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검색어 띄워 댓글 여론몰이… 조작되는 ‘네이버 실검’


새벽부터 검색어 띄워 댓글 여론몰이… 조작되는 '네이버 실검'

지난 2016년 12월 14일 인터넷포털 네이버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박근혜 마늘주사’ ‘박근혜 마리오네트(주름 제거하는 미용 시술)’ ‘박근혜 정윤회’ 등이 상위 10위로 일제히 올랐다. 이날은 국회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 날이다. 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이런 자극적인 검색어들이 실검 순위를 장악하면서 여론을 한쪽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후 이에 대한 기사들도 쏟아져 나왔다. 이런 내용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은 추후 검찰 조사 결과 실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날 온종일 기정사실인 것처럼 온라인 여론을 장악한 것이다. 포털 사용량이 적은 이날 새벽에 특정 정치 성향의 네티즌들이 매크로(자동반복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의도적으로 실시간 검색어 조작을 해놨을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실검 순위, 연관 검색어, 허위 댓글… 온라인 여론 왜곡의 연쇄 반응

네이버 뉴스의 실검 순위와 연관 검색어, 댓글이 연쇄 반응하면서 온라인 여론 왜곡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검 상위권에 뜨면 수백 개씩 기사가 쏟아지고 기사 댓글에 상대편을 악의적으로 비난하거나 자기편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내용을 올리는 방식으로 네티즌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연관 검색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정치인의 경우 자신의 이름 옆에 부정적인 단어가 추천 연관 검색어로 뜨면 금세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수년 전 한 국회의원이 라디오에서 성희롱에 대한 법적 제재 강화를 주장했다가 네이버 연관검색어에 본인 이름과 ‘성희롱’이 뜨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1월 24일 새벽부터 벌어진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 간 실검 전쟁도 대표적인 여론 조작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을 기념해 ‘평화올림픽’을 실검 1위로 만들겠다고 나서자, 반대 진영에서 ‘평양올림픽’으로 맞불을 놓으며 반나절 넘게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이 1·2위를 다퉜다. 한 인터넷 전문가는 “실검 순위에 한번 잘못된 방향으로 오르면 거기서 여론전은 끝나 버린다”며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전 후보와 관련해 ‘갑(甲)철수’ ‘MB아바타’가 한두 번 실검 순위에 오르자 금세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댓글창, 가짜뉴스 유통 창구로 활용

기사 댓글에는 근거도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횡행한다. 최근 한 방송사가 보도한 ‘네이버 댓글 조작 알고도 방치? 정말 몰랐나?’ 기사에는 이틀 만에 총 3200여건의 댓글이 달렸다. 공감이 많은 댓글 상위에는 “네이버가 알고 방치한 거지. 백퍼(100%란 뜻)” “네이버도 적폐 세력과 유착 관계”라는 일방적인 주장은 물론 심지어 “삼성이 그러라고 시키든?”과 같은 글도 올라왔다. 실제 기사의 내용은 ‘네이버가 매크로를 활용한 댓글 조작을 100% 막을 수 없다’는 것이지만, 댓글만 보면 네이버가 조작에 가담한 것처럼 보인다. 다른 기사에도 ‘드루킹 조직이 보이스피싱으로 수백억원을 탈취해 문재인 대선에 지원해준 게 아니냐’ ‘네이버 압수수색하면 드루킹 매크로 자료가 수북이 나온다’ 등 허위 주장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포털 업체들은 댓글 문제에 대해 ‘일일이 모니터링하기 어렵다’고 답한다. 하지만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해 댓글을 달게 하는 구글과 달리, 한국 포털은 댓글을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이 같은 여론 왜곡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포털 주요 기사에는 댓글이 1만건 넘게 달리고 기사를 건너뛰고 댓글만 보는 이용자들도 있을 정도다.

강재원 동국대 사회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의견을 배출하는 수단인 댓글이 여론으로 둔갑하는 것이 가장 문제”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포털 댓글 작성과 노출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호철 기자(sunghochul@chosun.com);박순찬 기자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s 0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게시물 선택
글+이미지
텍스트 에디터 사용가능
이미지
포토, 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