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캠코 여직원이 몰래 판 국유지 13건, 검찰이 환수 나섰다


1명 반환, 12명 “몰랐다” 반환 거부

서울고검, 소유권말소 청구 소송

법원, 87·97년엔 국가에 반환 판결

검찰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직원이 몰래 판 국유지를 다시 국가로 귀속시키는 작업에 나섰다. 서울고등검찰청 특별송무팀은 캠코 직원 곽모(27·여)씨가 불법 매매한 경기도 남양주시와 서울 수유동 일대 국유지의 매수자 12명을 상대로 최근 소유권말소등기 청구 소송을 냈다.

검찰에 따르면 곽씨는 고교 졸업 뒤 캠코에 입사했다. 국유재산본부 소속 정직원으로 일하며 입사 5년간 별 탈 없이 회사를 다녔다. 하지만 지난해 주식에 투자한 게 화근이었다. 큰 손해를 본 뒤 사채를 썼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곽씨는 상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노렸다. 매수 신청이 들어온 국유지에 대해 보고를 하지 않고 상사 자리에 보관된 법인 인감을 몰래 빼내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매도용 인감증명서 발급 공문도 상사의 컴퓨터에서 직접 결재 처리했다. 곽씨는 범행이 탄로 날 것에 대비해 매각 토지가 전산 관리 대상에 나타나지 않도록 삭제하는 치밀함도 발휘했다.

곽씨는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3차례에 걸쳐 국유지 19필지를 팔았다. 매수자들에게 받은 11억3712만원은 곽씨 개인 계좌로 빼돌렸다. 그는 이 돈으로 빚을 갚고 아파트와 수입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샀다.

곽씨의 범행은 캠코 내부 감사에서 들통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손준성)는 곽씨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해 지난 7월 기소했다. 매수자들 중 일부는 해당 국유지를 전원주택단지로 개발하는 사업 계획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캠코 측은 매수자 중 서너 명이 통상적인 국유지 거래와 다르게 곽씨와 가격 협상을 벌인 점 등에 비춰 곽씨의 범행에 공모하거나 불법 매각 사실을 알고 거래했다고 의심하며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매수자 13명 중 자발적으로 땅을 반환한 이는 1명뿐이다. 나머지 12명은 “불법 매각인지 몰랐다”며 반환할 수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서울고검 특별송무팀은 12명이 산 땅도 국가 귀속 대상이라고 판단하고 소송을 시작했다. 특별송무팀은 “매수자가 ‘장물’인 점을 모르고 국유지를 샀더라도 국가에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기존 법원 판례를 참고했다. 1987년 국방부 소속 공무원이 매각 서류를 위조해 몰래 팔아 치운 땅에 대해 법원은 “해당 계약은 무효”라고 결정했다. 97년에 한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 불법 매각한 땅에 대해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특별송무팀 관계자는 “곽씨의 불법 매매 과정에서 토지 감정평가 없이 거래가 이뤄진 점도 드러났다. 매수자들의 ‘깎아 달라’는 흥정에 곽씨가 매매가를 낮춰 줬다. 캠코의 정상적인 국유지 매매가 아니라는 점을 매수자들도 눈치챘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서울고검 특별송무팀이 국가 재산 환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5월엔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인 땅을 불법 등기해 70년 넘게 국가로 귀속되지 않은 땅 10건(5만8000㎡)을 찾아 첫 환수 소송(중앙일보 6월 21일자 2면, 9월 13일자 12면)을 벌였다. 총 10건의 재판 중 3건에 대해 승소했고, 7건이 남은 상태다. 또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값싼 화학접착제 등을 사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단청장과 단청기술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윤호진·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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