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인정욕망의 늪


[노트북을 열며] 인정욕망의 늪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남의 인정을 구하는 욕망이 인간이 갖는 욕망의 본질이란 뜻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인간이 사회를 이루는 근원적인 동인으로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욕망을 꼽았다. 요즘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인정욕망’도 이들이 간파한 인간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이다.
주위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주거나 칭찬하면 “비행기 태우지 마라”면서도 은근히 기분이 우쭐해지는 게 인간의 기본 심리다. 인간은 타인의 인정과 평가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받고자 하는 존재다. 이는 인류 문명의 발전에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인정받기 위한 경쟁과 성취 동기는 20세기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와의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하는 주된 요인이 됐다는 평가도 적잖다. 기실 욕망이 없는 인간은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고 욕망이 사라진 사회는 맥빠진 사회가 되기 쉽다.

문제는 인정욕망은 컨트롤하기도, 충족시키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마약과도 같아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각종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좋아요’ 클릭에 목매는 네티즌이 어디 한둘인가. 그러다 보니 관종(관심종자)이나 어그로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이들에게 가장 참을 수 없는 순간은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때다. 나라는 존재를 왜 몰라주는 것인가. 이렇게 능력이 있는데 세상은 왜 나를 외면하는 것인가.

이 같은 욕망이 도를 넘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욕망 충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면서다. 가식은 기본이고 당장 말이 독해진다. 정치권은 대표적인 인정욕망의 도가니다. 야당의 한 최고위원은 포항 지진을 현 정부 탓으로 돌려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언론의 주목을 끌고 인지도 또한 충분히 높였으니 내심 밑진 장사는 아니었다 싶을 게다. 당 대표들은 또 어떤가. 망나니, 싸가지, 암 덩어리 같은 독설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고 있지 않은가. 잠시라도 주목받지 못하면 견딜 수 없어 하는 관종의 욕망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不亦君子乎)’라는 논어의 글귀를 굳이 인용할 필요도 없다. 컵 속의 공은 물이 차면 자연스레 위로 떠오르듯, 다 때가 되면 세상도 각자의 내공에 걸맞게 평가해 주기 마련이다. 묵자도 “미인은 문밖에 나오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만나길 원하는 법”이라 하지 않았나. 내려놓고 비워야 더 많은 걸 채울 수 있다. 인정욕망을 움켜쥐고 있는 한 욕망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건 불가능하다. 다스릴 수 없는 인정욕망이야말로 개인뿐 아니라 사회까지 파괴하는 암 덩어리와 다름없다.

박신홍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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