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끊고, 차 팔고, 친구도 안 만나… 이제 살아나네요”


한국 설상 첫 메달 후보 최재우

모굴스키 2년 슬럼프 딛고 월드컵 2회 연속 4위 올라

“술 끊고, 차 팔고, 친구 모임 끊었습니다. 이제서야 살아나는 것 같네요.”
3무(無)를 강조한 최재우(23)의 목소리에선 결의가 느껴졌다. 그는 한국 모굴스키의 희망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메달을 따낼 ‘0순위’ 후보였다. 지난 2년간 지독한 슬럼프에 시달렸던 그가 최근 FIS(국제스키연맹) 월드컵 2회 연속 4위에 오르며 긴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29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스노우파크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모굴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지난 26일부터 4일째 이곳에서 훈련 중이었다.

최재우는 여섯 살 때 모굴스키를 시작해 2009년 15세 나이에 국가대표에 발탁된 ‘신동’이었다. 2012년 FIS 세계주니어선수권 동메달, 2013년 세계선수권 5위라는 성적을 냈다. 2006 토리노올림픽 모굴 동메달리스트 토비 도슨 코치의 가르침을 받으며 급성장했다. 도슨은 미국 입양아 출신으로, 2011년부터 한국 모굴 대표팀을 맡고 있다. 최재우는 2015년 1월 당시 설상 월드컵 최고 성적인 4위를 기록하며 금방 큰일을 낼 듯 보였다.

하지만 희망은 곧바로 꺾였다. 최재우는 4위를 한 다음 날 눈밭에 굴러 허리를 부딪치며 골절상을 입었다. 이후 성적은 급추락해 월드컵 순위가 24위까지 떨어졌다. 스트레스를 푼다는 이유로 연습보다 노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고 슬럼프는 길어졌다.

올해 4월 최재우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너무 답답해서 2012년 세계주니어선수권 3위 시절 기억을 떠올려봤습니다. 고등학생 때였으니까 사람 거의 안 만나고 술 안 마시고 운전도 안 했을 때죠. 그때처럼 해보기로 했습니다.” 동갑내기 친구인 윤성빈(스켈레톤 세계 1위)의 선전도 자극이 됐다고 한다.

그는 세 가지를 포기하고 아낀 에너지를 개인 훈련에 투자했다. 4월부터 해외 훈련 후 귀국하면 서울 집 대신 태릉선수촌에서 지내며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길렀고, 복싱·배드민턴을 하며 민첩성을 발달시켰다.

노력은 성과로 나타났다. 올 시즌 개막 대회인 핀란드 레비 월드컵에서 6위에 오르더니 지난 21~22일 이틀 연속 4위를 기록했다. 그는 “입상에 실패했지만 크게 아쉽지 않았다”고 했다. “저의 현주소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다행입니다. 자만하지 말고 더 열심히 준비하라는 계시인 것 같습니다.”

그는 성적이 급락했던 2015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예선 성적이 너무 좋다 보니 자꾸 우승하는 상상을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저한테 속으로 이렇게 말했어요. ‘너 지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정신 차려. 또 경기 망칠 거야?’라고요. 스스로에게 욕도 했습니다.”

최재우에겐 평창이 두 번째 올림픽이다. 2014년 소치 때는 12위에 머물렀다. 그는 “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알고 있다. 평창에선 다를 것”이라고 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최재우는 “2017년엔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지금 순위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자만할 이유도 없죠. 실력은 평창에서 보여 드리죠. 2018년은 ‘잠재력을 터뜨리는 해’가 될 겁니다.”

[평창=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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