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사건’, 브렉시트 앞둔 EU·영국 간 첫 안보협력 시험대


'스파이사건', 브렉시트 앞둔 EU·영국 간 첫 안보협력 시험대

“영국, 요청하면 지원” 밝힌 EU, 對러 추가 제재 동참할까

반대 적지 않아 난항 예상…시리아 관련 추가제재도 좌절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암살기도 사건을 계기로 영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대응이 주목된다.

영국은 아직은 EU 28개 회원국 가운데 하나이고, EU의 22개 회원국과 함께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는 틀 속에서 군사동맹을 맺고 있지만, 내년 3월이면 EU 를 탈퇴(브렉시트)하게 된다.

더욱이 EU와 영국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브렉시트 이후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반면에 러시아는 EU에게는 최대의 안보 위협인 동시에 천연가스 등 EU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이고, EU의 중요한 수출시장이기도 하며 국제무대에서 협력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이런 연유에서 이번 스파이사건이 ‘포스트 브렉시트 시대’에 EU와 영국 간 안보협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보고,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영국에 기밀을 전달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암살기도에 구소련에서 개발한 화학무기의 일종인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며 러시아 정부에 13일 자정까지 이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EU는 일단 13일 메이 총리의 연설에 즉각 호응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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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에 구소련에서 개발된 신경작용제가 사용된 데 대해 ‘충격’이라면서 영국에 대한 강력한 연대의 뜻을 표명하고 “영국이 (도움을) 요청하면 EU는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란스 티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도 이날 유럽의회에 출석해 전체 EU에 영국 국민과 영국 정부에 대한 전폭적인 연대를 밝힐 것과 책임자 규명과 처벌을 위해 EU 전체가 노력해 나갈 것을 호소했다.

프랑스도 이번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라고 비난했고, 독일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교장관은 “러시아가 배후로 확인되면 매우 심각한 사건이 될 것”이라며 “가해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 문제와 관련해 영국 정부 내부에선 벌써 이번 사건이 러시아의 소행으로 확인될 경우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은 데드라인으로 정한 `13일 자정’까지 러시아가 이번 사건에 대해 해명하지 않으면 EU에 러시아 대한 추가제재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U는 이미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분 사태 무력개입과 크림반도 강제병합과 관련해 러시아 국적자와 회사에 대한 제재를 부과하고 있으며 지난 12일에는 이를 오는 9월 15일까지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한 바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오는 19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외교이사회에서 이번 스파이사건을 공식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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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스파이 피습’에 러’설명 요구…”답변없으면 불법 폭력 간주”
(런던 AFP=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와 그의 딸이 영국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bulls@yna.co.kr

메이 총리는 오는 22, 23일 이틀간 열리는 EU 정상회의와, 다른 회원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에서 이번 사건을 거론하며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티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도 이날 유럽의회에서 “우리 사회에서 신경가스가 사용되도록 할 수는 없다. 이 문제는 영국 정부와 메이 총리에게만 남겨둘 게 아니라 우리가 모두 대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U 내부서는 대체로 “브렉시트가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브렉시트로 인해 EU의 대응이 예전만큼 공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특히 영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를 요구할 경우 EU가 과연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앞서 EU는 지난해 시리아 반군이 점령하고 있던 알레포 지역에 대한 시리아 정부군의 무차별 공습에 러시아군이 가담 또는 방조한 것과 관련해 대러시아 추가제재를 추진했으나 추가제재의 유효성 논란과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된 바 있다.

영국이 대러시아 추가제재 카드를 들고나올 경우 작년 시리아 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타격을 받는 일부 회원국들은 6개월마다 대러시아 제재 연장 문제를 논의할 때마다 경제적 손실을 내세워 소극적이거나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EU의 고민은 점차 커지고 있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감안하면 EU로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지나갈 수는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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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파이 암살시도 사건 조사하는 영국 군인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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