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체관광 찔끔 풀며 ‘사드 앙심’


베이징·산둥서만 허용하고 “롯데 호텔·면세점은 안된다”

온라인 판매·전세기·크루즈 금지 등 온갖 조건 다 달아

한국 행동 봐가며 사드 보복 해제 조절하겠다는 메시지

중국 관광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여유국이 28일 베이징과 산둥성 지역에 한해 한국행 단체 관광 금지를 해제하기로 했다. 지난 3월 한국행 단체 관광을 전면 금지한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일부나마 단체 관광 금지를 해제한 것이다. 그러나 롯데그룹 숙박·면세점·위락 시설은 사용하지 말라고 못 박는 등 각종 제한을 달아 뒤끝 있는 해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여유국은 이날 베이징과 산둥·산시·허난성 등 지역별로 해외 송출 여행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베이징·산둥성 지역에 한해 한국행 단체 관광을 허용한다’는 구두 지침을 하달했다. 전체 한국 방문 중국 관광객 숫자에서 두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선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침에 날짜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즉시 시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국가여유국은 한국 여행 상품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여행사 대리점을 통한 오프라인 판매만 허용하는 등 판촉은 제한했다. 또 크루즈와 전세기를 이용한 단체 관광도 금지해 대규모 모객도 어렵게 했다. 롯데호텔 숙박이나 롯데면세점 쇼핑, 롯데월드 관람 등 롯데그룹과 관련된 일정은 일절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도 내렸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일단 이번 조치로 중국 내 여론의 반응을 떠본 뒤 해제 폭을 조절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 10월 31일 한·중 외교부가 동시에 사드 협의문을 발표한 이후 첫 사드 보복 해제 조치다. 다음 달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나온 우호적 제스처 성격도 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선 우리 정부가 요구해온 ‘중국 내 한국 기업의 어려움 해소’ ‘예전 수준의 인적 교류 회복’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해서는 ‘보복 조치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사드 문제가 봉인됐다는 청와대의 발표와 달리 중국은 ‘사드에 대한 한국의 적절한 처리’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저런 제한들이 잔뜩 붙은 국가여유국의 이번 조치는 ‘한국이 하는 것을 봐가면서 사드 보복 해제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한국 길들이기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여유국은 이날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성과 지린성 거주자를 제외한 다른 지역 중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금지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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