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병든 짐승


[시가 있는 아침] 병든 짐승

병든 짐승
-도종환(1954~)

산짐승은 몸에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숲이 내려보내는 바람 소리에 귀를 세우고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아픈 시간이 몸을 지나가길 기다린다

나도 가만히 있자

짐승은 자연 치유의 방법을 터득한 존재다. 몇 걸음을 걸어 어느 골짜기를 가야 자신을 낫게 할 풀이 있는지 안다고 한다. 이 시에 등장하는 병든 짐승은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것으로 치유를 기다린다. 의술의 방식으로 병을 몸에서 끄집어내지 않고 시간을 견딤으로써 몸에서 병이 빠져나가기를 간구하는 것이다. 나도 병이 들었다. 아마 그 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부대끼면서 얻은 병일 것이다. 가만히 있다는 건 침묵과 절제로 시간을 보낸다는 말이다. 서두르지 말고, 더 얻으려고 하지 말고, 목소리 높이지 말고, 제발 좀 가만히 있자. 가만히 사랑하고, 가만히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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