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반체제·극우정당, “EU 예산규정 바꿔야” 한목소리


이탈리아 반체제·극우정당,

오성운동·동맹 대표 “GDP 3% 재정적자 상한선 지키지 않을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4일 이탈리아 총선에서 나란히 약진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 유럽연합(EU)의 예산 규정을 한 목소리로 공격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31) 오성운동 대표와 마테오 살비니(45) 동맹 대표는 13일 균형 재정을 위해 회원국의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한 EU의 규정이 이탈리아의 경제 성장을 해치고 있다며, 이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각각 주장했다.

디 마이오 대표는 13일 로마에서 진행된 외신기자클럽과의 회견에서 “EU가 규정한 재정적자와 관련, GDP의 3%라는 상한선이 수정돼야 한다는 데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며 “오성운동은 이제 이를 어떻게 바꿀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살비니 대표도 이날 유럽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정적자 한도는 ‘책상머리’에서 도출된 전형적 규정 중 하나”라며 “이 규정이 사람들이 더 잘 살게 하는 것을 돕는다면 기꺼이 준수하겠지만, 한도라는 이름으로 직원을 해고하고, 영업장 문을 닫고, 경제가 불안해진다면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정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은 오성운동, 동맹 두 세력 모두 EU의 3% 재정적자를 바판하고 나섬에 따라 이탈리아 새 정부는 향후 EU와 예산 규정 준수를 놓고 충돌 수순으로 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탈리아는 현재 GDP의 약 132%의 막대한 국가부채를 떠안고 있다. 이 같은 채무는 유로존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많은 것이라, 오성운동과 동맹의 재정적자 확대 방침은 EU의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 5년 동안 정부를 이끌어온 중도좌파 민주당은 EU의 3% 재정적자 한도 내에서 나라 살림을 꾸려왔고, 재집권하면 재정적자 규모를 다소 늘리겠지만 3% 한도는 지킬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가 이끄는 오성운동은 이번 선거에서 32%를 웃도는 득표율로 이탈리아 개별 정당 중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연합뉴스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45)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살비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동맹은 이번 총선에서 약 18%를 득표, 25년 동안 우파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를 따돌리고 우파연합 내 최대 정당으로 올라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오성운동과 우파연합 두 세력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자력으로는 정부를 구성할 수 없어, 다른 정당과 손을 잡고 연정을 꾸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총선에서 19%의 표를 얻으며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했으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민주당과 연정을 꾸리는 방향을 두 정당 모두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

민주당은 12일 열린 중진회의에서 오성운동, 동맹과 같은 극단주의 정당과는 손을 잡을 수 없으며,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대로 야당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당론을 정해 오성운동-민주당, 우파연합-민주당 간의 연대 성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디 마이오 대표는 이날 외신기자클럽 인터뷰에서 “오성운동은 극단주의 세력이 아니며, 이탈리아의 안정을 원한다”며 “우리는 이번 총선에서 결코 극단적이지 않은 국정운영 프로그램으로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2009년 과격한 반체제주의자인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창당한 오성운동은 EU에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집권 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천명했으나, 작년 9월 디 마이오로 간판을 바꾼 이후에는 유로존 탈퇴 국민투표 계획을 사실상 폐기하는 등 극단주의 색깔을 빼고 좀 더 시장친화적인 온건한 정책을 펴고 있다.

디 마이오 대표는 이날도 “우리는 유로화를 포기하려는 어떤 계획도 세우고 있지 않다”며 “경제를 성장시킴으로써 이탈리아의 부채를 감축하는 게 목표”라고 구상을 밝혔다.

그는 또한 “우리 역시 극단주의적 정당과는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다”고 말해 동맹과의 연대는 배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동맹은 마린 르 펜이 이끄는 프랑스 국민전선(FN), 헤이르트 빌더스가 이끄는 네덜란드 자유당(PVV) 등 유럽 내 강경한 반(反)이민, 반(反)이슬람 정당과 연대하고 있어 유럽 정치 지형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성운동과 동맹은 EU의 예산규정에 똑같이 반발하고, 적대적 난민 정책을 내세우고 있으며, 러시아에 친화적이고, 전 정부에서 도입한 연금 개혁·노동개혁 폐지 또는 수정을 약속하는 등 정책 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아 추후 전격 손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다만, 오성운동이 빈민과 실업자에게 월 730유로의 수입을 보장하는 기본소득 공약을 앞세워 가난한 남부를 싹쓸이했고, 동맹은 세금 인하를 내세워 부유한 북부에서 대부분의 표를 얻는 등 지지 기반이 워낙 달라 두 정당의 결합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살비니 대표는 이날 스트라스부르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패배자인 민주당과는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세력과 연정을 위해 협의하겠다는 종전 입장이 달라졌음을 시사했다.

디 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 두 사람 모두 이날 자신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구성돼야 함을 거듭 주장하며, 다른 정당의 협조를 요구했다.

ykhyun1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mments 0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게시물 선택
글+이미지
텍스트 에디터 사용가능
이미지
포토, 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