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실·장’ 있어야 제2 제천 막는다


'지·도·실·장' 있어야 제2 제천 막는다

[초동화재 진압 시스템 이렇게 보완하자, 전문가들의 제언]

지 – 원요청은 출동과 동시에

도 – 면은 선착대가 가져가야

실 – 전처럼 훈련시스템 바꾸자

장 – 비점검은 불시에 하라

29명이 숨진 제천 화재 참사는 초동 화재 진압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소방대원들은 출동 초기 2층 사우나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 건물 도면을 챙겨가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소방관의 평상시 훈련 등 시스템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선착대가 도면부터 챙기도록 개선을

제천 화재 진압 대원들은 평면도도 없이 1층 화재라는 정보만 듣고 지하부터 진압하려 했다. 전문가들은 “현장에 도착하기 전 건물 구조와 소방 설비·차량 접근 경로까지 파악돼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지방 소방서에서는 실제로 건물 도면 없이 출동부터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선착대가 일단 출격하면, 후착대가 몇 분 후에 도면을 종이로 출력해 가져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건물 도면을 디지털화해 태블릿PC에 전송하는 서울소방본부 사례를 전국에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방 소방서도 서울소방본부처럼 도면에 건물 구조, 소방 차량 접근 경로, 비상구 등 필요한 정보를 철저히 기록하고 태블릿PC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선착대가 디지털 도면을 먼저 챙겨 출발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출동할 때부터 인원 지원 요청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천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신고 접수 7분 후인 당일 오후 4시, 충청강원119특수구조대에 출동 요청을 한 것은 도착 후 30분이 지난 오후 4시 30분이다. 현직 소방관들은 “불이 난 스포츠센터는 제천에서 가장 높은 9층짜리 상업시설이었다. 현장지휘관이 출동과 동시에 지원 요청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경력 30년인 한 지방 소방 간부는 “요청이 늦어 제천소방서 소방대원 4명이 화재 진압을 하고, 4명이 구조를 하느라 진땀을 빼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대형 사고가 예견될 경우 현장지휘관이 출동과 동시에 시·도 소방본부에 지원을 요청해 인력을 지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상황실과 현장의 연결이 긴밀하지 못했던 이유로 무전기가 작동하지 않았던 점을 든다. 원인으로는 교신이 끊기는 음영 지역이었을 가능성과 전기 배터리 방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장비 자체의 성능보다 평상시 점검이 문제”라고 말한다. 무전기가 방전되는 일이 잦은데도 배터리 교체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하성 교수는 “무전기 배터리는 수명이 6개월인데, 문제없이 쓰려면 6개월이 아니라 5개월에 한번씩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또 “노후된 사다리차는 기온이 떨어지면 윤활유가 굳어진다”며 “일정 간격을 두고 점검할 것이 아니라 날마다 살펴야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구조에선 출동한 사다리차가 제때 작동하지 않아1시간 넘게 구조 작업이 지연됐다. 현직 소방관들이 가입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지방에선 장비 점검을 제대로 안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장비나 시설 점검을 수시로 하고, 무거운 과태료를 매겨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보여주기식 훈련, 실제처럼 강화해야

전국 시·도마다 화재 발생 건수의 차이가 크다. 소방관의 실전 경험에도 격차가 생긴다. 결국 훈련이 현장 대처력을 좌우한다. 그러나 지방 소방서의 훈련은 토의식이거나 매뉴얼 숙지에 그친다고 소방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충북 지역에 근무 중인 한 소방관은 “1년에 한두 차례 대형 시설과 소방서가 합동 훈련을 하지만 짜인 시나리오에 따라 연극배우처럼 움직일 뿐”이라며 “불법 주정차 차량도 미리 치워놓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충북의 한 퇴직 소방관(63)은 “이번 참사는 경험이 부족한 지방 소방관들의 대응 실수도 인정해야 한다”며 “가상 소방 훈련을 불시에 자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청소방학교 관계자는 “서울이나 경기 지역 소방학교처럼 실제 화재를 가정한 훈련시설이 없기 때문에 폐차에 불을 붙여놓고 끈다거나 캄캄하게 해놓고 연기를 피워 화재 상황을 재연하는 수준”이라며 “대형 건물 화재에 대응할 만한 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관의 경험과 훈련 상황이 시도별로 편차가 크다”며 “이번 참사처럼 복잡한 구조의 건물에서 불이 나면, 지방 소방대원이 도시 대원에 비해 당황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장은 “대형 참사에 대비한 최소한의 훈련은 중앙 소방청에서 지휘를 하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했다.

서울 소방학교의 한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현장 근무 인력을 충당하려다 각 시·도 소방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빠지기도 한다”며 “훈련과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천=신정훈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Like it? Share with your friends!

0

Comments 0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게시물 선택
글+이미지
텍스트 에디터 사용가능
이미지
포토, 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