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 찾아가는 복지, 위기의 네 모녀 지켜냈다


동사무소 찾아가는 복지, 위기의 네 모녀 지켜냈다

대전 오정동 행정복지센터 ‘감동’

송파·증평 모녀의 불행 예방 위해

관리비 장기연체 가정 찾아내 지원

통장들 모임 통해 소외계층 관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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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행정복지센터(옛 동사무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인데 관리비를 몇달 연체한 세대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은 오정동 행정복지센터 공태자 맞춤형복지팀장과 직원들은 곧장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오정동의 한 아파트. 공장에 다니는 A씨(45·여)가 세 딸과 사는 집이었다. 8년 전 남편이 가출한 뒤 A씨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빠듯한 살림에다 초·중·고생인 세 딸을 키우느라 관리비와 월세를 체납했다.

A씨는 그동안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자신이 복지대상자가 되는지도 몰랐고 어디에다 물어볼 생각도 못 했다.

공팀장과 직원들은 A씨를 설득했다. “아이들이 자라서 그대로 사회에 돌려주면 된다”며 A씨가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배려했다. 결국 A씨는 공팀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된 A씨는 자녀 학비와 급식비, 의료비 등을 지원받게 됐다. 대덕구청과 오정동 행정복지센터의 도움으로 한 기업으로부터 장학금도 받게 됐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위기가정’을 구한 것이다.

A씨는 “먼저 손을 내밀어줘서 정말 고맙다. 남편과 연락이 두절된 뒤 정말 어려웠는데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오정동 행정복지센터는 지난해 10월부터 소외된 계층을 직접 찾아 나서는 사업을 하고 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나 최근 충북 증평 모녀사건과 같은 일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오정동은 주민 1만6000여 명 가운데 독거노인과 한 부모 가정 등 사회복지대상 수급자가 1300여 명에 달한다. 다른 지역과 달리 공공 임대아파트도 없어 생활이 어려운 주민을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직원들은 우선 오정동에 있는 5개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받아 관리비를 연체한 세대를 찾았다. 장기간 방치된 가정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해서 A씨 가족을 포함해 아파트 관리비를 체납한 8가정을 확인했다. 대부분 실직이나 사업실패로 형편이 어려워진 집이었다. 당장 관리비를 낼 여력이 없는 세 가정에 300만원을 지원했다.

오정동에는 통장으로 구성된 ‘우찻사기동대(우리가 찾아가요, 사랑합니다)’가 운영 중이다. 동네 터줏대감인 통장을 통해 독거노인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받고 있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복지만두레’는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에게 정기적으로 반찬과 생활용품을 전달하며 안부를 묻고 ‘이상’이 발견되면 곧바로 행정복지센터에 관련 내용을 전달한다.

오정동 행정복지센터는 센터와 인근 새마을금고, 신협 등 3곳에 희망우체통도 설치했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복지서비스 대상자가 자신의 처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접수된 내용을 통해 주민의 상황을 파악한 뒤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오정동 행정복지센터 정영주 동장은 “아직도 정부와 자치단체의 도움을 기다리는 주민이 많기 때문에 먼저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b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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