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율적 대학혁신은 ‘개혁 시계’ 거꾸로 돌리는 것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어제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및 재정지원 사업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대학의 정원 감축 목표치를 줄이고 대폭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게 핵심이다. 구조개혁과 관련한 자율개선 대학은 종전 16%에서 60% 안팎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반면 정원 감축 및 재정지원 제한 등 불이익을 받는 대학 비중은 84%에서 40%로 줄어든다. 대학 재정 지원 방식도 목표부터 성과관리까지 대학이 자율적으로 설계하는 ‘상향식 지원’으로 전환된다.

교육부는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했던 ‘대학구조개혁 평가’사업을 대학 기본역량진단 사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개혁이라는 이름을 쏙 빼버린 것이다. 류장수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대학구조개혁이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명확한 당근이나 채찍 없이 대학 스스로 정원 감축 등의 혁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학이 자기에게 불리한 조치를 자발적으로 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14년 1월 2023학년도까지 대학 입학정원 16만명을 줄이는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대학 입학정원 55만명(2018학년도 전문대 포함)을 그대로 둘 경우 2023년이 되면 고교 졸업생 40만명을 초과할 것이라는 저출산 현상을 고려한 조치였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대학 정원 5만명을 줄이던 계획을 이번에 2만명으로 축소했다. 불 보듯 자명한 저출산의 쓰나미를 보고도 대학 정원 감축을 축소키로 한 것은 ‘좀비대학’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5년 후면 학령인구가 100만명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빈사 상태의 부실대학을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방치하겠다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정권이 바뀌자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니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란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닌가.

혁신의 혁(革)은 짐승의 껍질에서 털을 뽑고 무두질로 다듬은 가죽을 의미한다. 껍질을 벗기고 털을 뽑는 고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원 감축과 같은 혁신을 추진하자면 해당 대학의 반발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대학의 불만을 적당히 감싸는 개편안은 어떤 이름을 붙이더라도 혁신의 후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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