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풍장


[시가 있는 아침] 풍장

풍장
-이동순(1950~)

눈 펄펄 오는

아득한 벌판으로

부모 시신을 말에 묶어서

채찍으로 말 궁둥이 힘껏 때리면

그 말 종일토록 달리다가

저절로 말 등의 주검이 굴러떨어지는 곳

그곳이 바로 무덤이라네

남루한 육신은

주린 독수리들 날아와 거두어가네

지친 말이

들판 헤매다 돌아오면

부모님 살아온 듯

말 목을 껴안고 뺨 비비며

뜨거운 눈물

그제야 펑펑 쏟는다네

눈 펄펄 오는 아득한 벌판을

물끄러미 내다보는

자식들 있네

중국 서역 쪽 사람들의 장례 의식인 풍장(風葬)은 무심한 듯 보이면서도 비장하다. 시신을 매장하거나 화장하지 않고 초원 한가운데 그대로 갖다 버린다. 버리는 게 아니라 지상에 모시는 거다. 바람 속에 방치하는 것이다. 인간의 몸이 야생 독수리와 들짐승의 생명으로 다시 이어지는 과정이 풍장이다. 그 과정은 기억과 인연의 기름때를 바람에 날려 버리는 것과 같다. 그들에게 지평선은 언제나 삶의 울타리면서 또 무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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