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우리가 원해 마련한 올림픽


[데스크에서] 우리가 원해 마련한 올림픽

“평창!” 2011년 7월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IOC 총회에서 당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입에서 울려 퍼진 이 한마디는 단숨에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위대한 승리’ ‘더반의 기적’이라는 찬사로 변해 대한민국 전역을 휩쓸었다. 그날 밤 세 번째 도전 만에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강원도 사람들이 남아공 현지에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그때는 그렇게 멀어 보이던 2018년이 밝았다. 유치 확정 후 2410일이 되는 2월 9일이면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분위기는 2011년 7월 우리가 머릿속에 그렸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유치 당시 국민 지지율은 90%를 넘었다. 지금은 올림픽에 관심 있다는 사람이 절반도 못 미친다. 경기를 직접 보겠다는 사람도 열 명 중 한 명도 안 된다.

평창은 처음부터 일이 꼬이며 ‘미운 오리 새끼’ 신세가 됐다. 유치 후 첫 1~2년 동안 조직위, 강원도와 함께 대회 청사진을 그려야 할 중앙정부(문화체육관광부)가 ‘정유라 승마’ 같은 일에 휩싸이며 제 역할을 못 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경기장 설계가 바뀌면서 한때 공기(工期)를 못 맞추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조직위원장이 두 번이나 갈리면서 구심점을 잃었다. 중앙정부와 강원도, 조직위 간의 마찰음은 한시도 잠잠할 날이 없었다. 지난해 터진 국정 농단 사태를 통해 온갖 비리의 표적이 된 것으로 지목되면서 평창은 표류 직전으로 내몰렸다.

내부에서 힘을 하나로 모으기도 힘든데, 외풍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거셌다. 북한의 핵개발로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 됐다.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의 불참과 러시아에 대한 도핑 징계는 대회 수준과 흥행에도 생채기를 냈다. 평창을 대한민국이 아닌 ‘강원도 올림픽’으로 의미를 깎아내리는 사람도 많아졌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은 우리 스스로가 원해서 마련한 지구촌 잔치다. 전 세계 손님을 불러놓고 그 앞에서 메뉴 타령, 서비스 타령을 할 시간은 지났다. 지금 와서 새로운 것을 준비할 시간도 없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것만으로 잔치(대회)를 벌이고, 설거지(경기장 사후 활용)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한강의 기적’을 널리 알리며 세계 강호로 우뚝 선 무대였다면, 2018년 평창은 대한민국이 IMF 경제 위기와 북핵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는 저력을 지닌 진정한 강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이다. 평창의 성패에 강원도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자존(自尊)이 걸려 있다. 그리고 ‘미운 오리 새끼’를 ‘백조’로 변신시키는 것은 바로 국민 하나하나의 몫이다.

[강호철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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