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한국인의 밥상


[분수대] 한국인의 밥상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가 KBS ‘한국인의 밥상’이다. 탤런트 최불암이 전국을 돌며 우리네 살림살이를 구수하게 풀어낸다. 마을 마을 사연이 없는 음식이 없다. 밥상으로 보는 한국 인문지리학이다. 내로라하는 스타 셰프는 나오지 않지만 그 어떤 요리 프로그램보다 정감이 넘친다. 주름진 할머니들의 손맛, 할아버지들의 땀맛 자체가 문화요, 역사가 된다.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 예부터 밥은 하늘이라 했다. 다문화시대, 밥만 하늘일까. 빵도, 국수도 하늘이다. 요즘 국립어린이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맛있는 아시아, 밥·빵·국수’ 전시를 둘러봤다. 꼬맹이를 위한 자리라고 얕잡아 봤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제별로 세분화한 코너를 돌다 보니 여태껏 잘 몰랐던 ‘지금, 여기’의 무지갯빛 식탁이 또렷이 들어온다.

전시는 체험형이다. 예컨대 음식 모형 접시를 올려놓으면 그 나라 밥상이 화면에 나타난다. ‘인도네시아-파당:10가지 이상 음식 중에서 원하는 것만 먹고 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유명해요’ ‘인도-탈리:큰 접시에 여러 음식을 담아 먹는 식사법이며, 사용되는 접시를 가리키기도 해요’ 식이다. 태국 팟타이, 필리핀 판싯, 몽골 초이왕, 베트남 퍼보, 우즈베키스탄 라그만 등 여러 국수 조리법이 적힌 색종이를 뜯어보는 코너도 있다. 만터우(중국)·난(인도)·샤와르마(아랍) 등 나라별 빵도 알아본다.

다만 시식 코너가 없어 아쉽다. 전시장이 그리 넓지 않고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되지만 말이다. 음식은 역시 먹어 봐야 맛을 아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들려주는 엄마 나라 음식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언어와 문화는 다르더라도 그들 가족은 엄연히 한국인이요, 그들의 음식은 분명 한국인이 나눠 먹는 에너지니까….

싫든 좋든 한국인의 쌀 소비는 줄고 있다. 지난해 1인당 61.9㎏(가구 부문)을 먹었다. 10년 전에는 76.9㎏이었다. 같은 기간 밀가루는 큰 변화가 없었다. 1.3㎏에서 1.2㎏으로 소폭 감소했다. 또 지난해 다문화가정 출생아는 1만9431명. 전체 출생아 가운데 2년 전 4.5%에서 4.8%로 늘었다. 9~24세 청소년 중 다문화가정 학생도 9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달라진 한국인 얼굴만큼이나 달라진 밥상머리를 주목하는 이유다.

박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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