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4시간후 통화’ 희생자가 받은 게 아니었다


20초간 음성사서함 연결된 것… 2층 마지막 통화는 4시 16분

유족대책위, 통화 내용 추가 공개 “故김다애양 5시 12분 생존 전화”

충북 제천 화재 발생 4시간 뒤에도 건물 안에 생존자가 있어 통화가 연결됐다는 유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29일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희생자와 연결됐다던 통화 기록은 오해에서 빚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불이 나고 4시간 뒤에도 통화가 연결됐다는 희생자 안모(58)씨의 휴대폰을 수거해 조사한 경찰은 “고인이 전화를 받은 것이 아니라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된 흔적이 남은 것”이라고 밝혔다. 안씨의 여동생은 지난 21일 오후 8시 1분쯤 고인과 20초간 통화가 연결됐다고 주장했다. 안씨의 여동생은 전화가 연결됐을 당시 ‘오빠 어디야, 괜찮아’라고 여러 차례 물었으나 전화기를 통해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안씨의 유족은 당시 통화 기록을 취재진에 공개하고 안씨의 생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들은 “충분히 살 수 있었던 사람이 소방 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희생됐다”고 주장해 ‘구조 골든타임’ 논란이 일었다. 안씨 유족 측은 이날 경찰 발표에 대해 “경찰 조사가 그렇다면 믿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화재 당일 오후 5시 18분쯤 희생자 김모(여·80)씨가 딸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외손녀(11)와 통화를 했다는 유족의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당일 막내 사위 박모(47)씨는 “장모님이 휴대폰을 챙겨가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외우는 번호가 우리 집 전화번호”라며 “초등학교 5학년인 딸에게 엄마 아빠가 있느냐고 묻고는 끊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씨의 딸이 통화한 할머니는 고인(故人)이 아니라 친할머니였다”며 “통화 목소리가 비슷해 착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족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2층 생존자의 마지막 통화는 오후 4시 16분쯤 희생자 정모(56)씨에게 남편 윤모씨가 건 전화다. 당시 통화에서 윤씨가 “소방서에 연락했다”고 하자 정모씨는 “죽겠어, 빨리 어떻게 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날 유족대책위원회는 추가로 희생자 11명의 휴대폰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8층 현관에서 발견된 고(故) 김다애(18)양은 당일 오후 5시 12분까지 생존해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양 아버지(42)의 휴대폰 통화 내용을 보면 아버지 김씨는 불이 난 후 김양과 총 네 차례 통화를 했다. 2통은 받았고, 2통은 걸어서 연결됐다. 김양은 오후 3시 59분쯤 첫 전화를 걸어 “헬스장에 불이 났다”고 했다고 한다. 마지막 통화는 오후 4시 10분부터 1시간 2분 15초 동안 이어졌다. 김씨는 “전화가 끊어질 때까지도 딸의 기침 소리와 신음을 계속 듣고 있었다”며 “구조대가 서둘러 구조했다면 살릴 수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대책위원회는 “오늘 발표된 수사 결과만으로는 구조 골든타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소방 당국의 늑장 대응에 대한 명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천=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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