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지옥도(地獄島)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지옥이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지옥이라는 이름이 주는 뉘앙스 그 자체일 것이다.
 
 
 
 
 
어렸을적 봐왔던 성경의 이미지 아니면 불교에서 말하는 선불교적인 이미지……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그것보다 더 적나라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겪은것은 그 누구보다도 진실하며 그 누구보다도 더 사실적이며
 
 
 
 
 
그 누구보다도 더 공포스러웠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1
 
군대를 제대한 이후로 나는 실직에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려운 집안사정으로 대학진학에 좌절을 느낀 나는 일찌기 군대에 입대해야 했으며 
 
하사관으로 그나마 집안의 생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형편이 되었었다.
 
 
 
 
 
하지만 훈련도중 무릎인대 파열로 인한 부상으로 부득이 하게도 의가사 제대를 할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부상은 제대후 몇달간의 휴식으로 완치되었지만 지금도 비가 올때면 부상당했던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릴때가 많다.
 
 
 
 
 
의가사 제대의 상황은 우리집 살림살이에 꽤나 큰 타격이었다. 
 
뇌졸증으로 누워 계시는 아버지며 시장에서 날품팔이를 하고 계시는 어머니 그리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여동생들에게 나는 병원비와 생활비, 여동생들의 학비까지 도맡아야 했지만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하루에 만 몇천원 남짓 벌어 오시는 어머니의 수입으론 도저히 감당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부상이 아물자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네던 동네 선배의 권유로 원양어선에 승선 하기로 했다. 
 
비록 군 공무원에 비해 크게 많은 보수는 아니었지만 지금의 사정에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월 천이백불 정도의 보수에 수당까지 포함되어 1년 계약에 약 2천만원 정도의 보수를 받을 수 있었으며, 
 
그 수입이면 충분히 남아 있는 네 가족이 살아 나갈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었다.
 
 
 
 
 
선배는 나보다 3년정도 먼저 배를 탄 배태랑이었다. 
 
선배의 추천으로 선배가 일하고 있던 참치선망선에 탑승하기로 약속 되었으며 선원 수첩을 발급 받고, 수습과 교육과정까지 약 한달 정도 거친뒤에 참치선망선에 탑승했다. 내가 탄 참치선망선은 선망선중 그다지 크지 않은 8백톤급의 어선이었으나 어군 탐지용 헬기와 칼라 어군탐지기 소나(SONAR) 인공위성을 통해 육상과 교신할 수 있는 통신장비등 첨단 장비가 탑재된 최신 어선이라는 선배의 설명이었다.
 
 
 
 
 
배는 약 보름후 남서 태평양 근안에서 조업을 할 예정이었으며, 
 
그곳까지 가는동안 조업에 필요한 그물 손질이라던가 여러가지 잡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다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나였기에 선배는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중 특이한 점은 참치의 생리 활동에 대한것이다.
 
 
 
 
 
참치는 원거리 회유어족으로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일본해안까지 평균 26키로 속력으로 헤엄치며, 
 
길게는 20년까지 살면서 한번도 쉬지않고 유영을 한다는 것이다. 
 
잠은 언제 자냐고 하겠지만 실상 그렇게 죽을듯이 유영하면서도 뇌는 시간마다 숙면을 취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몽유병과도 같은 것이 아니였을까 한다.
 
말하자면 참치는 평생토록 몽유병에 시달리는 것이다.
 
 
 
 
 
세상에는 갖가지 특별난것들 투성이지만서도 
 
몰랐던 새로운것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을 때는 한 순간 그것에 대한 혼동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다.
 
 
 
 
 
선원은 기관원과 일반선원으로 나누어지며, 
 
기관원은 레이더와 헬기를 동원해 어군을 탐지하고 배의 운항에 관련된 일들을 했다.
 
일반선원은 말그대로 조업원이었다. 나와 마찬가지인 선원들이었다.
 
그물에서 끌어 올린 참치를 선별하여 냉동창고에 보관처리를 하는것과, 기타 여러 잡일등을 하는 것이다. 
 
기관원과 일반선원을 합쳐서 8백톤이나 되는 이 거대한 참치선망선에는 고작 40명정도의 인원만을 태우고 있었다.
 
 
 
 
 
 
 
 
 
 
 
 
 
 
 
 
 
2
 
배는 오후 4시에 출항을 하여 14노트(KNOT)정도의 속력으로 동해안을 쾌속 질주 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후 한반도의 모습은 바다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처음 배에 승선한날 첫 승선한 선원들에게 막사발에 부어진 소주는 신고식이었다.
 
 
 
 
 
선원이라는 어감이 주는 느낌은 그다지 나쁘지많은 않았지만 
 
특별한 기술없이 고용되어진 점에서 보면 막일 현장의 잡부와 다를바 없었다.
 
하지만 같이 승선하고 있는 선원들은 다른점이 있었다.
 
생김새부터 말투에 이르기까지 거칠지 않은 사람은 나와 새로 승선한 신입 선원들이었다.
 
 
 
 
 
선배는 이미 술이 어느정도 올라 불콰해진 상태에서 흥이나 옆사람과 떠들고 있었다.
 
전라도 출신으로 보이는 한 사나이가 말을 꺼넸다.
 
 
 
 
 
“아따 거시기 후딱들 마시시게… 나 여그 첨 왔을적엔 양동이로 마셨네. 뱃사람이 술을 못마시면 여그서 못버텨불제.”
 
 
 
 
 
다소 거친 표정을 지어보이며 닥달을 했지만 아주 강한 어투는 아니었다. 
 
어쩌면 약간 편해 보이는 어투였다. 
 
하지만 이 사람도 일할때는 어떤식으로 바뀔지 자뭇 궁금했다.
 
나를 비롯한 신입 선원들은 역한 바다 비린내에 배멀미 때문에 
 
배가 출항한 뒤로 계속해서 바다를 향해 구토를 연발하고 있었다.
 
이미 진이 빠질대로 빠져버린 상태에서 사실 신고식이란건 정말 지옥이라고 생각했다.
 
 
 
 
 
릴낚시로 잡은 감성돔 몇마리를 그대로 회를 떠서 덩어리째 고추장에 발라 먹으며 
 
연신 입맛을 다시는 선배 선원들은 소주를 그야말로 물처럼 들이켜 댔다. 
 
선장도 부선장에게 임무를 인수인계한 뒤 신참 선원들의 신고식에 합류했다.
 
선장이란 사람은 일반적인 마도로스같은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나이 오십가량의 해양대학 출신으로 특별한 근무복없이 작업용 남색 항공점퍼에 청바이지를 입고 다 낡은 예비군 모자를 쓰고 있었다. 
 
한가지 그가 마도로스같은 이미지를 보여준것은 다른 선원들과는 달리 파이프를 사용해 담배를 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파이프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입 담배용 파이프가 아니라 담배를 꽂아 필수 있는 짧은 뿔파이프였다.
 
좀처럼 매치가 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어쨌든 상관없었다. 
 
선장은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신참 선원들을 격려하고는 소주한잔씩을 권했다.
 
 
 
 
 
이미 한사발씩 들이킨 상태라 몸은 많이 이완되어 있었으며 어느정도 멀미도 잊을 수 있었다. 
 
육지에 있을때는 꿈도 꿔보지 못한 감성돔이 덩어리 회로 눈앞에 놓여 있었지만 좀처럼 손이 가질 않았다. 
 
하지만 소주는 역한 비린내를 잊게 해주었고, 
 
술을 마신지 한시간 가량이 지나자 술이 오를만큼 오른 나는 선배의 부축을 받아 선실의 침상에 혼절하듯 뻗어 버렸다.
 
 
 
 
 
다음날 쓰린 속을 부여잡고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배멀미로 고생하며 가까스로 주방에 들어서자 주방장은 해장국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선배 선원들은 멀쩡하게 들어와 비지땀을 흘리며 해장국을 먹어치웠지만 나는 국물만 한숫갈씩 집어 넣고 있었다.
 
선배는 하루 종일 일하려면 먹어둬야 할거라며 어깨를 툭치고는 주방을 나갔다.
 
 
 
 
 
 
 
국그릇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배멀미와 숙취때문인지 지난밤에는 선잠에 들어 있었지만 그 순간에도 깊이 잠들었었는지 꿈을 꾸었다. 
 
표현하기 어려운 꿈이었다.
 
 
 
무엇인가 굉장히 어두운 곳에 내가 서 있었다. 사방이 칠흑같은 어둠뿐이었다.
 
그 어둠속에 바닥부터 보이지 않는 윗부분까지 무엇인가가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신음소리와 괴이한 음성들은 살아있는 것들과는 전혀 느낌이 틀린것들이었다. 
 
불에 타는듯한 고통에 무엇인가가 내 허리를 자르는듯한 고통에 뼈가 잘리는 끔찍한 소리가 내 귀를 통해 들려왔다.
 
 
 
그 끔찍한 소리가 끝날 무렵 내 상반신과 다리는 따로 떨어졌고 상반신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꿈에서 깨어났을때 난 침상밑으로 떨어져 있었다.
 
 
 
다급하게 하체를 보기위해 일어나 두손으로 다리를 주물렀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다시 잠에 들려했지만 더이상 잠들수가 없었다.
 
 
 
 
 
 
 
조업일은 아니었지만 고된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 약 삼일 가량이 흘렀을때 배의 흔들림과 멀미로부터 무감각해 질수 있었다.
 
하지만 첫날 꾸었던 악몽은 날이 갈수록 더욱 선명해졌으며 
 
심지어는 피냄새가 실제로 느껴지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난 그저 처음 배에 타고, 
 
며칠동안 땅을 밟지 못해 생긴 현상이라고 밖에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그 꿈에 대한 두려움은 가실줄을 몰랐다.
 
 
 
 
 
 
 
 
 
 
 
 
 
 
 
 
 
3
 
13일가량이 지나 태평양의 한가운데라고 생각되는 곳을 배는 달리고 있었다. 
 
그 날의 날씨는 아침부터 굉장히 어두웠다고 기억된다. 
 
무릎의 통증도 제발 되어 쑤시는 무릎을 주무르며 냉동창고 정리를 하고 있었다. 
 
반나절이 지나자 곧 그 어두움은 하늘에서 폭우를 쏟으며 거센 바람을 내뿜었다.
 
 
 
 
 
한 시간 가량이 지나자 파도의 높이는 산처럼 높아 있었으며 그 큰배를 집어 삼킬듯이 덤벼 들었다. 
 
그러나 왠만한 폭우나 태풍에는 끄덕없는 어선이라 선배선원들이나 선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선실로 돌아와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하루를 꼬박 태풍속에서 휘둘리던 배는 다음날 10시 가량이 되어서야 조용한 바다를 거닐 수 있었다.
 
 
 
 
 
선배는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말을 했다. 지금은 태풍의 눈위치에 있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줬다. 
 
약 반나절이 지나면 다시 태풍속에 휘말릴것이고, 다음날이 되야 태풍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기관원 한사람이 달려와 선원들과 아침식사를 하던 선장에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선장님 참치떼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참치떼는 첨보는데요. 빨리 와보시죠.”
 
 
 
 
 
“엉? 여기는 참치가 떼로 나올곳이 아닌데.”
 
 
 
 
 
선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나(SONAR-칼라 어군탐지기)가 있는 조타실로 달려갔다.
 
선원들도 식사를 하다말고는 갑판으로 뛰쳐나와 기관원이 향하고 있는 배선두 오른쪽을 바라 보았다. 
 
수심이 깊은곳이라 바다는 흑빛에 가까웠다.
 
하지만 멀리서 그 검은 바다위에 하얗게 거품을 몰고 몰려오는것이 있었다.
 
 
 
 
 
선장은 스피커를 통해 어망 설치를 지시했고, 곧 스키프(Skiff-소형보조선)가 투하되었다.
 
어망은 그 거대한 참치어군을 둘러 싸며 설치 되었고 아래쪽부터 그물은 조여 들어갔다.
 
어망이 다 조여졌을 무렵 냉동창고로 향하는 컨배어 밸트가 가동됨과 동시에 어망을 끌어 올리는 톱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약 2.5km 정도에 이 어망을 끌어 올리는 작업의 시간은 꽤나 오래 걸렸다. 
 
하지만 어느정도 무게가 느껴지며 어망이 올라 오기 시작했다.
 
잠시후 어망을 들어올리는 톱니바퀴가 무엇엔가 걸린듯 제자리에서 덜그럭 소리를 내며 더이상에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그 거대한 어선이 오른쪽으로 급작스럽게 기울어 지기 시작했다.
 
선원들은 배의 이곳 저곳을 잡으며 몸이 한곳으로 쏠리지 않게 고정했지만 배는 계속해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갔으며, 
 
그 물에 의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선배의 표정을 보아 이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니라는것을 손쉽게 알수 있었다.
 
선배의 두 눈은 공포로 가득차 있었다.
 
 
 
 
 
배가 바다와 거의 90도 각도로 기울어 갈무렵 
 
선장은 어망을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선원들은 어망을 해체하는 작업에 들어갔으나 
 
그물을 끌어올리는 모터는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았다. 
 
선원들은 두려움에 휩싸여 회를 뜨던 칼로 그물을 잘라내기 시작했지만 
 
워낙에 두꺼운 나일론 그물의 선들은 좀처럼 끊어지지 않았으며, 
 
그 많은 그물들을 잘라내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질없는 짓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배는 계속해서 기울어 어군탐지용 헬기를 비롯해 여러 기계들과 장비들이 바닷속으로 빨려 들기 시작했다. 
 
선원들도 하나 둘 바다로 다이빙하기 시작했다. 
 
배가 완전히 뒤집힐 무렵 나는 이미 커다란 나무 박스에 매달려 바다위에 둥둥 떠돌고 있었다.
 
배는 밑바닥을 들어낸채 검은 바다에 삼켜져 갔고, 시간이 흘러 바다위에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성되며 기포가 일었다. 
 
배에 실려있던 여러 장비들이 부유물이 되어 그 소용돌이 주변을 맴돌았고, 나 또한 소용돌이의 바깥쪽에서 서서히 돌고 있었다.
 
소용돌이는 거품이 사라짐과 동시에 사그라 들었다.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왔다.
 
다들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목소리들이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부유물들을 잡고 바다위에 떠있었다. 스키프가 가까이 다가와 약 30명 정도의 생존자들을 태웠다. 
 
소형 보조선이지만 그물이 빠지자 30명 가량의 생존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을만한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모두들 살았다는 안도보다는 있을수 없는 공포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눈빛들이었으며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보이지 않는 몇몇 사람중에는 선장도 있었다.
 
선장은 배가 침몰할때 같이 수장된다고 한다. 
 
마치 왕이 죽었을때 말과 하인과 부인이 순장되는 의식을 거치는 것처럼 선장도 자신의 분신인 배를 따라 순장을 택하는지도 모르겠다.
 
 
 
 
 
보조선에선 기관원이 구조요청을 다급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반나절 정도 걸린다던 태풍은 말과는 달리 한 시간도 채 안되어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태풍은 가랑잎 같은 보조선을 쉽게 뒤집었으며 
 
그 바람에 우리도 마치 클립이 박스에서 쏟겨 여기저기 흩어지듯 바다 한 가운데 흩뿌려 졌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이제 난 여기서 생을 마감한다고 말이다.
 
군대에 처음 입대해 훈련소에서 받았던 화생방 훈련때 죽는게 이런거로구나 라고 느꼈었다.
 
그런데 진정으로 죽는건 지금 이 순간이었다. 
 
바다는 나를 그 시커먼 입으로 야금야금 삼키고 있었으며 나의 입과 콧구멍으로도 침투하여 나의 내장까지 먹어버릴 기세로 덤벼들었다.
 
 
 
 
 
 
 
 
 
 
 
 
 
 
 
 
 
지옥도(地獄島)
 
 
 
 
 
 
 
 
 
 
 
 
 
 
 
4
 
옆에서 누군가 나를 흔들었을때 나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뼈가 썰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악몽에서 깨어났다.
 
옆에는 선배와 다른 선원 다섯명이 물에 흠뻑 젖어 내 주변에 서있었다. 
 
다들 추위에 떨며 몸을 두팔로 감싸고 있었고, 선배는 무엇엔가 부딪쳤는지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흘러 내렸다.
 
 
 
 
 
이상한 일은 꿈속의 그 뼈를 써는듯한 소리가 지금 깨어난 곳의 어딘가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를 비롯한 다섯사람은 살아난것을 확인했다. 
 
계속해서 퍼붓는 폭우를 피할만한 곳을 찾기 위해 섬이라고 생각되는 이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약 보름정도 땅을 밟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땅은 걸을때마다 울렁거리며 흔들렸다.
 
지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은 이리 저리 기울었다. 
 
중심을 잡기 위해 땅을 보았는데 이곳은 해변인데도 불구하고 모래가 아닌 검은 흙으로 뒤덥혀 있었다. 
 
이런 섬도 있겠거니 하며 다른 선원들과 찾은 곳은 깊이 3미터에 높이 2미터 정도 되는 작은 굴이었다.
 
 
 
 
 
나와 여섯명은 서로의 몸을 밀착해 체온을 유지하며 근심에 빠져 있었다.
 
이곳이 어딘지 모르는 전혀 낯선곳이였으며 과연 사람이 사는 곳인지 하는 의문도 제기 되었다.
 
만약 무인도라면 어떻게 탈출해야 할 것이며 구출되지 못했을때 이 무인도에 물이나 먹을 것들이 나오는지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
 
그 와중에도 기분나쁜 뼈써는 소리는 계속 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도대체 이 기분 나쁜 소리는 머야?”
 
 
 
 
 
한 사람이 참다 못해 중얼거렸다.
 
 
 
 
 
“박씨도 들려? 이게 대체 무슨소리여?”
 
 
 
 
 
나만 들리는것이 아니었다. 모두들 그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빗방울이 바닥을 치는 소리와 진동사이에 다른 진동도 느껴졌다. 
 
그 진동은 심장의 박동과 비슷한 속도로 땅을 통해 울려 퍼졌고, 진동에 의해 사람들도 약간씩 흔들리고 있었다.
 
 
 
 
 
더불어 이상한 냄새까지 흘러 퍼지기 시작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해변의 비린 냄새 이외에는 별다른 냄새가 없었으나 
 
우리가 동굴로 들어온 순간부터 퍼지기 시작한 이상한 냄새는 사향냄새 같기도 했으며 짐승의 시체가 썩는 냄새같기도 했다.
 
 
 
 
 
아무튼 이 괴상하고 더러운 냄새는 머리속까지 어찔하게 만들었고, 모두들 코를 막고 입으로 숨을 쉬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그렇게 비가 그치길 모두들 기다리다가 피곤에 지쳐 하나둘 잠들어 갔다. 
 
한동안 잔듯 싶어 눈을 떴을때 비는 이미 그쳐 있었지만 시간은 한밤중이 되었다.
 
섬에서 볼 수 있는 빛이라곤 
 
오로지 하늘에 드문드문 떠있는 흐릿한 몇개의 별빛과 구름뒤에서 을씨년스럽게 빛나는 황색 빛 달이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동굴안에는 네 사람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한 사람이 볼 일이라도 보러 갔다는 생각이었고, 
 
밤을 보내기 위해서는 젖은 옷이 마르기까지 불을 필요로 했기에 무엇인가 태울수 있는 물건들을 찾아 나섰다.
 
 
 
 
 
밖은 어두웠으며 바닥의 흙까지 검은 빛이었으므로 걸어 다니는데 꽤나 조심스럽게 다녔다.
 
간신히 비춰지는 달빛으로만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선배는 사라진 사람을 찾는듯 했다.
 
 
 
 
 
“최씨 아저씨! 어디 계세요?”
 
 
 
 
 
어둠은 선배의 커렁한 목소리까지도 집어 삼키는것 같았다.
 
목소리는 울려퍼지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딜레이 없이 끊겨 버렸다. 
 
마치 흡음처리가 잘되어 있는 밀실에 갖혀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선배의 외침에 대답하는 소리는 먹먹하게 들리는 파도 소리 밖에 없었다.
 
우리는 일단 사라진 사람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밤중에 어디 갈곳이 있는것도 아니기에 곧 돌아 오리라 생각했다. 파도에 실려온 어선의 짐들이 여기 저기 보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기름이 들어 있는 드럼통부터 개개인의 짐들과 선원들의 시신들까지 몇 구 눈에 띄었다. 
 
우리는 우선 눈에 보이는 시신들을 해변쪽으로 끌어 올려 파도에 휩쓸려 나가지 않게 한 곳에 모았다. 
 
어둠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우린 모두 표정이 어두워졌다. 시신을 모아둔뒤 나머지 물건들을 보이는데로 챙기기 시작했다.
 
 
 
 
 
일단 이 섬이라고 생각되는곳에서 얼마나 있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필요하던 그렇지 않던간에 어떤곳에 사용될지 몰랐으므로 무조건적으로 끌어 모았다. 
 
선배는 가지고 있던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 보았다. 하지만 아직 젖어 있었으므로 라이터에는 불꽃이 튀지 않았다.
 
한참을 흔들어 다 마른 라이터는 몇번의 시도끝에 결국 불이 붙었다.
 
 
 
 
 
주변을 둘러본 선배는 오십센티 가량의 나무막대를 주워 오더니 
 
누군가의 옷가방으로 보이는 짐을 골라내어 
 
그곳에서 면으로 된 티셔츠 한벌을 꺼네어 나무에 두르더니 드럼통의 뚜껑을 열어 둘둘 말린 옷을 흠뻑 적셨다. 
 
라이터에 불을 켜고 임시로 만든 횃불에 불을 붙이자 검은 연기를 내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횃불을 개개인별로 만들어 건져 올린 짐들을 확인했다. 
 
봉해진 가방안에서 나온것들중에는 플레쉬도 있었으며 
 
어느정도의 먹을것들도 나왔으므로 우선 공복에 지친 속을 달래기 위해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커다란 짐들을 한곳으로 모아둔뒤 우리는 몇가지 짐들만 가지고 동굴로 돌아와 피곤에 지쳐 잠에 들었다.
 
 
 
 
 
 
 
 
 
 
 
 
 
 
 
 
 
5
 
시계는 오전 아홉시를 좀 넘어선 시간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바깥은 밤과 같은 칠흙은 아니었어도 먹구름이 잔뜩낀 흐리고, 암울한 날씨였다.
 
그래도 밤의 어둠속에서 헤맬 때를 생각하면 낮이라는건 얼마나 사람을 희망에 차게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햇빛이 비치지 않는 낮은 우울만 가중시킬뿐 희망이라는 단어 자체를 무색케 만들어 버렸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깨웠다.
 
 
 
 
 
“이제 일어나시죠. 날 밝았는데 뭐라도 찾아봐야죠.”
 
 
 
 
 
“어이. 이군 벌씨너 일랐나? 아따 이 무신 냄새고 어찌녘 보담 더 지독하네?”
 
 
 
 
 
경상도 억양의 방씨가 일어나며 한 말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코를 감싸 쥐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고, 냄새 뿐만이 아니라 이거 도대체 무슨 소린데 이렇게 크게 들리는거지 아주 소름 끼쳐서 밤새 잠도 제대로 못잤다니까.”
 
 
 
 
 
“맞아요. 밤새 기분나쁜 소리에다 냄새에다 계속해서 쿵쿵 울리니 잠도 못들었다니깐요.”
 
 
 
 
 
선배가 박씨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다들 눈 주변이 퀭한것이 어지간히 시달린듯한 눈치였다.
 
일단 아침을 떼우기 위해 건져온 음식들을 대충 챙겨서 먹기 시작했으나 
 
역겨운 냄새에 먹는둥 마는둥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최씨는 결국 날이 밝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나를 비롯한 세 사람은 이곳이 어디인지 파악할 도리가 없었다. 
 
단지 태평양의 한가운데 일거라는 생각만 일치했다.
 
누군가의 가방에서 나온 해양지도와 나침반이 나왔지만 모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조업원들 이었으므로 알아낼 도리가 없었다.
 
 
 
 
 
우선 해야 할일은 모아둔 시신들을 땅에 묻을것인지 불에 화장을 시켜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얼마를 있던간에 물과 다른 먹을것들을 찾아야만 했다.
 
시신을 모아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도착했을때 우리는 한 순간 아찔한 공포감에 빠졌다. 
 
시신이 있던 자리는 시신이 누워있던 표시만을 남겨놓고 텅비어 있었다.
 
 
 
 
 
이 곳에 누군가가 있지 않다면 이런일은 없을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 누군가가 시신을 왜 가지고 갔는가에 대한 의구심과 두려움이 생겼다.
 
우리는 남겨둔 짐들사이에서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두개의 식칼과 얼음을 퍼낼때 쓰는 삽 하나가 나왔다.
 
 
 
 
 
나이든 두사람이 식칼을 들고, 선배는 삽을 들었다.
 
나는 주변에서 쓸만한 막대를 주워와 손에 꼬나쥔뒤 다른 사람들과 뭉쳐서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검은 흙해변을 따라 내륙쪽으로 한 시간 가량을 걷자 언덕이 나왔고, 
 
언덕을 넘어서자 붉은빛이 도는 괴상한 나무들이 빽빽히 드러선 숲이 나타났다.
 
 
 
 
 
처음 해변에서 이 곳의 안쪽을 보았을때는 그저 검은 흙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그 끝에 회색빛 하늘과 맞닿은 검은땅의 지평선만이 눈에 보였으므로 숲이란 존재하지 않을줄만 알았다.
 
하지만 약 오미터 높이에 언덕을 넘어서자 이 괴상한 숲이 나타났으며 숲은 산을 이루며 올라가지 않고, 끝없이 밑으로만 퍼져 있었다.
 
 
 
 
 
숲의 한가운데 까지는 약 10키로미터 정도의 거리로 보였다.
 
처음 숲의 앞에 다가가 바라본 나무는 칠팔미터 정도의 키였지만 
 
멀리서 보았을때는 움푹패인 지형때문에 나무들의 꼭대기만 보이는 형상이었다.
 
한마디로 세상에 이런곳이 있구나 할정도로 괴상망칙한 형태의 숲이었다.
 
 
 
 
 
게다가 열대지방이라 생각되는 이곳에 
 
단풍도 아닌데 온통 붉은 빛을 띄고 있는 이 숲은 분명 무언가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듯이 보였다.
 
나무는 줄기부터 나뭇잎까지 온통 새빨간 붉은 빛이었다.
 
크레파스로 칠해놓은것 같은 질감을 띄고, 나뭇잎의 모양은 송충이가 갉아 먹은 플라타너스 잎파리처럼 너덜너덜한 형상이었다.
 
바닥에 벌레들이 없는걸로 봐서는 원래 그런 모습이 아닐까 했다.
 
 
 
 
 
일단 숲의 입구쪽에 서자 우리들은 이 숲에 들어서는것이 망설여 졌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붉은 핏빛의 숲에 안은 어떤 것이 튀어 나올지 모르는 어두침침한 정글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숲이 있는곳에는 짐승이 살 것이고, 
 
분명 물도 있을 것이며 먹을수 있는 과실도 있을 거라는 기대하에 어쨌든 들어가 보기로 했다.
 
 
 
 
 
 
 
 
 
 
 
 
 
 
 
 
 
6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숲 안쪽은 겨울의 초저녘처럼 어둑어둑했다.
 
숲으로 들어서자 지독하게 흘러 퍼지던 냄새는 사라졌다.
 
반면 뼈를 써는 섬짓한 소리는 더욱더 커졌으며 심장박동과 같은 진동은 점점더 거세어져 갔다. 
 
우리는 다시 돌아서 나갈때를 대비해 가져온 식칼로 나무에 표시를 해두며 갔다.
 
 
 
 
 
나무에선 누런색이 아닌 끈적한 핏방울 같은 진물이 흘러 나왔다. 
 
그 냄새 또한 피비린내였다. 
 
나무를 벨때 마다 사람이나 동물을 베는 느낌이었고, 
 
그럴 때 마다 나무는 스산한 기운을 내뿜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소리를 퍼뜨렸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그 행위를 중단할수는 없었다. 한동안을 걸어가다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 보았다.
 
 
 
 
 
알고보니 그 섬짓한 소리가 나는 근원지쪽으로 향하고 있다는것을 느꼈던 것이다.
 
소리는 아까와 비교했을 때 두배정도나 커졌으며 우리가 서있는 근처에서 난다는 것을 알았다. 
 
그 곳에서는 역한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피비린내는 거리가 가까워 질수록 처음 맡았던 시체 썪는 냄새와 섞여 더욱더 지독하게 진동했다.
 
 
 
 
 
 
 
우리는 무기를 쥔 손에 힘을주고 조심스레 그 근원지에 다가갔다.
 
나무의 뒤에서 바라본 그 곳에선 섬뜩하기 그지 없는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예상대로 그 근원지는 숲의 중간지점정도 였으며 
 
그 중간지점은 다시 검은흙이 드러나 있으며 
 
계속해서 내려오던 내리막과는 달리 평평한 지대에 직경은 약 사 오십미터 가량의 원형모양이었다.
 
 
 
 
 
원형안에는 다섯개의 꼭지점이 있는 거대한 별모양으로 붉은 흙들이 그려져 있었으며 
 
그 안에서는 온갖 끔찍한 모습들이 눈에 드러났다.
 
 
 
 
 
우리는 비명을 지를뻔 했으나 그 원형안의 정체모를 인간들에게 들키기 않기 위해 서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 정체모를 인간들의 형상은 모두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했다.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 있는 인간과 치아를 무엇인가 날카로운 끌로 깎은듯이 온통 뾰족한 송곳니형태로 되있는 인간하며 
 
온몸에 붉은빛 문신을 두르고 눈썹까지 머리털로 뒤덮인 인간과 
 
눈이 없고 움푹패여 있고 손가락 사이가 모두 손목까지 찢어져 있는 인간도 있었다.
 
 
 
 
 
어떤 인간은 무릎과 팔꿈치의 살들이 모두 날아가고, 
 
뼈가 살밖으로 드러나 있으며 얼굴에 입술이 없고 치아와 잇몸이 그대로 보이는 인간도 있었다.
 
 
 
 
 
 
 
 
 
 
 
한마디로 이곳은 지옥 그자체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사라진 선원 시신들을 발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선원들은 살아있었고,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아마도 그 괴상한 인간들이 선원들을 살려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괴상한 인간들은 선원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둘 혹은 셋씩 붙어서 선원들을 고문하고 있었는데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인간이 선원 한명의 턱을 벌려 어떤 기계장치에 고정시켰다.
 
 
 
 
 
치아가 뾰족한 인간이 그 벌어진 입에다가 쇠로 만들어진듯한 천을 집어 넣었다.
 
천이 쉽게 목을 타고 들어가도록 물을 부었고, 
 
그 선원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숨을 쉬기 위해 물을 들이키며 동시에 쇠로 만들어진 천까지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치아가 뾰족한 인간은 천의 끝을 잡고 있다가 
 
천의 대부분이 선원의 목구멍을 타고 위장으로 들어갔을 때 
 
물붓는것을 중단하더니 있는 힘을 다해 천을 입밖으로 당겨 냈다.
 
 
 
 
 
우리는 너무나 참혹한 광경을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눈은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 광경들에 고정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 선원의 입밖으로 튀어 나온건 내장들과 피와 살점들이었다.
 
선원은 비명도 못 지른체 두 눈이 뒤집혀 사지를 부들거리며 떨고 있었으나 결코 죽지만은 않았다. 
 
계속해서 그렇게 떨고만 있는것이었다.
 
 
 
 
 
입이 찢어진 인간과 치아가 뾰족한 두 인간은 듣기도 싫은 괴성을 내면서 웃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악마라고 할 수 밖에 없는 형상이었다.
 
 
 
 
 
 
 
또 한 선원이 나무에 묶여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다.
 
무릎과 팔꿈치에 뼈가 드러난 인간이 나무에 묶여있는 선원의 무릎을 톱으로 썰고 있었다.
 
 
 
 
 
마치 나무라도 자르는듯 신중한 태도로 작은 톱을 이용해 열심히 자르고 있었다.
 
왼쪽 다리는 이미 잘렸는지 붉은 경계선을 드러내고 피가 흘러 내렸는데 
 
선원의 의지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리에 붙어 떨어지지는 않고 있었다.
 
 
 
 
 
오른쪽 다리를 열심히 썰고 있는데 그 소리가 바로 우리가 들었던 그 무시무시한 말 그대로 뼈를 써는 소리였다.
 
 
 
 
 
선원은 원의 가장자리 붉은 나무에 매달려 고문을 당하고 있었으며 
 
뼈를 써는 소리는 나무를 타고 숲 전체로 울려 퍼져 거대하고 끔찍한 소리를 이 섬안에 울려 퍼지게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섬 자체가 소리를 삼키는 지라 오로지 숲을 통해서만 진동을 했고, 
 
숲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의 귀에 지금보다도 작은 소리로 들렸던 것이다.
 
 
 
 
 
 
 
또 다른 선원은 붉은 빛의 문신을 두르고 눈썹까지 머리칼로 뒤덮힌 사내에게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문신의 사나이는 선원을 엎어서 묶은 뒤 공중에 매달아 놓은 후에 옆에서 끓이고 있던 납을 퍼내어 선원의 몸에 뿌렸다.
 
 
 
 
 
선원은 미친듯이 몸부림을 쳤지만 묶여서 공중에 매달린 상태에서 저항은 불가능했다.
 
납물은 선원의 몸에 눌러 붙으며 고기가 타는 냄새를 내는데 그 냄새는 피냄새와 섞여서 역겨움을 더했다.
 
 
 
 
 
문신의 사나이는 마치 예술을 하듯 그 선원의 몸에 붙은 납들을 칼로 오려내며 즐거워 하고 있었는데
 
 칼로 오려낸 자리는 살이 녹아내려 마치 붉은 문신이 생긴듯했다. 
 
그런 후 나머지 납들은 무참하게 뜯어내자 그 자리들은 녹은 살점들이 뜯겨져 나가며 온통 피투성이로 변했다.
 
 
 
 
 
이상한 것은 흘러내리는 피들은 먼저 칼로 그림을 그리듯 납을 오려낸 자리에는 번지지 않았으며 
 
그림을 피해 바닥으로 모두 떨어졌다.
 
 
 
 
 
 
 
눈이 없고 움푹패여 있으며 손가락 사이가 모두 손목까지 찢어진 사람이 부선장을 잡고 있었다. 
 
눈이 없는 사람은 부선장의 피부를 대패로 벗겨 내고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했던 자리를 다시 대패질 하는경우도 있었지만 
 
찢어진 손으로 더듬으며 그런데로 벗겨 나가고 있었다.
 
 
 
 
 
그는 생각하기도 싫은 두 눈으로 두리번 거리며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부선장은 죽을듯이 비명을 질르며 바둥거렸지만 그 역시 의미 없는 저항에 불가했다.
 
부선장도 마찬가지로 그런 잔인한 짓에도 죽지 않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모두들 죽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벗겨낸 피부위로 무엇인가를 뿌리는듯 했다. 
 
검은 돌조각 같기도 한 이상한것들을 부선장의 몸에 잔뜩 뿌리자 그것들은 부선장의 몸에 달라 붙어 흘러 내리지 않았다.
 
 
 
 
 
 
 
그런후 앞에 거론하지 않았던 또 다른 괴상한 인간이 나타났다.
 
 
 
 
 
이 인간은 키가 족히 삼미터는 되어 보였으며 그 덩치에 비해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마른 인간이 었다. 
 
이마는 툭 불거져 나와 프랑켄슈타인 같은 형상을 띄고 있었다.
 
 
 
 
 
이 거인은 선장의 두 다리를 양손으로 붙잡더니 
 
가공할 힘으로 그 원형 안의 가장 중심되는 부분에서 제자리 돌기를 시작했다.
 
숨이 멎을듯한 그 장면은 너무나도 놀라운것이었는데 
 
거인이 돌면서 튀는 선장의 핏방울과 몸에 붙어 있던 돌조각들이 원심분리기에서 빠져나오듯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그 돌조각들과 핏방울은 나무윗부분을 향해 날아가 끝도 없이 널리 퍼져 우박이 떨어져 내리듯 숲의 모든곳에 흩뿌려 졌다.
 
 우리가 서있는 위치에도 그 돌조각들과 피로 된 비들이 떨어져 내리며 나뭇잎들은 더욱더 너덜너덜해졌다.
 
 
 
 
 
열 댓명정도의 선원들은 각기 다른 괴상한 인간들에게 참담한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고문이란 피의자를 자백을 받기위해 고통을 주는것이라고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떤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하는 행위는 분명히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행위를 고문이라 생각하는것은 선원들의 얼굴에 제각기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듯한 표정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결국에 선원들은 한마디 말도 못하고, 계속해서 비명만 질러댔다.
 
 
 
 
 
혀가 뽑히는 선원들, 항문부터 입까지 쇠꼬챙이에 꽤뚫려 불위에 올라가 돌아가는 선원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죽이 벗겨지는 선원들까지 모두가 참혹하기 그지 없는 모습들이었고, 
 
모두들 죽지 않은채 고통을 반복해서 당하고 있었다.
 
 
 
 
 
그 고문들은 원형 땅에 그려진 붉은 별 모양의 선들 위에서 모두 이루어 졌으며 
 
그곳에 떨어진 피들은 별의 다섯개에 꼭지점으로 몰려 숲을 유지하는 자양분이 되어 나무들을 길러 냈다.
 
 
 
 
 
우리는 몇 시간동안 이 장면을 지켜 보았는지 알수 없었으나 
 
꽤나 오랜시간동안 넋이 빠진채로 그 장면을 지켜 보고 있다는것을 알았다.
 
신음소리 조차 낼수 없었고, 눈은 고정되어 돌아가지가 않았다. 
 
모두들 무엇엔가 홀린듯이 오랜시간을 그렇게 나무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누군가가 우리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언제까지고 반복되는 그 장면을 계속해서 바라보며 이곳에 굳어버리고, 
 
또 언젠가 저들에게 적발되어 똑같은 고통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
 
우리의 어깨를 치며 부른 것은 사라진 최씨였다. 최씨는 그쪽의 장면을 보지 않은채 바닥만 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쪽 다시는 보지들 말게. 절대로. 그리고, 전부 나만 따라와.”
 
 
 
 
 
모두들 어리둥절하게 서있자 최씨는 우리를 재촉했다.
 
그의 말대로 다시는 뒤돌아 보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최씨를 따랐지만 비명소리와 뼈를 써는 소리때문에 정신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이를 악물고 최씨를 따라간곳은 우리가 들어온 쪽이 아닌 반대편 숲입구가 드러났다.
 
 
 
 
 
숲을 빠져나온 우리는 막혔던 한숨을 쉬며 아직도 후달리는 다리를 잡고 
 
머리속에 들어 앉은 상상을 지우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전부 허사였다.
 
그럴수록 더욱더 생생하게 그 장면들이 그려지는 것이었다.
 
 
 
 
 
경상도 방씨가 입을 열었다.
 
 
 
 
 
“우에된기고. 최씨! 어디 있었능교?”
 
 
 
 
 
“……”
 
 
 
 
 
“최씨 아저씨 말좀 해보세요. 이게 어떻게 된거죠?”
 
 
 
 
 
선배가 독촉했다.
 
 
 
 
 
“여긴 분명…… 여긴 분명히 세상이 아니야. 우리가 살아있는건지도 모르겠어. 
 
내가 어젯밤에 비를 맞으며 그 악취와 소리가 나는 곳을 찾으려고 나섰는데 나도 그 이유는 모르겠어. 
 
자네들은 모두 잘자는것 같던데 난 그럴수가 없었어.”
 
 
 
 
 
최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방씨가 독촉을 하려는듯 말을 꺼내려 하는 눈짓을 하자 옆에 있던 박씨가 방씨의 입을 막으며 최씨를 보라며 눈짓했다.
 
최씨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무튼 내가 찾던곳이 자네들이 서있던 그 자리네. 거기서 자네들과 똑같이 그 광경을 본 거야. 
 
만약에 내가 주머니칼로 허벅지를 찌르지 않았으면 아까 자네들처럼 거기서 굳어 언제까지고 서있었을지도 몰라.”
 
 
 
 
 
그러면서 최씨는 자신의 소매를 찢어 감은 허벅지를 쳐다 보았다.
 
 
 
 
 
“우리가 나온 이쪽은 숲의 반대편이라네. 
 
숲에서는 모든 소리와 냄새들이 바람을 타고 우리가 들어온 숲의 저쪽으로만 퍼지게 되어 있는거였어. 
 
나무의 모양이 숲의 저쪽을 향해서 모두 기울어 있거든. 난 그걸 보고 이쪽으로 나온거지. 
 
소리와 악취가 덜하면 그래도 견딜만 하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더이상 신기할 것도 없지만 이 섬에선 아무래도 바람이 사시사철 한쪽으로만 부는 모양이야.”
 
 
 
 
 
최씨의 이야기가 끝나자 모두들 수긍을 하는듯 고개만 끄덕이며 잠자코 있었다.
 
숲의 반대편 역시 검은 흙천지의 해변이었다. 
 
이 곳도 저 곳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었으며 섬이라고 생각되는 이곳은 사방팔방 둘러 보아도 물한방울 나지 않는 땅이었다.
 
 
 
 
 
만약 살아 남으려면 나무에서 나오는 핏물과 같은 진물과 너덜해진 나뭇잎을 먹어야만 했다.
 
과연 먹을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자 먹어야 한다는 본능이 제일 먼저 지배한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성질 급한 방씨였다. 방씨는 살기 위해 처음 바닷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토해내더니 한동안 누워서 신음을 했다. 
 
다시 일어서 이번에는 숲으로 달려가 가지고 있던 식칼을 이용해 나무를 난도질 하기 시작했다.
 
 
 
 
 
나무는 시뻘건 진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방씨는 미친듯이 그 진물을 핥아 마시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광경을 지켜 보고 혐오스러워 했다. 
 
하지만 잠시후 갈증을 달랜 방씨가 돌아와 살겠다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는 
 
나를 제외한 나머지 세사람이 모두 달려 가서 똑같이 나무에 흠집을 내고는 게걸스레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방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맛이 어때요?”
 
 
 
 
 
“아따 이사람아 살고 봐야지 맛이 뭔상관이고? 안글라? 언제고 옛날에 사슴피 안무 봤나? 
 
그 사슴피보다 더 비리뿌네. 우엣됫동 갈증은 달랬으이 됐지 머.”
 
 
 
 
 
잠시후 나머지 세사람은 온 얼굴에 피칠을 하고 나타났다. 나는 도저히 마실수가 없었다.
 
어려서부터 비위가 약했던지라 혐오스런 음식들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나마 식성이 바뀌어 회나 생선구이 같은 것을 먹을수 있게 된 건 고등학교에 가서 부터였던것이다.
 
 
 
 
 
비록 배고프고 갈증으로 목이 타 죽는한이 있더라도 나무에서 흐르는 이상한 나무진은 먹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이 해변에는 조개나 게 생선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만약에 그런것들이 있었다면 우리는 그냥 배를 곯은채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8
 
왠지 저주에 씌인 바다 같았다.
 
배고픔은 갈증보다 중요한건 아니었다.
 
일단 갈증을 해소한 사람들은 피곤에 지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반 시간 가량을 그렇게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나는 죽어도 안먹겠다던 그 나무의 나무진에 시선이 돌아갔다. 
 
사람이 급박해지면 시체라도 뜯어 먹는게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틀거리며 검은 해변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십여미터 떨어진 숲까지 엉기적거리며 느린 발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숲 앞에 이르고 상처난 나무앞에 서서 망설이며 한순간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러다 죽게되고, 분명 숲안쪽의 선원들처럼 다시 살아나 생지옥을 경험하리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메마른 목소리로 흐느꼈지만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자던 자리에서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
 
 
 
 
 
선배를 비롯한 세사람이 동시에 일어나 서로 물어뜯고 가지고 있던 식칼로 상대의 배를 찌르고 목을 찌르며 끔찍하게 뒤엉켜 있었다.
 
 
 
 
 
나는 겁에 질린채 남아있는 사력을 다해 그곳을 벗어나 어딘가에 몸을 숨겼다.
 
소란스러운 싸움은 잠시후 끝난듯 했고, 
 
숨죽여 슬그머니 그곳에 돌아갔을 때는 네 사람 다 목이 잘리고 창자가 드러난 채 바닥에 누워 숨을 거둔 상태였다.
 
 
 
 
 
한 사람만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는데 얼굴을 난도질 당해 누구인지 알아볼수가 없었으나 옷을 보고 선배란 걸 알아차렸다. 
 
두려움에 떨며 다가가 멀찌감치서 선배를 바라보았다.
 
선배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에서 희번뜩이는 광기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미 사지를 쓸 여력이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 죽어가고 있었다.
 
 
 
 
 
“여기서… 여기..여기 빨..리 도…도망가.. ..마시지..마라.. 절대..”
 
 
 
 
 
선배는 마지막으로 나를 향해 말했다.
 
순간 쿨럭거리며 피를 토하고는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나는 주검들이 있던 근처에 무릎을 꿇고는 멍하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몇시간을 있었는지 모르겠다. 숲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하지만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무릎을 꿇은채 한 곳만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다.
 
숲속의 악마같은 인간들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보지 않고 있었다.
 
보지 못하는것인지 그냥 거들떠도 안 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 생각에는 나에게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아마 내가 살아있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수도 있었다. 
 
그들은 내 앞에 나뒹굴고 있는 시신들을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파티에 동참할 희생자가 늘어난 것에 기쁜 듯 흉칙한 얼굴로 킬킬거리며 숲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 후 나는 정신을 잃었다.
 
 
 
 
 
 
 
 
 
 
 
 
 
 
 
 
 
 
 
 
 
 
 
 
 
 
 
 
 
 
 
 
 
 
 
 
 
 
 
 
 
 
 
 
 
 
 
 
 
 
 
 
 
 
 
 
 
 
 
 
 
 
 
에필로그
 
 
 
 
 
“어이 임마! 일어나.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 있을거야. 오늘부터 일해야 할거 아냐?
 
빨리 나와서 해장해라. 우리 주방장님이 얼큰한 복어 매운탕 끓여 놨다.”
 
 
 
 
 
나는 살아 있었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아직도 계속되는 멀미로 속의 뉘엿거림도 계속되었다. 갈증과 배고픔 따위는 없었다.
 
 
 
 
 
단지 머리속에 남아있는 잔인한 장면들만 그때까지도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그렇게 깨어난 후 난 약 2년을 배를 탔고, 그런 장소에는 죽었다 깨도 가지 못했다.
 
세상에는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는것이지만 난 내가 꿈을 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냄새들이며 소리 그 장면들 모두 내 두 눈에 내 코 앞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꿈처럼 아련한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때 죽었던 동료들이 모조리 살아 있지만 
어쩌면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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