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그녀와 등산


그가 아직 20대 초반이었을 때, 젊음에 의지하여 혼자 등산하는 것에 몰두했다.
 
날씨가 나쁘든, 설산이든, 처음 세운 계획은 반드시 수행하고 만다! 가 목표라 마구잡이로 등산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등산 계획을 세우던 중 좋은 분위기가 되어 가고 있던 여자가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솔직히 민폐라고 생각했지만 반해서 약해진 맘에 OK했다.
 
 
세웠던 계획은 재검토 하고 산은 초보자도 오를 수 있는 산으로 골랐다.
 
필요한 장비를 사러 가거나(첫 데이트라고 했다) 산에 대한 지식을 말하자 그녀는 존경스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우쭐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산에 오르기 시작하자 그녀의 페이스가 너무나도 느렸다.
 
처음엔 상냥하게 말을 걸었지만 그러는 동안 그녀는 지친 건지 빈번하게 휴식을 요구하게 됐다.
 
물도 벌컥 벌컥 들이켜 마셨기에 가져온 물통은 금방 텅텅 비었다.
 
그가 자신의 물통도 건네주자 그것도 점점 다 마셔버렸다.
 
세웠던 계획대로는 전혀 진행되지 않아서 그는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또 다시 그녀가 쉬자고 말했을 때, 펑 터진 것처럼 그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
 
 
“바로 20분 전에도 쉬었잖아! 이래서는 언제까지고 정상에 오를 수 없어!
 
오르기는커녕 텐트를 칠 장소에도 도착하지 못해!”
 
 
그녀는 놀란 건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는 “니 멋대로 쉬어!”라고 말하며 먼저 오르기로 했다.
 
 
잠시 후 올라간 곳에서 맑게 흐르는 물을 발견했고, 그는 손으로 떠서 그 물을 마셨다.
 
물통은 여자가 갖고 있었고 실은 굉장히 목이 말라 있었다.
 
 
“왜 그렇게 짜증이 났지? 마치 뭐에 씌인 것 같았어”
 
 
물을 마시고 나자 갑자기 진정됐다.
 
평소의 자신을 되찾은 그는 급히 그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쉬고 있을 터인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헤매고 있나?”
 
“길을 잘못 들었나?”
 
“어딘가에 미끄러 넘어져 떨어진 건…”
 
 
싫은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그는 급히 주변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는 도중 몇 번이나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로부터의 대답은 없었다.
 
몇 번이고 길을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설마 화나서 돌아가버렸나?”라고 생각했지만
 
도중에 있었던 힘든 곳을 그녀가 혼자서 통과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참고로 통나무 하나로 된 다리. 그녀는 여길 굉장히 무서워해서 꽤나 건너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눈물이 날 정도로 후회했다고 한다.
 
 
“왜 처음으로 산에 오르는 여자애한테 그런 짓을”
 
“난 왜 이렇게 자기중심적인 남자냐”
 
“그토록 기대해주었는데”
 
“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어”
 
 
문득, 발자국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들어보니 등산객으로는 보이지 않는 노인이 걸어가고 있었다.
 
노인은 그를 향해 스윽 손을 올리며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마치 “저쪽이다”라고 하는 것처럼.
 
그 손가락은 길에서 벗어난 숲속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노인이 가르쳐준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노인은 또 다시 손가락으로 방향을 지시했다(그렇게 보였다고 한다)
 
 
그쪽으로 향하자, 또 가리키고, 또 향하고, 가리키고…
 
 
그러자 거기엔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나무의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괜찮아!? 곧 떼어줄게!”라고 다리를 당겼다.
 
 
하지만 당겨도 떼어지지 않았고 등산화를 벗기고 나서야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괜찮아?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그가 말하자 그녀는 “나야말로 미안해”라고 말했다.
 
 
안심한 그는 아까의 그 노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그녀에게 물어봐도 노인 같은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길에서 벗어나 숲속을 걷는 도중, 나무의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고 했다.
 
그가 부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았기에 정말로 무서웠다고도 했다.
 
 
그 후, 그녀의 다리는 염좌까진 아니더라도 상처는 입었기에 결국 그날은 근처에 있는 오두막에 묵었다고 한다.
 
그녀와는 무사히 화해도 하고 다음날 산을 내려갔다.
 
 
그 후 그는 혼자만의 등산도 계속하면서 그녀와의 등산도 즐기게 됐다.
 
물론 그녀의 페이스를 지키면서.
 
 
수년 후, 그들은 결혼하여 중년 이상의 나이가 된 지금도 때때로 근처의 산을 오르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 노인은 산신령이나 정령이라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렇게 말한 아저씨는 이렇게도 말했다.
 
 
“내가 그렇게 짜증이 났던 것도, 산의 장난이 아닌가 생각해서 말야.
 
산의 물을 마시고 갑자기 진정되었는데 만약 그때 마시지 않았다면…
 
난 아마 그대로 먼저 갔을 것 같아.”
 
 
산에는 장난을 치는 존재도 있으면 반대로 돕는 존재도 있다…는 걸지도 모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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