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잡으려다 온실가스 감축 놓칠라… 차 배출가스 평가 CO2 제외 논란


미세먼지 잡으려다 온실가스 감축 놓칠라… 차 배출가스 평가 CO2 제외 논란

CO2 배출 적지만 미세먼지 주범

경유차에 유리한 점 변경 등

환경부 이달 중 개정안 고시

“온실가스 배출 기준으로는

CO2 관리 부족” 전문가들 지적

FTA협상서 미국도 완화 요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환경부가 배출가스 평가항목 중 이산화탄소를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산정 방법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이달 중 고시한다. 환경부는 이번 조치로 이산화탄소는 적게 배출하지만 미세먼지를 내뿜는 경유차가 상대적으로 좋은 등급을 받는 등 기존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친환경차 등급제’의 근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제외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비등하다. 온실가스 감축 기조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미국이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산화탄소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배출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빼고, 자동차 연식에 따라 배출가스 등급을 매기는 것을 골자로 한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산정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이달 중 고시한다. 현행 자동차 배출가스 평가항목에는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알데히드, 입자상물질(미세먼지),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다.

그동안 환경부는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을 산정할 때 유종별로 대기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각각 1~5등급을 매겼다. 하지만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경유차들이 휘발유 차보다 등급을 받을 때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이산화탄소를 평가 항목에서 제외하기로 한 건 이런 이유가 크다.

환경부는 배출가스에서 이산화탄소가 제외되더라도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허용 기준 제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제작사가 1년간 총 판매한 차량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5년 140g/㎞에서 2020년 97g/㎞로 강화하기 때문에 개별 차량별로 통제를 하지 않더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환경부 관계자는 “규정이 바뀌면 실제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순으로 등급을 매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동안 배출가스 등급제도는 친환경차라는 것을 알리는 것 외에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었는데, 개정 기준은 미세먼지에 초점을 둬 서울시 등 지자체가 추진하는 친환경차 등급제의 근거로 활용될 수도 있게 된다.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과 이산화탄소는 따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 사이에선 이미 평가항목에 들어가 있는 이산화탄소를 제외시키는 것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배출가스 등급제에서 이산화탄소를 제외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현재 시행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제도 규제로는 이산화탄소 관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도 “미세먼지만큼이나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하다”며 “이산화탄소를 더 규제해도 모자랄 판에 이미 관리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항목을 평가에서 뺀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은 미국에서 생산한 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기준을 완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허용 기준이 국내(97g/㎞)가 미국(113g/㎞)보다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차에만 특혜를 준다면 국내 차 역차별 논란은 불 보듯 해 자칫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자체가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반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허용 기준으로 충분히 이산화탄소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 교수는 “한미 FTA로 온실가스 배출허용 기준 등이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Like it? Share with your friends!

0

Comments 0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게시물 선택
글+이미지
텍스트 에디터 사용가능
이미지
포토, 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