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정의 직구리뷰]그 어떤 로맨스보다 낭만적이다…‘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한현정의 직구리뷰]그 어떤 로맨스보다 낭만적이다…‘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삶의 종착역에서 소중한 이에게 무엇인가 기억될만한 것을 남긴다면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이제는 낡았거나 다소 촌스럽고,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 이유로 외면 받는 중요한 감정과 의식들이 다시금 되살아난다. 가히 그 어떤 로맨스보다도 낭만적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돼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하고, 카를로비바리, 프랑크푸르트,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감독 임대형)가 2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암 선고를 받은 시골 이발사 모(기주봉)씨가 마지막일지도 모를 크리스마스를 생의 클라이맥스로 만들 계획을 세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따뜻하고 낭만적인 흑백영화다.

총 다섯 개의 챕터로 나눠진 영화는 정갈하면서도 절제돼 있고 위트가 넘치면서도 사랑스럽다.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며 엉뚱하고 기발하다. 잔잔한 코미디의 타이밍 센스가 돋보이는 동시에 드라마적 무게 역시 잃지 않았다. 영화에 온전히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외에도 너무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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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만일의 세계’로 서울독립영화제(2014) 우수작품상, 미쟝센단편영화제(2014) 심사위원특별상 등을 받으며 주목받은 신인 임대형 감독은 이번 영화에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희비극을 레퍼런스 삼아 엉뚱하지만 사려 깊고, 담담하지만 경쾌하며, 슬프지만 유머러스한 화법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아낸다. 담백한 스토리텔링에 ‘신의 한수’인 음악이 제대로 어우러져 독특한 정서와 감흥을 자아낸다.

무뚝뚝한 현재의 모습과 달리, 그의 내면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존중과 사랑으로 가득하다. 절망의 순간 마주한 아내와 어린 아들의 영상.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이, 억지로 눌러두었던 그리움이, 미처 털어놓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나온다.

그리곤 찰리 채플린을 좋아했던 아내를 위해 채플린 모자를 쓰고,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본다. 추억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젊은 날의 자신의 꿈이자 홀로 남을 아들의 꿈의 접전지에서 소중한 친구들을 위한 영화를 만든다.

낯선 듯 친숙한 흑백 영화. 낡은 일기장을 꺼내 보는 듯 설레면서도 담담한 모씨의 나레이션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감독의 따뜻한 시선과 발칙하고 기발한 상상력, 순수한 메시지와 독특한 개성은 독립영화의 매력을 제대로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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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같은 성과에는 역시나 주연 배우 기주봉을 비롯해 오정환과 고원희의 연기력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기주봉은 고독하고도 메마른 현실에서부터 코미디를 거쳐 찰리 채플린의 슬픈 오마주까지 도달한다. 그야말로 만개한 연기력을 뽐낸다. 그의 아들 스데반 역의 오정환과 아들의 여자친구 역을 맡은 배우 고원희 역시 현실적인 커플 연기를 섬세하고도 담백하게 따뜻하면서도 공감이 가도록,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준다.

‘영화’는 여전히 ‘예술’의 영역 안에 있음을, 현실을 머금은 창조적이고 위대한 작업임을 새삼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누구나 반복되는 시간을 살지만, 그 평범한 일상조차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 찬란한 생의 클라이맥스를 꿈꿀 것이다. ‘메리 그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이 같은 삶의 진리를, 우리가 잊고 사는 ‘의미’를 사랑스럽고 낭만적으로 담아냈다. 오는 12월 14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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