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경의 한류탐사] 아이돌 수퍼스타, 지드래곤


[홍석경의 한류탐사] 아이돌 수퍼스타, 지드래곤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올해 6월 시작한 단독 세계 투어를 최근 마쳤다. 19개국 29개 도시 36회의 대형 투어였다. 빅뱅은 멤버들의 개인 활동이 두드러진 그룹이어서 단독 콘서트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료의 범법 사건으로 그룹 활동이 위기에 처하고 입대를 앞둔 상태에서, 개인적 감회가 무겁게 실린 투어였다. 멀리서 세계 각국의 팬들이 실어 나르는 공연장 영상과 댓글로 엿본 그의 무대는 ‘모태’라는 투어의 주제와 걸맞은 선명한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팬들을 열광시키는 그의 모습 또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붉다. 모태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지드래곤이 아닌 권지용이라는 이름도 되찾고.

중앙일보

한류탐사 10/14

현재 K팝 현장에서 가장 가시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방탄소년단이 팬덤의 크기와 각종 공식 순위를 통해 자신의 중요성을 강화해 가야 한다면, 지드래곤은 더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K팝 문화가 생산한 최고의 스타이다. 그는 열세 살부터 활동을 시작해 일과처럼 작곡과 춤을 배웠으며,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의 공개적 아이돌그룹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데뷔했다. 지금은 초대형 스타지만 불과 십수 년 전 연습생 시절엔 극심한 자기 통제와 노동집약이 원칙인 시스템 속에서 현재의 자리에 도달한 것이다.

이 시스템 속에서 대부분의 아이돌은 칼군무 습득과 ‘올바른’ 행동거지에 유의하지만, 그는 노래에 삐딱함과 자아를 표현한다. 아이돌들이 ‘올바른’ 생활에 어울리지 않는 섹시 댄스 퍼포먼스로 소구할 때, 그는 상징성이 짙은 뮤직비디오와 메시지가 있는 선정성으로 한국 사회의 이중적 규범에 도전한다. 소년 같은 이미지로 여성성과 남성성을 기묘하게 혼합하는 독특한 패션 스타일은 성 정체성과 나이 정체성을 혼동하는 독창적인 것이다. 지드래곤이라는 스타의 어떤 부분이 한국에 속하는 것일까 싶지만, 그가 만드는 발라드는 동시대 한국인이 사랑하는 가장 서정적인 곡들 중 하나이고, 댄스곡은 세대를 넘어 춤추게 한다. 그는 한국 대중문화에서 스타 연구를 한다면 가장 먼저 대상이 되어야 할 인물로, 한국의 보위이고 프린스이다. 홀로 앞서 나가는 자로서 외롭고 어깨가 무거울 것이지만, 그만의 독특한 신명으로 오래오래 무대에서 놀아주기를 기대한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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