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적정성 조사 마치기 전에 “OK”부터…김현미 장관 9월 “KTX 무안공항 경유 확실”


사업적정성 조사 마치기 전에 “OK”부터…김현미 장관 9월 “KTX 무안공항 경유 확실”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국토교통부)
“아직 용역 결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고, 최종 검토중입니다.” (기획재정부)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호남고속철도 2단계 공사(광주송정~목포 구간)의 사업계획 적정성을 재검토해달라는 용역을 맡겼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후 일종의 ‘시공사’인 국토부와 ‘전주(錢主)’인 기재부의 입장은 이처럼 엇갈렸다. ‘용역 결과’도 베일에 싸여있다.

국토부와 기재부는 KTX 호남선에 무안공항을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KTX가 무안공항을 지나면 노선 길이는 10.8㎞, 사업비는 1조 1000억원 가량이 더 들어간다. 기재부가 KDI에 용역을 맡긴 이유다. 정작 KDI 측은 “정부에 물어보라”고만 할 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KDI로서는 정치 논리에 휘말려 곤란해지기 싫다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놨다.

일각에선 형평성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국토부 측은 호남고속철도 사업이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광역경제권 발전을 위한 30대 프로젝트’로 선정된 것을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가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북도청 관계자는 “당시 새만금사업도 30대 프로젝트에 포함됐지만 현재 기재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며 “KTX 무안공항 경유는 매우 특수한 경우”라고 주장했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은 “정부의 이같은 ‘고무줄 ’기준‘을 지자체들이 수용할 수 있겠냐”며 “새만금사업에 대해서도 면제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부 여당은 KDI의 용역 결과와 무관하게 KTX가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노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9월 22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광주·전남 시·도민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무안공항을 거쳐 목포까지 가는 쪽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KDI의 용역이 진행 중인 때였다.

중앙일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동 1913송정역 시장 내 상인교육장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 장관은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노선이 올해 정기국회 안에 정해질 것이다. 광주·전남 시민들이 원하시는 방향대로 무안공향을 거쳐 목포까지 가는 쪽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달 29일 KTX가 무안공항을 경유하도록 하는 ‘호남선 KTX 공동정책협의회’ 합의서를 전격 발표했다. 국토부도 이에 맞춰 내년부터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확정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유령공항’이 된 무안공항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용객이 연 30만명에 그친 무안공항의 지난해 적자액은 124억원으로 전국 공항 중 1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KTX가 무안공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박사는 “무안공항을 활성화하려면 전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 과정 없이 효과도 불분명한 KTX의 무안공항 연결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무안공항이 활성화 되려면 인근 관광 인프라를 개발해야 하고, KTX보다는 인근 지역과 공항을 연결하는 리무진 버스 등을 확충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수년째 제자리걸음 중인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의 통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국민의당은 KTX 노선 변경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 “호남선 KTX를 지금 착공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이 미안해야 한다”(김경진 의원)는 해명을 들고 나왔다. 타당성 조사 없이 노선을 변경한 예산 낭비라는 지적에 ‘호남 차별’로 맞받은 것이다.

중앙일보

물 마시는 김동철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발언 후 목을 축이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당 대표는 이날 관련 질문을 받은 후 “국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만 했다.

반면 남경필 경기지사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3000억원짜리 무안국제공항에 KTX 경유를 위해 1조3000억원을 투입하는데 합의했다”며 “문제는 1조3000억원이 끝이 아니다. 활주로를 추가로 깔고 비행기 정비, 제조공장 등을 들여오기 위한 천문학적 혈세가 더 투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따져봐야 할 게 많은 이 사업은 경제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지역 의원들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세계 경제는 구멍난 곳을 땜질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유성운·안효성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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