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춘문예] 문학의 안쪽으로 손 내밀겠습니다


[2018 신춘문예] 문학의 안쪽으로 손 내밀겠습니다

[문학평론 당선소감/문학평론 부문 심사평]

[문학평론 당선소감]
문학의 안쪽으로 손 내밀겠습니다

소유정

열 살 터울 오빠의 책장은 말 그대로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의 작가가 쓴 책을 꺼내 들고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읽어나갔습니다. 알지 못했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 알 수 없었던 감정을 알아가는 일은 그 책장 앞에서 시작됐습니다.

책장을 채우던 오빠 나이쯤 됐을 때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왜 문학을 읽는가?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던 것도 같습니다. 이촌을 넘어가는 지하철 4호선 열차 안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질문은 불쑥 또 자주 찾아왔습니다. 미지의 세계와 조우하는 일이 어릴 적만큼 흥미롭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문학을 읽으며 그것을 통해 위로받는다고 말하고, 저 역시 그래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른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감히 내가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되는 거라면, 타인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공감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 끝자락이라도 쥐어보고 싶었습니다. 문학의 안쪽으로 손 내밀고 싶었습니다.

작은 열망을 보듬어주신 선생님 두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게 ‘어느 순간’을 열어주신 강유정 선생님, 시 읽기의 즐거움을 알려주신 김행숙 선생님, 오래오래 자랑스러운 제자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이’의 심연에서 소중한 낱말을 나눠주신 이제니 시인, 부족한 제 글을 봐주시고 기회를 주신 조재룡 선생님께도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말하지 않아도 늘 제 행복을 빌어주는 가족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한 번쯤 엄마를 기쁨에 울게 하는 딸이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이룬 것 같아 뿌듯한 마음입니다. 사랑합니다. 곁에서 언제나 애정을 주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클레이에게. 고마워요, 같은 마음입니다. 함께 공부하는 ‘일겜희’ 친구들. 남현·서연·서현·수경·보경. 빠짐없이 고맙고 사랑해요. 모두 나열할 수 없지만 마음으로 지지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제 조심스레 손 내밀어보려 합니다. 영원히 알 수 없을 것 같고, 조금은 알 것 같고, 지금 여기이기도 한 세계를 향해. 상처 어루만지듯 섬세하게 읽겠습니다. 겸손하고 단단한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욕심이 스스로를 병들게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992년 경기도 안양 출생

―강남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재학

[문학평론 부문 심사평]

詩語의 ‘사이’에 주목한 개성적 해석… 군더더기 없는 전개 돋보여

응모작은 치밀한 읽기가 대세를 이뤘다 할 정도로 미시적 관점의 분석에 더 집중했다. 위기에 대한 진단이 무성했던 예년과 달리, 현실 진단에 정교함과 섬세함을 갖춰나가면서 비평이 자생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현실을 추수하는 대신 작품의 현실, 그러니까 작품이 지어 올린 세계와 작품을 통해 조명된 문제, 이 세계를 빚어내고 받아내고 비판하고 횡단하는 데 바쳐진 문학성 전반을 가늠하고, 그 가치를 현실 속에서 다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가 속속들이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심 끝에 조대한·조자영·황금하·소유정씨를 후보군으로 추렸다. 조대한씨의 글은 미학과 정치의 가능성을 타진해나간다. 글은 섬세하고 논지는 탄탄하다. 주체와 타자의 불일치를 넘어서려는 시적 태도의 고안이 바로 시의 윤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유려하고 균형 잡힌 언어로 추적한다. 다만 주제를 조금 더 밀고 나갔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출발은 장대했으나 끝이 조금 미진하다. 통상 우리가 결론이라고 여기는 부분이 글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조자영씨의 글은 황정은 소설의 구체성과 현실성을 경제 논리에 기대 정교하게 파고든다. 직업, 계급, 돈, 동일화, 평등, 갑을 관계, 공동체 같은 다소 무거운 주제가 타자를 부정의 극단으로 밀어낼 때 확보되는 ‘각자도생의 윤리’라는 주제 아래 일목요연한 비평의 발걸음을 만들어낸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커다란 이야기를 꺼내 든 서두는 다소 무거워 보이며, 인용이 과다해 읽기 흐름을 더러 방해한다. 각주 27개는 정보의 풍요와 논지의 정당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는 판단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글의 흐름을 다소 둔탁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황금하씨의 글은 이 세계의 견고함과 무질서·파시즘에 맞서 소설이 어떻게 지루한 일상에서 ‘이방인’의 지위를 고안해내고 역할을 풀어놓는지 꼼꼼하게 전개했다. 멋 부리지 않은 말의 결곡함과 진정성에도 글의 장점이 있었다. 파국과 종말의 서사가 일상 세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예비되고 있으며, 예상키 힘든 다면적 양태로 표출되는지, 어떻게 이방인의 문법이 소설의 골격을 이루고 고유한 힘이 돼 살아나는지를 단련된 언어로 보여줬다.

소유정씨의 글은 낱말과 낱말, 문장과 문장의 ‘사이’에 주목해 이제니 시인의 시집 두 권을 대상으로 시적 언어의 무한한 해석 가능성 중 하나를 개성적으로 포착했다. 시어의 소리·이미지·리듬에 대한 분석이 형식적 단순함에 매몰되지 않고, 시의 주제 의식을 돌올하게 하는 훌륭한 재료로 살아나 비평 전반을 풍요롭게 했다. 일정 철학이나 사상에 기대지 않고, 분석이 필요할 때 분석을 제시하고, 멈춰야 할 때 정확히 그렇게 했다는 데에도 글의 미덕이 있었다.

네 편 모두 당선작이 될 만한 역량을 보여줬지만, 최종적으로 황금하·소유정씨의 글이 남았다. 둘 다 장점이 뚜렷하고 문장과 분석이 탄탄했으며, 읽을수록 좋아지는 글이었다. 어느 글이 당선돼도 무방하다는 전제 아래 마지막으로 고려한 것은 군더더기 없는 전개, 즉 글의 경제성이었다. 소유정씨의 글을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당선을 축하한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조선일보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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