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 전문]경찰 “일찍 대처했으면 구할 수도…”


[문답 전문]경찰

서울 여중생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구속)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수사 결과 확인됐다.

이영학은 성욕을 해결할 목적으로 딸 이모양(14)에게 “엄마 역할이 필요하다”며 피해자 A양(14)을 유인토록 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3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의 ‘중랑 여중생 살인 및 사체유기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영학을 서울북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영학은 A양을 지난달 30일 낮 12시 20분쯤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자택으로 불러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먹여 성추행하고 이달 1일 낮 12시 30분쯤 살해한 혐의(강제추행살인 및 추행유인)다.

아래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진행된 수사결과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전문이다.

[길우근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과장 질의응답]

-이영학이 딸에게 ‘피해자 데려오라’할 때 뭐라고 말했나.

▶9월30일 즉흥적으로 데려와라 개념이 아니다. 그 전에 피해자를 결정한 상태였다. 딸이 연휴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피해자에게) 자연스럽게 전화해 데려온 것이다. 이영학은 “엄마가 죽었으니 엄마가 필요하다. 엄마의 역할이 필요하니까 착하고 예쁜 피해자를 데려와라”고 했다.

-수면제를 먹인 이유는? 엄마 역할이 필요한 것과 수면제 먹인 것은 상관이 없는데.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엄마 역할 필요하니 친구를 데려와라”는 말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미 냉장고에 수면제 든 음료를 준비한 과정도 딸이 이미 알고 있었다.

딸이 친구(피해자)를 유인해서 데려온 것 자체로 딸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았습니까. (수면제가 든) 드링크 먹였다. 원래 드링크는 두 병이 한 세트로 돼 있다. 하나는 (용량이) 작고 하나는 크다. 2병이 한 박스에 포장돼 있다.

작은 병에 수면제 2정을 넣고 큰 병에는 3정을 넣었다. 이영학은 “친구 데려오면 너도 하나 마시고 (수면제가 든) 두 병 중 하나 마시게 하라”며 “너는(딸은) 아무 것도 들은 게 없는 정상적인 음료를 마시고 피해자에게는 수면제 음료를 주라”고 했다.

딸은 수면제가 든 큰 병을 피해자에게 줬다. 계획대로라면 딸은 정상적인 병 음료를 먹어야 하는데 실수로 나머지 수면제가 든 작은 병을 먹게 됐다. 딸이 반쯤 먹다보니 ‘정상적인 음료가 아니구나’라는 걸 알게 돼 멈췄다. 피해자는 다 마셨다. 이것으로 딸은 아빠가 부여해준 역할을 다 했다. 그런데 당시 아이들은 아빠가 없는 방에 둘만 있었다. 딸은 한 걸음 나아가 아빠가 잠 안 올 때 먹는 약이라고 알고 있는 약 2정을 친구에게 줬다. 친구가 감기가 있는 것 같아 감기약이라고 해서 2정을 더 먹였다.

-친구에게 추가로 먹인 약이 뭔가.

▶부검결과 졸피뎀(수면제 성분)과 다른 의약품 나왔다. 다른 의약품은 신경안정제에 속하는데 수면제 역할도 포함돼 있다. 자기가 먹다 반쯤 남긴 드링크도 친구에게 먹였다.

이씨는 수면제를 음료수에 섞을 때 졸피뎀이라고 딸에게 얘기했다. 그런데 딸이 자기가 먹다 남은 것까지 피해자에게 먹인 거다. “영양제니까 이것도 먹어라” 하면서. 친구가 잠이 들자 아빠와 함께 안방으로 옮겼다. 이영학은 딸이 (신경안정제 성분 약) 2알을 더 먹인지 모른 채 딸 외출한 사이 수면제 3정을 물에 희색해 입에 넣은 것까지 확인됐다. 혹시 깰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딸이 친구에게 왜 신경안정제 더 먹였나.

▶자기는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딸이 아빠가 친구를 성추행할 수 있다는 사실 몰랐을까?

▶엄마 역할 개념 속에는 부부생활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그 정도 예견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범행이 처음인가.

▶그 전에는 이런 스토리가 없었다. 확실하다. (피해자) 친구들도 다 만났다.

-이영학이 13일 검찰 송치되면서 ‘약에 취해 있었다’ 했는데.

▶평소 불면증에 시달려서 수면제 먹은 것이다. 마약은 아니다. 평상시 수면제를 처방 받아 먹는데 방법이 드링크에 약 2~3정씩 섞어 마셨다. 장기간 복용해왔다.

-이영학이 딸의 다른 친구들 불러 성추행한 건 없나.

▶딸 친구들 카카오톡 대화 내용 다 봤는데 그런 정황은 없었다. 이영학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글 중 의심되는 부분은 별건으로 수사 진행하겠다.

-이영학이 성매매나 다른 여성들에게 약 먹여 성추행한 사례는?

▶별건으로 수사하겠다. 이영학 아내 투신 사망 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통해 동영상 자료 받았다. 그 부분 포함해서 살펴볼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동영상 촬영했나?

▶이영학 검거 당시 본인 휴대폰 분석했는데 아직까진 발견 못했다. 이영학도 동영상 촬영했다는 진술 안했다.

-성적 기구 사용?

▶사실 아니다. 추행했다고만 진술했다. 다만 이영학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성인용품으로 추정되는 물건 3점 찾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냈다.

-이영학과 딸 검거 당시 상황은?

▶위치 파악한 뒤 잠복하다가 피해자가 같이 있을 수 있어 119도움 요청해 (은신처인 서울 도봉구 한 주택) 문을 강제 개방했다. 안에서 물소리가 난 걸 봤을 때 막 수면제를 먹은 듯하다.

-이영학과 딸 관련 심리 검사 결과 어떻게 됐나.

▶배우자 부재로 인한 성적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범행에 용의한 딸 친구를 범행 대상으로 선정 유인했고 범행 계획이 의도대로 되지 않자 은폐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살인 후 유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 배경은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자신의 신체장애를 인식했고 신체 장애로 친구들에게 놀림과 따돌림 받았다. 충동적이고 욕구중심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볼 때 향후 재범가능성이 있다.

딸에게 아버지는 맹목적 믿음의 대상으로 모든 행동 의사결정이 이영학에 맞춰져 있어 강력한 심리적 종속관계로 인한 범행으로 분석된다. 성장배경은 아버지로부터 병 물려받았고 희귀한 유전병 관리 방법이나 정보를 공유했고 경제적으로도 아버지가 책임져 왔기 때문에 아버지가 세상에 전부라고 생각한다. 질병 콤플렉스와 수술로 인한 잦은 결석으로 정상적인 학교 생활 어려웠고 친구들과 깊은 감정적 교류가 없었다. 범행동기는 지능·인지능력 문제로 보이지 않으나 심리적 종속관계인 아버지에 따라 판단 능력 흐려진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이영학 성기능 장애있나.

▶이영학이 진술한 부분이다. 올해 초부터 성기능 장애 있었다고 본인이 진술했다.

-당초 딸은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친구가 옷 입고 있었다고 진술했는데.

▶옷을 입고 있던 게 아니라 벗고 있었고 가운 같은 게 입혀 있던 것이다. 넥타이가 목에 감겨 있었다고도 진술했다.

-이양이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으로 ‘피해자가 어디 갔는지 모른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했다는데.

▶아버지 계획을 감추기 위해 자기가 알아서 거짓말을 한 것 같다. 누가 시킨 게 아니다.

-수건 넥타이 등 범행도구 못 찾았나?

▶버렸다고 하는데 못 찾았다.

-추가 입건자나 수사 계획은?

▶이영학 아내 투신 사망 변사 사건도 내사 중이었는데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동영상 자료 중 성매매 정황 발견됐다. 아내 사망 사건 경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수사할 것. 이영학에 대해 아내 상해 혐의로 입건하는 것도 추진할 것.

-이영학이 살해한 딸 친구 시신을 유기하는 데 쓴 가방에 마네킹을 넣고 다니며 범행을 위장하려 했다는데.

▶검거 장소에 보니까 마네킹 모형이 있었다.

[딸 범죄심리를 분석한 ‘프로파일러’-한상아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경장 질의응답]

-평소 이영학이 딸을 어떻게 대했나.

▶딸에 대해서는 아끼고 애정하는 마음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딸도 이영학에게 단순 부모, 아버지 이상의 강한 심리적 종속관계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말씀드린 것처럼 심리적으로 아버지를 굉장히 따른다.

-아빠가 친구랑 같은 방에 있었는데 궁금해하지 않았는지.

▶딸이 지능·정신장애 상태 아니지만 사고 능력이 왜곡된 상태다. 아버지가 한 것이기 때문에 의심 없이 받아들인 상태다.

-딸에게 엄마는 어떤 의미?

▶굳이 엄마와 아빠를 비교하자면 아버지에게 애착이 더 강하다. 엄마 죽음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아버지와 분리된 상태에 대해 더 불안해하고 초조해 한다. 엄마에게도 애정은 있었지만 아버지가 없으면 본인은 죽는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항상 좋고 나를 아껴주는, 사랑하는 사람이다.

-언제부터 판단 능력이 흐려지게 된 건지.

▶저희 판단에는 딸이 제대로 가치 판단할 수 있게 되기 훨씬 전부터 유전병을 물려받았고 고민상담 하거나 정보 획득 통로가 아버지밖에 없었다. 본인도 모르게 심리적으로 의지한 것 같다. (딸 본인을 위해 아버지가) 모금활동 해서 자기 생계도 책임져왔기 때문에.

-이영학의 지시를 넘어선 행동을 한 것은 상벌이 있었던 것인지.

▶딸 진술만 말씀드리면 “아빠 계획이 틀어질까봐”라고 얘기했다. 상벌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원래 먹어야 할 양을 못 먹였기 때문에 아빠와 한 약속(혹은 계획)이 틀어질까봐”라고 했다.

-친구 사망 이후 딸의 감정은?

▶놀라고 당황했다고 한다. 본인 말로는 소식 접하고 울었다고 한다. 비정상적인 감정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친구가 죽었을 때 그 감정이다.

-딸은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인식 하나.

▶아버지가 틀렸다고 보기 싫어한다. 아버지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못 견뎌한다. 아버지는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이해하는 태도다. 조금이라고 비난하면 “아버지는 그런 사람 아니야” 라고 한다.

-아버지가 친구 성추행한 것에 대해서는?

▶딸이 이영학의 행위에 대해 전혀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있다. 아버지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영학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인가?

▶사이코패스 체크 평가리스트 가지고 면담했다. 40점 중에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 성향 있다고 얘기한다. 이영학은 딱 25점으로 책정됐다. 아주 높진 않지만 성향 있는 걸로 판단한다.

-원인이 무엇인가?

▶복합적이다. 어릴 때부터 놀림, 따돌림당하는 과정에서 대응 방법이 이영학은 폭력이었다. 반 친구들을 한 대씩 때리는, 보복하는 식이었다. 사이코패스 특징 중 하나가 남을 속인다든가 남에게 무언가를 잘 얻어낸다든가 하는 것이다. 매스컴에서 (딸 아이 치료비) 모금해서 (사이코패스 특성이) 강화된 것도 있다. 하지만 모두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 같지는 않다.

-성 집착에 대해서는.

▶아내와 17년 살아오면서 성적 각성 수준이 높아진 것 같다. 부부간 합의 하에 (다양한 성관계를) 했다면 이상하게 (성에 대해) 집착·병적으로 접근했다고 보긴 어렵다. 부부가 각자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부인 성기 비하 문신 문구는) 서로가 원해서 했다고 하더라. 부인도 본인이 원하는 문구를 이영학 성기에 썼다고 진술한다.

-성 기능 장애가 있어서인가.

▶그것은 모른다. 소아성애는 아니다.

-피해자를 특정한 이유는 뭔가.

▶분석하기로는 우선 아내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 사람 생각하던 중 다방 여자 등 성인 여자 생각하다 보니 여의치 않았다. 그러다 통제 쉬운 어린 청소년 여자에까지 생각이 미친 것 같다. 쉽게 접촉할 수 있고 부를 수 있는 딸 친구까지 생각이 미친 듯하다.

-성인 여성을 유인하지 않은 이유는?

▶저희 추론인데 성인 여성를 구하기도 만나기도 힘들고, 집으로 데려오기로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통제하기 쉬운 어린 여성을 생각한 것 같다.

-피해자인 아이에게 아내 역할을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자신의 성욕구를 풀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성적 각성 수준이 굉장히 높은데 그걸 충족해줄 만한 성인 여자가 없었을 것 같다.

[최민호 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질의응답]

-왜 이영학 집 바로 못 뒤졌나

▶(지난달 30일 실종신고 하루 뒤인) 10월1일 오후 9시 수사팀에서 피해자 어머니한테 전화했다. 그때 처음 이영학 딸을 만난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다음날인 2일 오전 11시쯤 피해자 친구들을 통해 이양 집을 알게 됐다. 집에 갔더니 문 잠겨 있었다. 주변 탐문 중 ‘한 달 전에 여자가 투신해 자살했다’는 내용 알게 됐다. 그 집이 이영학 자택이라는 것도 이때 알게 됐다. 이영학 딸이 이양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영학 자택임을 알 게 됐을 때 집 (내부) 확인해봐야 할 필요 있지 않느냐 해서 2일 오후 9시 사다리차 동원해 집 내부를 들여다봤다. 강력 사건으로 의심했다기보다는 내부 확인한 거다.

10월2일 오후 6시쯤 CCTV (폐쇄회로 화면) 분석해 피해자가 이양 집에 들어갔다가 이양 혼자 나오는 것 확인했다.

-의심할 부분 보고도 왜 대처 안했나.

▶그 당시 범죄 관련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피해자가 어디 있는지 찾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 CCTV를 더 확인했다. 피해자가 이양 집에 들어간 것, 나오지 않은 것 확인했지만 100% 믿을 수 없었다. CCTV를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어서 주변 CCTV를 더 봤다.

-적절한 판단이라고 보나.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감히 최선 다했다 말씀드릴 수는 없다. 저희도 안타깝다. 단순하게 그 사건을 가출 사건이라 판단했다. 부모님도 친구 만나서 하루 자고 오고 올 수도 있고 피해자가 가끔 전화기를 꺼 놓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단순 가출 사건으로 봤다. 시간이 지나보니 피해자 어머니께서 ‘이양을 만났다’고 뒤늦게 알려주셨는데 조금만 더 일찍 말씀해주셨으면 아이 찾는 것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아쉬운 부분이다. 실제 납치라던가 그런 사건이었다면 이렇게 판단 안 했을 것이다. 일찍 대처했으면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피해자 실종 신고된 지난달 30일 밤 11시 20분쯤 이후 하루가 넘어 피해자 부모와 연락했다. 너무 늦은 것 아니냐.

▶망원 지구대에서 피해자 어머니에게 1일 오전 4시쯤 통화했다. 피해자 소식 온 게 있냐고 물었고 “없었다”고 답변했다.

-여성청소년과와 형사과 합동수사는 왜 10월4일에야 시작됐나.

▶10월3일 오전 10시쯤부터 형사과와 공동 수사했다. 형사는 이영학 주변을 수사했고 저희는 이양 주변을 탐문하게 된 것이다. 3일 수사를 해보니 여성청소년과에서 더 이상 수사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고 4일에 합동수사로 전환된 것이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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