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한국GM까지 ‘투톱’ 위기..”군산경제 바닥치고 뛸 것”


현대重·한국GM까지 '투톱' 위기..

[[송년 현장르포]떠오르는 도시, 쇠락하는 도시 – 군산]

지난 20일 오전 군산역. 한파보다 더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손님을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다는 택시기사 고모씨는 시동을 걸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3~4년 전까진 한국GM 협력업체에서 일했어요. 일감이 자꾸 떨어지니 입에 풀칠은 해야겠다 싶어 택시 핸들을 잡았죠. 그런데 요즘엔 연말 시즌인데도 저녁에 군산 시내에도 사람이 없어 사납금 채우기 버겁네요. 그나마 집에서 놀고 있는 지인들보단 낫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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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군산공장 입구/사진=이동훈 기자

◇현대重에 한국GM까지 ‘투톱’ 위기”…군산경제 올해 바닥친 뒤 뛸 것” 희망가= 20~30분 산업도로를 따라 군산산업단지 쪽으로 가보니 몇몇 덤프트럭들만 쌩쌩 달릴 뿐 거리는 한산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있던 거대한 부지는 가동 중단 이후 직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을씨년스러웠다.

점심시간이 다가왔지만 군산조선소 직원들이 자주 찾던 오식도동 먹자골목과 원룸촌은 마치 ‘유령 도시’를 연상케 했다. 여러 식당이 문을 닫았고, 상가건물 창문엔 ‘임대’를 알리는 광고지만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연말·성탄 분위기는 이곳에선 사치에 가까웠다.

인근 지역 주민 A씨는 “조선업 활황기 때 서울에서까지 부동산 투자를 하러 오고, 원룸이 모자라 난리였는데 이젠 마치 전쟁이 한차례 쓸고 지나간 듯하다”며 씁쓸해 했다.

군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이 지역 인구는 27만5320명으로 조선소 가동 중단 전인 지난해 말(27만7551명)보다 2000명 넘게 줄었다.

군산에 자리 잡은 ‘투톱’ 기업 가운데 한곳이 공중분해 되자, 이제 관심과 기대감이 한국GM으로 더 쏠리는 분위기였다. 특히 지역민들을 만나면 “한국GM은 글로벌 기업이자 우리 향토기업”이라며 “꼭 살려야 한다”는 의지와 애착이 높았다.

프로젝트별로 외부에서 온 인력들이 이합집산하는 조선업과 달리 전후방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은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군산시청 관계자는 “가뜩이나 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지역 경제가 극도로 침체된 상태인데 전북 수출의 30%, 군산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한국GM 공장 철수는 지역 경제를 연쇄적으로 몰락시킬 수 있어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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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오식도동 식당가/사진=이동훈 기자

정규직에 협력업체 직원과 그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한 개 군(郡) 인구 수준에 육박하는 4만~5만명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파악된다. 군산이 또 하나의 ‘쉐보레 도시’로 불리는 이유다.

군산공장은 한국GM의 국내 완성차 공장 중 막내로 1997년 세워져,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 의미가 남다른 해이지만 내내 ‘철수설’로 시달렸다.

GM의 준중형 모델 전문 라인인데, RV(레저용 차량) ‘올란도’는 노후화로 생산 중단됐고 ‘신형 크루즈’는 올 초 출시됐지만 부진을 겪고 있다. 이 공장은 2011년 만해도 연 27만대에 달하는 생산량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으나, 현재 10분의 1 정도로 떨어지는 추세다.

2015년부터 이미 1교대(주간근무)로 돌아섰으며, 올 들어 가동률도 20~30%대에 그쳐 쉬는 날이 더 많다. 전반적인 준중형 세그먼트 시장의 위축에다 본사의 유럽 등 수출시장 철수 등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때문에 현장의 직원들은 ‘크루즈 해치백’ 모델이나 ‘올란도 대체 차종’에 대한 물량 배정을 본사에 촉구하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들이 직접 ‘한국GM 쉐보레 살리기’ 운동에 자발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부터 군산시와 군산상공회의소·학계·시민 등 3000여명이 군산공장 정상화를 위한 결의대회를 벌였다. 전북 주민이 쉐보레 차량을 구입할 때 지방자치단체와 회사가 펀드를 공동 조성해 추가할인 해주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윤진주 전북자동차산업교류회 상임부회장(호원대 교수)는 “한국GM이 전북 경제는 물론 산학협동 등 교육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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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산업단지에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정상화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이동훈 기자

◇”인프라·새만금 호재…GM본사서 되레 군산공장 키워야”= 카젬 한국GM 사장이 지난달 군산을 직접 방문한 것도 고무적이라는 게 지역 사회 반응이다.

카젬 사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언급을 했지만, “어렵다고 하소연만 하기보다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만 해도 의미가 있다”는 게 지역 반응이었다.

문용묵 군산시 지역경제과장은 “올해 군산 경제가 바닥을 쳤지만, 저력이 있는 만큼 새해에는 되살아날 것”이라며 “GM도 열정을 보여야 할 것이고 지자체는 물론 중앙 정부도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역 경제인들은 되레 GM이 ‘역발상’으로 군산공장에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한다.

김동수 군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원래 IMF 외환위기 직전 대우그룹이 해체되기 전 대우차가 군산을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키우려고 대규모 부지도 확보했었다”며 “서해안 시대에 공항·항만 등 인프라가 구축된 곳인 만큼 군산을 주요 생산 허브로 검토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욱이 현 정권에서 새만금 개발 의지가 있는 만큼 최적의 조건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북 경제계에서 한국GM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GM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는 등 올해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다수의 군산 시민들은 안타까움과 함께 우려를 표했다. B씨는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노조가 대승적으로 사측과 함께 돌파하겠다는 의향을 보이면 미국 본사에서도 노조를 ‘리스크’로 생각하기보단 ‘리턴’을 주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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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부지 인근 모습/사진=이동훈 기자

군산(전북)=장시복 기자 sibok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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