치마와 팬티를 모두 벗겨서 매달아 놓았다더군요. "
" 이, 이런 쳐 죽일?! 이런 미친 쌍년들이 다 있나?! "
 
눈이 왕방울만 해져 화를 내는 콧수염 사내와는 달리, 양복 사내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그를 서늘히 바라보며 야구모자 사내가 
말했다.
 
" 저는 선생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당장에 이 방을 뛰쳐나갈 줄 알았습니다. 그 그릇 밑의 패가 어지간히도 좋은가 봅니다? 아직도 그 자리
에 앉아 있는 걸 보니 말입니다. "
" 그...그...! "
 
벌어진 입이 벌벌 떨리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양복 사내. 콧수염 사내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 형씨! 왜 그러쇼? "
" 그... 그...! "
 
대답은 야구모자 사내가 해주었다.
 
" 옥상에서 추락한 제 아이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 바로, 눈앞의 저 선생이십니다. "
" 뭐야?! 저 형씨가?! "
" 그,그...! "
 
양복 사내의 눈빛이 사정없이 흔들렸고, 야구모자 사내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 선생이 학교를 그만두는 바람에, 찾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한데, 여기서 만날 줄이야? 사람의 인연이란 참 신기하지 않습니까? 
"
" 그... "
 
" 선생께서 신고를 해주어, 우리 애가 병원까지 이송된 건 좋은데 말입니다. 참 고마운데 말입니다... 한 가지, 의문이 있더군요? "
" ... "
 
양복 사내가 침을 꿀꺽 삼키며 불안한 얼굴이 될 때, 갑자기 방문이 살짝 열리며 하우스 주인이 고개를 내밀었다.
 
" 됐습니다. "
 
하우스 주인은 짧게 전달하고 곧장 문을 닫았다. 콧수염 사내가 야구모자 사내에게 질문을 하며 자연스럽게 탕수육 그릇을 바닥으로 치웠다.
 
" 한 가지 의문이라니, 그게 뭐요? "
 
탕수육 그릇이 치워진 자리에 돈다발과 뭉치들이 한가득, 9천만원이었다. 부들거리던 양복 사내의 시선이 그 돈다발로 이동했다. 
야구모자 사내는 콧수염 사내를 향해 말을 하며, 자연스럽게 본인 앞의 앞접시를 치웠고, 콧수염 사내도 본인 앞접시를 치워 '카드 패'들을 
드러내며 들었다.
 
" 병원으로 이송된 우리 딸이, 치마와 팬티를 모두 입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 옷은 과연, 누가 입힌 걸까요? "
" 아니, 그럼 누가 옥상에서 떨어진 애한테 가서 굳이 치마랑 팬티를 입혀줬다는 건가? 그게 누구요? "
 
야구모자 사내는 시선을 돌려 양복 사내를 바라보았고, 그 시선을 쫓아 콧수염 사내도 양복 사내를 돌아보았다. 
양복 사내는 벌벌 떨면서 벌어진 입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뻐끔거렸다. 그때 야구모자 사내가 손짓으로 그의 앞접시를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했다
.
양복 사내는 퍼뜩, 정신을 차린 것인지 아직 나간 상태인 것인지, 앞접시를 옆으로 빼서 카드 패를 드러냈고, 세 사내의 카드 패가 모두 공개됐다.
 
야구모자 사내는, 같은 무늬 5장의 '플러시'를 노리는 듯한, '크로바 무늬' 4장이 보여지고 있는 패.
콧수염 사내는, '7번 카드' 2장의 '원페어' 상태가 보여지고 있는 패.
양복 사내는, 야구모자 사내처럼 '플러시'를 노리는 듯한, '하트 무늬' 4장이 보여지고 있는 패.
 
세 사내는 아직 확인하지 않은 마지막 1장의 패가 바닥에 뒤집힌 상태로 있었는데, 야구모자 사내가 자연스럽게 그 패를 집어 들었다. 그걸 
보고 콧수염 사내도 본인의 것을 가져가서, 손에 든 카드와 겹쳐놓고 천천히 내리며 패를 쪼았다. 
 
야구모자 사내는 본인의 마지막 카드 패를 확인하고 한 번 웃은 뒤, 양복 사내에게 물었다.
 
" 굳이 마지막 패를 확인하지 않으시는 걸 보니, 이미 하트 플러시를 완성하셨겠지요? 그러니까 자신 있게 3천만원을 올인하셨을 테고. "
" ... "
 
아직도 혼란스러운 상태의 양복 사내는 뭐라 대답도 못 하고 흔들리는 동공을 보였다. 그때, 콧수염 사내가 버럭! 
 
" 옘병!! "
 
바닥에 카드패를 '탁!' 내려치며 입으로 '후-!' 화를 내뿜었다. 
 
" '7봉'으로 말랐네 옘병!! 풀 하우스만 떴어도 무조건 내껀데!! "
 
씩씩대며 괴로워하던 콧수염 사내는 한숨을 푹- 쉬더니, 듣던 이야기라도 마저 듣자는 듯 야구모자 사내에게 고개를 돌렸다.
 
" 에효~! ... 그러니까, 형씨 생각엔 그 치마랑 팬티를 입혀준 사람이 이 형씨란 말이오? "
 
그가 고갯짓으로 양복 사내를 가리키자, 야구모자 사내가 직접적으로 물었다.
 
" 선생이시죠? 가장 처음 우리 딸을 발견하고, 딸에게 옷을 입혀준 사람이. "
" 그... 그...! "
 
" 아마, 학교의 평판을 생각했어야 했겠지요. 치마랑 팬티가 벗겨진 학생이 옥상에서 추락사했다는 건, 학교 평판에 좋지 않으니 말입니다. 
한데 제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판단이었습니다 선생. "
" 아, 아니 난... "
 
" 그걸 입힐 시간에, 한시라도 바삐 병원으로 이송해줬으면 했는데... 조금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군요 선생. "
" 아, 아니... 나,난... "
 
부들부들 떠는 양복 사내에게, 콧수염 사내가 오히려 더 윽박질렀다.
 
" 자, 잠깐만! 팬티랑 치마를 다시 입혔다는 건, 그 급박한 상황에 옥상까지 그 팬티랑 치마를 가지러 올라갔다 왔다는 거 아냐?! 형씨 미친 
거 아니야?! "
" 아, 아닙니다! 나, 난 바로 119에 신고를 한...! "
 
양복 사내는 확고하게 부인하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한데 야구모자 사내는 갑자기, 화제를 전환해 카드 이야기를 했다.
 
" 선생의 패는 '하트 K 플러시'겠지요? 만약 선생이 '하트 A 플러시'라면 제가 무조건 졌을 겁니다. 한데, 다행히도 이거 참. "
 
야구모자 사내는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본인의 패를 선뜻 테이블 위로 오픈했다. 양복 사내의 눈이 부릅떠졌다! 
 
'하트 A'카드였다.
 
야구모자 사내는 손가락으로 톡톡톡, 본인의 바닥에 공개된 4장의 카드를 두들기며 시선을 집중시켰는데, 그 손끝은 '크로바 A'카드를 가리
키고 있었다.
 
" 저는 '크로바 A 플러시'입니다. 아쉽겠습니다 선생. "
" 으...으...! "
 
양복 사내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한데 그때, 야구모자 사내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 선생. 저는 아직, '콜'을 받지 않았습니다. 만약 선생이 제 요구를 한 가지 들어주신다면... 저는 죽겠습니다. "
" !! "
" 뭐, 뭣?! "
 
양복 사내와 콧수염 사내의 눈이 깜짝 놀라 부릅떠졌다! 여기서 그냥 죽는다는 건, 양복 사내에게 판돈 9천만원을 안겨준다는 것과 마찬가지 
소리였다.
 
그들의 놀람과는 상관없이, 야구모자 사내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 저는 딸이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사진을 지워달라]... 그 사진은 뻔한 사진이겠지요? 벗겨진 채 매달린 딸의 
모습을 찍은 사진 말입니다. "
" 옘병! 그년들이 사진까지 찍은 거군!! "
 
콧수염 사내가 다시 씩씩댔고, 야구모자 사내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 네, 그렇게 생각한 저도 가장 먼저 그 두 아이를 찾아갔습니다. 한데, 자신들은 절대 사진을 찍지 않았다더군요. 눈물을 흘리며 죄송하다고 
빌면서도, 사진만은 결코 찍지 않았다는 겁니다. 두 분이라면 그 말을 믿을 수 있었겠습니까? "
 
" 그 년들 말을 어떻게 믿어?! "
" ... "
 
" 저는... 믿었습니다. 펑펑 울면서 절대 사진만은 안 찍었다고 말하는 그 얼굴이... 진실을 말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저는... 믿었습니다
. "
 
콧수염 사내의 얼굴이 답답함에 씰룩거렸다.
 
" 어이쿠~ 형씨 속도 좋아! 그 년들 우는 거! 그거! 거 미안해서 우는 거 아니야! 다 연기야 연기! 으이구! 이 형씨 속도 좋네 속도 좋아! "
 
야구모자 사내는 그냥 한 번 웃더니, 양복 사내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정색하고 물었다.
 
" 제가 묻고 싶은 건 그겁니다. 혹시... 선생이 제 딸의 사진을 찍었습니까? "
" !! "
" 이, 이 형씨가...?! "
 
" 만약, 선생께서 제 딸의 사진을 가지고 계신다면... 지금 제가 보는 앞에서 지워주십시오.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는 이 게임에서 죽겠습니
다. "
" !! "
 
양복 사내의 얼굴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침묵이 이어지는 방 안에 긴장감이 흘렀고, 콧수염 사내도 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양복 사내의 얼굴이 극심하게 복잡해졌다. 그 시선이 테이블 위의 돈다발로 향했다가, 야구모자 사내의 얼굴로 향했다가, 야구모자 사내의 카
드패로 향했다가-, 이리저리 어지럽게 불안해했다.
한참 만에 떨리는 음성으로 묻기를-,
 
" 다, 당신은 아직 패를 다 공개하지 않았어. 당신이 정말은, 플러시가 완성되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 "
 
야구모자 사내는 어깨를 으쓱하며 손에 든 패 2장을 바닥에 덮어 놓았다. 
 
" 그렇다면, 게임을 계속해서 이 패를 확인해 보시던가요. "
" ... "
 
양복 사내는 그 패를 보며 갈등했다. 흔들리는 눈으로 땀이 흘러들어 가 닦아 낼 정도로, 극심하게 갈등했다.
야구모자 사내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여유로운 태도였다. 그 모습이 더더욱 양복 사내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한참 동안 끙끙대며 고민하던 양복 사내는 두 눈을 질끈 감고는, 
 
" 사진을... 사진을 지우겠소... "
" 아- "
 
야구모자 사내는, 그 시인을 들으며 탄식 같은 숨을 내뱉었다. 확신하지 않았던 그 사진이, 정말로 선생에게 있었던 것이다. 그는 밀려오는 딸
의 생각에, 두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양복 사내는 꺼림칙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한데,
 
' 드르륵! '
 
" ?! "
 
방문이 활짝 열리며, 경찰이 들이닥쳤다!
 
" 뭐, 뭣?! 무슨?! "
 
경찰은 곧장, 양복 사내에게로 가서 그를 제압했다!
 
" 뭐, 뭐야! 뭐야?! 뭐야아?! "
 
양복 사내가 당황한 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콧수염 사내가 다가와 그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 들었다! 곧이어, 유광 잠바 안에서 '수갑'을 
꺼내 양복 사내의 팔목에 채웠다!
 
" 뭐, 뭣?! "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부릅떠진 양복 사내의 얼굴! 콧수염 사내는 경멸하는 시선으로,
 
" 이런 것도 선생이라고 "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한데, 화면 속 사진을 보던 콧수염 사내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 이... 이이... 이 씹새가?! "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양복 사내를 노려보는 콧수염! 그 기세에 양복 사내가 겁에 질렸다.
이상함을 느끼고, 사진을 확인하러 다가오는 야구모자 사내.
 
" ...... "
 
사진은 건물 아래에서 멀리 매달린 딸을 찍은 사진이 아니었다. 바닥에 추락해서 죽어가는 딸을 찍은 사진이 아니었다.
 
 
옥상 난간 바로 위에서, 찍지 말라며 발버둥 치는 딸의 모습을 근접 촬영한 사진들이었다.
 
 
구해주기는커녕, 사진을 먼저 찍어놓고 써먹으려는 듯한 악의가 담긴 사진들.
 
야구모자 사내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감정이 나가버린 듯한 어투로, 물었다.
 
" 선생. 혹시 내 딸이 죽은 이유가... 선생 때문입니까? "
" 아...아, 아닙니다! 나, 난 구해주려고 했는데...! 이, 일단 왕따의 증거를 찍어놔야 하기 때문에! 어어 맞아 증거용으로 찍어야 하니까! 난 
정말 바로 구해주려고 했어! 떨어진 건 내 잘못이 아니라, 지가 발버둥을 치다가!! 어! "
 
정신없이 변명을 토해내는 양복 사내의 얼굴을, 야구모자 사내가 아무 말 없이 싸늘하게 쳐다만 보았다. 
그 눈빛에 압도당한 양복 사내는, 부들부들 떨면서 저자세로 빌었다.
 
" 자, 잘못했습니다! 절대 나쁜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난 단지...! 아니아니,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
 
콧수염 사내가 그를 경멸의 시선으로 쳐다보다가,
 
" 끌고 가! "
" 저, 전 정말! 따님의 죽음과는 전혀 관계가...! 저는 단지 왕따의 증거를 찍어놓으려고...! "
 
끌려가면서도 연신 변명을 해대던 양복 사내가 퍼뜩! 끌려가는 걸 저항하며 다급히 말했다!
 
" 파, 판돈! 저 돈은! 내 돈은...! "
 
콧수염 사내가 한껏 비웃었다.
 
" 도박 자금은 모두 국가에 환수야! "
" 그, 그런...!  "
 
양복 사내가 망연자실할 때, 야구모자 사내가 손을 뻗어 본인이 덮어 두었던 2장의 카드 패를 한 장씩 뒤집으며 말했다.
 
첫 번째 카드- ' 다이아 A '
 
" 선생. 난 절대로 선생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두 번째 카드- ' 스페이드 8 '
 
" 뭐, 뭐야?! 이런 씨! "
 
양복 사내의 얼굴이 마구 일그러졌다! 야구모자 사내의 패는 '크로바 A 플러시'가 아닌, 아무것도 없는 '무패'였다. 
그런 그를 강렬히 노려보며 야구모자 사내가 다짐하듯 이를 악물어 말했다.
 
"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
 
그 강렬한 적의에 침을 꿀꺽 삼킨 양복 사내가 다시금 빌었다.
 
" 자, 잘못했습니다 아버님! 근데 따님의 죽음은 정말 저와는 관계가...! 저는 나쁜 의도라기보다, 정말 왕따 행위에 증거가 있어야 했기 때
문에...! 아니아니, 다 죄송합니다! 제가 다 죄송합니다! 용서하십시오 아버님! 아버님께서 눈물을 흘리는 그 '두 아이'를 용서했던 것처럼, 저도 용서를...! "
 
야구모자 사내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 누가, 그 두 아이를 용서했답니까? "
 
" 으,응? "
 
 
야구모자 사내는 양손을 모아 붙여, 앞으로 내밀었다.
 
 
" 난, 내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자를 용서한 적이 없습니다. 다, 죽여버렸지. "
 
 
콧수염 사내가, 그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 ?! "
" 크흠흠! 그럼, 얼른 가지. "
 
콧수염 사내가 헛기침을 하며 모른 체, 앞서 걸었다. 
야구모자 사내가 양복 사내와 나란히 끌려가며, 나직하게 말했다.
 
 
" 같은 교도소에서 만납시다. 꼭. "
 
" ...... "
 
 
양복 사내의 얼굴이 창백하게 새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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