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시시각각] 박태준 ‘청진 포항제철’의 꿈


[전영기의 시시각각] 박태준 ‘청진 포항제철’의 꿈

포스코 새 회장 최정우가 실현하라
돈 욕심 버리고 마피아와 관계 끊길

포스코의 새 회장 단일 후보로 최정우(61)씨가 확정됐다. 최 후보는 50년 전 이 회사(그때는 포항제철)를 세워 25년간 경영한 박태준 명예회장의 꿈과 한(恨)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박태준의 꿈이라면 북한에 포스코 수준의 1급 제철소를 짓는 것이다. 한이라면 세월이 흐를수록 ‘탐욕의 네트워크’로 변질하는 듯한 포스코의 지배구조 문제였다.

먼저 한부터-.

포스코 창설 자금 1억3000만 달러는 일본으로부터 식민 피지배의 대가로 받아낸 돈이다. 엊그제 세상을 뜬 김종필 전 총리가 일본 오히라 외상과 타결한 8억 달러 가운데 일부다. 창업자는 포스코가 민족자본·국민기업이라는 의식이 투철했다. 후배 회장들은 회사를 민영화시키고 현대적 경영 기법을 도입한다고들 했지만 미덥지 못했다.

박태준을 폭발시킨 건 유상부(1998~2003년) 회장이 스톡옵션이라는 이름으로 수백억원대 돈을 회사에서 받아간 사건이었다. 그런 유상부가 현직 회장의 프리미엄을 이용해 3연임을 시도하자 박태준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을 찾아갔다.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은 결정적인 순간에 창업자의 비토권을 행사했다.

이명박 정권 땐 인사 문제가 한이었다. 박태준 명예회장은 외부에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려 하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권력의 실세들이 낙하산 회장의 이쪽저쪽에 빨대를 꽂아 국민기업의 등골을 빼먹으리라는 게 그의 인식이었다. 박태준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기를 들었다. “외부 인사가 회장으로 오면 마이크를 잡고 기자회견을 하겠다.” 대통령을 정색하고 압박한 창업자의 저항으로 외부 낙하산은 중지됐다.

그런 뒤에도 돈과 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커지기만 했다. 부패 문제는 그 노출을 막기 위해 전·현임 회장이 체인처럼 연결돼 서로 잘못을 감싸주고 넘어가는 마피아 구조와 한 쌍으로 작동한다. 필자는 박 명예회장이 2011년 작고하기 전까지 5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쯤 만나 그의 인생 역정을 취재했다. 그때 박태준의 한을 구체적으로 접했다. “포스코 CEO는 첫째 돈 욕심을 내지 말 것, 둘째 사조직을 만들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이번 포스코 회장 후보 인선에선 아예 포스코 마피아라는 뜻의 ‘포피아’라는 조어가 등장했다. 최정우 후보도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 만큼 처신을 조심할 필요가 있겠다.

이제 꿈 차례-.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의 박태준 사무실엔 한반도 지도와 세계 지도가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그는 지도를 보면서 ‘청진 포항제철’에 대한 집념을 불태웠다. 청진은 함경북도 동해안의 항구 도시로 수심이 깊고 파도가 조용하며 평지가 넓어 제철소로 최상의 입지라고 했다. “노동력은 일단 북한군 1000명을 선발해 포항·광양 공장에서 6개월 연수시키고 자본은 포스코 신용으로 국제 금융을 일으키면 된다”며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

북한을 가난한 채로 놔두면 부담은 한국이 다 질 수밖에 없으니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박태준의 구상은 1990년대 말 시작됐다. 김정일이 사람을 보내 김책제철소가 있는 청진에 철강회사를 지어 달라고 요청했는데 비핵화 문제 때문에 진전되지 않았다고 한다. 박태준이 지금 살아 있다면 비핵화 정세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포스코의 북한 진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현재 포스코 내부 어느 곳에서도 북한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 최정우가 포스코 새 회장이 되면 박태준의 ‘청진 포철의 꿈’에 도전하길 바란다. 북한 경제개발의 지름길, 한국 경제의 새 활로가 될 것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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