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의 환경칼럼] 원자력 있으면 태양광·풍력이 더 잘된다


[한삼희의 환경칼럼] 원자력 있으면 태양광·풍력이 더 잘된다

월성 1호만 폐로 안 해도 한 해 수천억원 이득

원전 利益 투입해 태양광·풍력 키울 생각 왜 못 하는 건가

전기료 인상 고통받을 빈곤층은 안 보이나

정부가 20일 ‘재생에너지 2030’ 계획을 발표했다. 태양광 설비를 2030년까지 6.4배(5.7GW에서 36.5GW로), 풍력은 14.7배(1.2GW에서 17.7GW로) 늘린다는 것이다. 100조원 든다. 앞서 14일엔 월성1호기 조기 폐로, 신규 원전 6기 백지화, 노후 10기 수명 연장 불허를 핵심으로 하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태양광·풍력을 확충하려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월성1호기는 68만㎾ 설비다. 90% 가동한다 치면 전력을 연간 53억6112만㎾h 생산할 수 있다. 정부는 원전만 아니라 석탄 발전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월성1호 전력은 가스 발전이 대체할 공산이 크다. 작년 말 기준 연료별 발전 단가(㎾h당 원전 68원, 가스 101원)를 적용하면 연간 1700억원 더 든다. LNG는 가격 변덕이 요란하다. 2015년엔 가스 발전 단가가 169원이나 했다. 이 가격이라면 월성1호 폐기로 늘어날 부담은 한 해 5700억원이나 된다. 원래 지불할 필요가 없는 비용이었다. 탈(脫)원전을 포기해 원전 더 짓고 기존 원전 수명을 늘리면 에너지 부담이 한 해 수조원씩 줄어들 것이다. 이 돈을 태양광·풍력에 쏟아붓는다면 한국은 세계적 신재생 강국이 된다.

저소득층은 가계 소비 가운데 전기료 비중이 높다. 저소득층이 쓰는 가전제품은 에너지 효율도 나쁘다. 태양광·풍력을 늘릴수록 전기 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 빈곤층이 제일 먼저 타격받는다.

반면 태양광 보조금 혜택은 주로 중산층이 누린다. 독일은 일본 후쿠시마 사고 후 ‘원전 폐쇄, 신재생 확충’으로 돌아섰다. 그 정책을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 에너지 전환)’라고 부른다. 에네르기벤데는 전형적 중산층 우대 정책이다. 독일인의 자가(自家) 보유율은 43%밖에 안 된다. 주택 보유 중산층은 태양광 보조금을 받는다. 집이 없는 빈곤층은 7년 사이 23% 오른 전기료를 물어야 한다. 에너지 학자 바츨라프 스밀은 이런 퇴행적 모순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했다. 허위 의식이 눈을 어둡게 만들어 뻔한 결과를 못 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풍력이 분산형 전력이어서 민주적이라고 하는 주장이 있다. 많은 시민이 전력 생산에 참여하고 각자 생산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 민주적이라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그런 뜻인지 의문이다. 국민 가운데 자급자족형 에너지를 원하는 사람도 있긴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압도적 다수는 번거롭고 경관을 해치는 태양광·풍력보다 대형 발전소에서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해주길 원할 것이다. 발전소와 송전탑으로 피해 보는 사람들에겐 충분히 보상해줘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이 일자리 창출에 도움 된다는 주장도 있다. 같은 전력 생산에 더 많은 사람이 투입돼야 한다면 생산 효율이 나쁘다는 뜻일 뿐이다. 농업에 기계·비료·농약이 투입돼 생산성이 높아졌다. 그 덕에 힘든 농사일에서 해방된 인력이 도시의 첨단 공장과 사무실에서 일하게 됐다. 그것은 사회의 진보 아닌가. 태양광·풍력을 늘리면 늘릴수록 점점 햇빛·풍속이 약한 곳을 찾아가야 한다. 그럴수록 경관 파괴는 더 심해질 것이다. 정부는 현재 29만개인 주택 태양광을 2030년 156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래 봐야 신고리 5·6호기 생산 전력의 30%에도 못 미친다.

지구 표면에 내리쬐는 태양에너지는 인류 소비 에너지의 1만2000배라고 한다. 태양에너지를 동력(動力)으로 하는 태양광·풍력은 미래 에너지로 잠재력이 있다. 기술 개발과 보급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원자력의 값싸고 풍부한 전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풍력은 원자력을 적(敵)으로 볼 필요가 없다. 둘은 대기오염·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도 손을 맞잡고 가야 할 동지적(同志的) 관계다.

[한삼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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