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인수전… 세계1위 中건설사도 ‘입질’


대우건설 인수전… 세계1위 中건설사도 '입질'

국내외 10여개社 예비입찰의향서매각 가격 2조원 내외 예상
“플랜트 기술, 중동 네트워크 확보”
美·中 등 글로벌 자본 각축 예고
국내에선 호반건설이 입찰 참여
매각 결과 따라 건설업 지각변동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 ‘우려도

국내 시공 능력 3위인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본격화한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최근 대우건설에 대한 예비 입찰 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가운데 해외 기업·자본은 물론 국내 중견 건설사도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건설업계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대우건설 놓고 中·美 글로벌 자본 각축전

산업은행은 지난 13일까지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을 마무리했다고 15일 밝혔다. 산은은 사모펀드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갖고 있다. 입찰에는 외국계 등 10여 기업이 의향서를 냈다.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한 매각 가격은 2조원 내외로 예상된다. 2010년 3조2000억원을 들여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산은으로서는 1조원 손해를 보고 파는 셈이다.

인수전은 국제 자본의 각축전이다.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 업체 중 가장 큰 곳은 중국 국영 건설 회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이다. 연매출 112조원인 세계 1위 건설사이다. 이 회사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플랜트 분야 등의 첨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그동안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로 한중 관계가 냉각되면서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지만, 최근 해빙(解氷) 무드를 타고 제안서를 제출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부동산 개발 투자 기업 TRAC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미 교포 사업가 문정민 회장이 2009년 미국 뉴욕에 설립한 회사로, 이라크 국가 재건 사업 등 한국·미국·중동 등에서 다양한 부동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가진 중동 지역의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설계 업체인 에이컴(Aecom)도 있다.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2002년 매출액 17억달러에서 지난해 174억달러까지 성장한 회사다.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본점을 설계했다.

당초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사정에 밝은 부동산 업계 한 CEO는 “아람코가 그간 대우건설을 직접 방문하는 등 큰 관심을 보여왔고 자금력도 충분했지만, 내년 해외 증시 상장이라는 큰일을 앞둔 게 걸림돌이 됐다”며 “타이밍이 안 맞았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에너지 업체 페트로나스도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호반건설 참여… ‘승자의 저주’ 우려도

국내에서는 중견사인 호반건설이 예비 입찰에 참여했다. ‘국내 우량 기업을 해외에 헐값에 팔았다’는 비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산업은행으로서는 내심 가장 반가운 카드다. 다른 국내 건설 대기업은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이 없다.

시공 능력 평가 13위인 호반건설은 작년 울트라건설을 인수했고, 올해는 제주 중문단지 퍼시픽랜드도 사들이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대우건설의 덩치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겪은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시장가보다 높은 6조4000억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그룹 해체 직전까지 몰리자 대우건설을 다시 내다 팔았다.
더욱이 호반건설은 금호산업과 동부건설, SK증권 등 굵직한 매물이 시장에 등장할 때마다 후보로만 거론되다가 막판에 발을 빼왔다. 호반건설이 끝까지 참여해 인수한 울트라건설은 인수 가격 208억원으로 대어(大魚)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내 건설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대우건설로서는 해외 우량 투자자에게 팔리는 쪽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예비 입찰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심사를 통해 적격 대상자를 가려내 16일까지 통보할 예정이다. 12월 중 적격 대상 업체들로 본입찰을 실시해 1월 중순쯤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입찰 과정이 순조로울 경우 4월쯤 주식 매매 계약(SPA)을 맺고, 7월쯤 대금 납입을 완료해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장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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