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베, 한·일 관계를 日 국내 정치에 이용 말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파기 움직임에 대해 “1㎜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했다. 재협상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부와 자민당 간부들은 “관계 파탄” “한국 포기해야” “못 믿을 나라” 같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주한 대사 소환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다.

일본 측이 재협상에 응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다. 누가 강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의 반응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지나치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집권 이후 일본 국내 극우 정서에 편승하고 정치적 기반을 넓히기 위해 위안부 문제를 활용해왔다. 2014년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가 정치 협상의 산물일 뿐이라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담화 내용을 부정했다.

2년 전 합의 때 당사자인 기시다 후미오 당시 외상은 기자회견 직후 “일본이 잃은 것은 10억엔뿐”이라고 했다. 10억엔이란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도 잘 알 것이다. 그것이 일본 정부 예산이어서 일본 정부 차원의 사죄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도 “10억엔뿐”이란 발언으로 일본 내 반한(反韓) 정서에 편승하려 했다. 한국에서 역풍이 일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소녀상 이전에 동의했다는 등 사실과 다른 말을 흘려 큰 혼선이 일게 했다. 모두 자민당의 일본 국내 정치용이었다. 이런 언동 때문에 한국 내 정서가 극도로 악화됐고 결국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대선 주자들이 재협상 공약을 한 측면이 있다. 이번의 정도를 지나친 반응도 역시 국내 정치용이라는 느낌이 짙다.

일본 정부에선 이번 일로 아베 총리의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이 어렵게 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다. 중국 시진핑 주석과 일 아베 총리의 평창 참석은 2018년 평창,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한꺼번에 묶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동북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해나가자는 차원에서 나온 얘기다. 이것이 위안부 문제와 무슨 관계가 있나. 평창에 오고 안 오고는 일본의 선택에 달렸지만,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면 화(禍)를 부른다는 철칙은 일본이라고 비켜 가지 않을 것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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