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매장한 날, 親父는 인스타그램에 “ㅋㅋ”


암매장한 날, 親父는 인스타그램에

건담 종이모형 사진 올리고 인터넷 카페서 딸 물건 팔아

고준희(5)양의 친부 고모(36)씨는 일본 애니메이션 ‘건담’종이모형 마니아였다. 종이모형은 플라스틱 프라모델보다 복잡한 세부 표현이 가능해 최고 마니아만 도전하는 분야다.
경찰은 지난 22일 고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를 가져왔다.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저장 매체와 인터넷상에 남긴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과학수사 기법)으로 조사한 결과, 고씨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건담’ 이란 단어를 수백 번 입력했다. 자신의 일상용품도 검색했으나 유아 장난감이나 옷 등 준희양과 연관된 검색은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자기 자신과 건담에만 집중된 관심은 그의 소셜미디어에서도 확인됐다. 고씨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건담 사진과 자신의 ‘셀카’로 도배했다. 자신이 건담 로봇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사진으로 찍고 완성한 기분을 표현한 짤막한 글과 함께 올렸다.

고씨가 소셜미디어에 처음으로 건담 조형물 사진을 올린 건 2013년 5월 24일이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런처스트라이크 완성’이란 글을 쓰고 직접 만든 건담 사진을 올렸다. 고씨는 2015년 6월부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그해 6월부터 10월까지 올린 4개의 게시물 중 3개는 자신을 촬영한 셀카이고, 1개는 오토바이 사진이다.

고씨는 딸을 암매장한 지난 4월 27일 전후로 건담 사진을 집중적으로 남겼다. 주로 ‘ㅋㅋ’나 ‘ㅎㅎ’ 등 즐거워하는 듯한 문구와 같이 올렸다. 발달장애가 있는 준희양을 암매장하기 5일 전에는 양쪽 팔이 없는 건담 사진에 ‘일어섯!!! 애가 장애가 좀 있어 ㅋㅋㅋ’라는 글을 게시했다.

고씨는 준희양의 시신을 유기한 당일에도 평소와 같이 게시물을 올렸다. 4월 27일 ‘온 가족 모두가 함께 만드는 자동차 페이퍼 토이키트’ 사진을 올리고 ‘어허허허허 이벤트당첨 ㅋㅋ’라고 썼다. 암매장 다음 날인 4월 28일엔 ‘따블오건담 세븐소드 기본체 완성! 하루 정도 쉬었다가 무장드가야지 ㅎㅎ’라고 썼다. 그는 다시 하루 뒤엔 ‘다른 무장보다 살짜쿵 기대돼서 이놈을 제일 먼저 작업해봤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ㅋㅋ’라는 글을 올렸다.

준희양 암매장 이후 고씨의 동거녀 이씨는 준희양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을 인터넷 카페에 내놓고 팔았다. 이씨는 7월 2일엔 ‘여아용 공주원피스 등 의류 팝니다’, 9월 22일엔 ‘여아 장난감 정리해요∼’라는 글을 올렸다.

[전주=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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