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작업가자미


[시가 있는 아침] 작업가자미

작업가자미

-성윤석(1966~ )

어물전에는 작업가자미를 작가라 부른다

머리와 지느러미, 꼬리를 자른 채 가공 공장에서

깨끗하고 맛있게 보이도록 꾸민

가자미가 작업가자미다

바다로 놀러 온 작가들과 술을 마셨다

잘 살고 예쁘기만 한 작가들이다

아름다운 작가들과 오랫동안 술을 마셨다

바다가 곁에 있어, 바다를 손에 쥔 채

쓰러지지 않았다

시인, 작가가 만여 명을 넘는다니 옥석이 섞여 있을 법하다. 문학계는 굳이 그걸 가리려 하지는 않는 곳인데, 오늘 시인은 마음이 좀 무거운 것 같다. 정신의 사치를 일삼는 허황한 작가들과 가공해 꾸며놓은 작업가자미의 견줌이 재미나고 신랄하다. 시인은 허영 모르는 바다에 기대어 정신의 허기를 달랜다. 취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작업’이라곤 모르는 사람이 작가이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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