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새는 정부예산](단독)산하기관이 주무르는 정부 예산…정보화예산 술술 샌다


유사사업, 이름만 바꿔 십수억 예산 타낸 문화정보원…어떻게?

3조2000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정부 정보화예산 편성과정에 법적권한이 없는 기관이 개입했다.

문재인정부가 각 부처 예산절감에 나섰지만, 이 기관은 예산 편성과정의 헛점을 악용해 오히려 내년 예산으로 37% 가까이 늘렸다. 유사 국고지원 사업을 이름만 바꿔 18억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받았다.

15일 <파이낸셜뉴스>가 기획재정부·정치권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한국문화정보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 3개 공공기관은 지난 6월 5일부터 23일까지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예산실 정보화예산팀으로 인력을 파견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세 기관은 모두 기재부로부터 정보화예산을 받는 곳이다.

그럼에도 기재부 예산실은 일손부족을 이유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에 파견을 요청했다. 한국문화정보원은 특히 스스로 파견을 자청했다. 일손을 돕겠다며 파견을 자청한 문화정보원 파견자는 정작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예산을 대폭 늘렸다. 해당 공무원은 업무상 배임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

내년 문화정보원 예산을 보면, 문화정보센터 운영사업 예산만 66억6200만원이다. 올해(62억500만원)대비 4억5700만원(7.37%) 많다. 여기에 ‘문화중심 다부처 연계 플랫폼 구축사업(이하 다부처사업)’이란 국고지원 사업을 따내 18억1800만원을 확보했다. 합하면 전년대비 총 22억7500만원(36.67%)을 늘린 셈이다.

문제는 문화정보원이 내년 국고지원 사업으로 따낸 다부처사업이 ‘중복사업’이란 점이다. 문화정보원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12억원, 13억원을 들여 ‘LOD기반의 문화융성을 위한 문화데이터 융합오픈DB구축사업(이하 LOD사업)’을 집행했다. 이 사업의 내용은 각 공공기관(부처)이 보유한 문화정보 데이터를 상호 연계(LOD)해 국민(사용자)이 통합검색하기 용이하게 만드는 사업이다. 다부처사업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단가도 부풀려졌다. 문화정보원이 기재부에 요구한 예산 18억1800만원은 에이전트(인터넷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이동 단말을 위한 기술)당 개별단가를 모두 개별 조달단가로 계산해 청구한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또, 라이선스를 매년 구매하도록 해 예산을 키웠다. 조달청 나라장터 등록업체 M사와 U사는 “수량이 많은 경우 에이전트 당 단가는 협의에 의해 결정되며, 라이선스도 한번 계약을 맺으면 평생 사용권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해당 소프트웨어는 자체 제작이라 단가를 비교할 수 없다”고 부인했다.

사업 내용이 겹치고 예산도 과다책정된 사업이 ‘2018년 예산안’에 반영된 것은 한국정보화진흥원과 문화정보원 간 형성된 모종의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화진흥원은 올해부터 기재부 예산실이 검토하기 전, 신규 정보화사업 예산에 한해 ‘필터링(사전검토작업·ISP수립)’을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이 때문에 문화정보원은 정보화진흥원에 줄을 대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심지어 타기관에서 인력을 영입하기도 했다.

처음 문화정보원은 2015년 6월 정보화진흥원 P씨를 영입하려고 시도했다. P씨는 문화정보원에 입사를 지원하기도 했지만, 정보화진흥원 전자정부지원사업팀장으로 승진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문화정보원 B부장은 “P씨는 당시 정보화진흥원이 대구로 이전한 탓에 서울에 남기 위해 지원했을 뿐”이라며 “면접과정에서 포기했다”며 이를 부인했다. 대신 지난 2012년 P씨와 함께 기재부 예산실 파견근무 경력이 있는 지역정보개발원 출신 K씨를 영입했고, 입사 한 K씨는 올해 기재부로 파견을 나왔다.

전문가들은 비록 내년 전체 정부예산 420조원에 비하면 적은 액수지만, 이런 식으로 나랏돈이 새고 있다는 사실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산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정부 예산이라면 마땅히 기획재정부가 총괄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정보원은 이번 기재부 예산실 불법파견을 비롯한 각종 비위사실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적발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특별감사를 받고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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