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홍콩 고속鐵로 48분… 질주하는 中 ‘대만구’


광저우~홍콩 고속鐵로 48분… 질주하는 中 '대만구'

홍콩-선전 경계 지역 중 하나인 홍콩 록마차우(落馬洲) 출·입경시설(출입국 심사하는 곳)은 출퇴근 시간마다 선전으로 넘어가는 홍콩 시민과 홍콩에 가려는 중국인으로 북적인다. 가방을 메고 국경을 넘어 등교하는 학생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끝없이 오르는 홍콩의 집값을 피해 아예 선전시에 아파트를 구하고 홍콩으로 출근하는 홍콩 시민도 늘어나는 추세다. 홍콩 통계국에 따르면, 이렇게 홍콩-선전 경계를 육로로 오가는 사람 수만 하루 평균 60만명 이상(2015년 기준)이다. 홍콩-선전 두 도시는 사실상 한 경제권을 이룬 셈이다.

올해 하반기가 되면 홍콩-선전을 넘어 마카오와 광둥성의 주요 9개 도시(광저우·주하이·둥관·포산·후이저우·중산·장먼·자오칭)를 모두 아우르는 거대 단일 경제권 ‘대만구(大灣區·Greater Bay Area)’가 생겨난다. 대만구의 총인구는 약 6700만명, GDP 약 1조5000억달러로 경제 규모 면에서는 우리나라(5180만명·1조5300억달러)와 맞먹는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 아이메이는 대만구의 GDP가 오는 2020년에는 2조200억달러, 2022년에는 2조3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 무렵에는 대만구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만, 일본의 도쿄만을 추월해 세계 최대 경제 허브가 될 것이라는 게 중국 정부의 전망이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광둥성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만구를 세계 최대 경제 허브로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완전한 경제 개방과 뛰어난 인재 유치를 위해 노력하라”고 각별히 당부했다.

◇홍콩-마카오-광둥성, 올해 하반기부터 ‘1시간 생활권’

대만구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던 1997년 전후부터 줄기차게 논의됐지만, 오랫동안 상상에 머물러 있었다. 여러 장애물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낙후된 육로 인프라가 가장 큰 문제였다. 주장(珠江) 삼각주 동편과 서편을 육로로 오가려면 해안을 따라 돌아가야 한다. 페리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홍콩-마카오 구간도 육로를 이용하면 3시간 넘게 걸린다.

하지만 오는 7월 강주아오(港珠澳) 대교가 개통되면 이 문제가 단번에 해결된다. 총연장 55㎞의 세계 최장 해상대교인 강주아오 대교는 주장 삼각주 앞바다를 가로질러 홍콩과 주하이·마카오를 곧장 이어준다. 3시간이었던 홍콩-마카오 육로 구간이 40분으로 단축된다. 강주아오 대교에 이어 오는 2024년에는 강주아오 대교 북쪽에 선전과 중산을 곧장 잇는 선중대교가 개통될 예정이다. 바다 건너 광저우와 둥관을 잇는 후먼 2교도 내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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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선전-광저우를 잇는 ‘광선강(廣深港) 고속철’도 전 구간 개통을 앞두고 이달 1일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선전-광저우 구간은 2011년에 이미 개통됐고 홍콩-선전 구간이 오는 9월에 정식 개통될 예정이다. 광선강 고속철이 전 구간 운행에 들어가면 기존 철로로 2시간 걸린 홍콩-광저우 구간이 48분으로 단축된다.

홍콩-마카오-광둥성 간 출입국 심사를 없애거나 간소화하는 방안도 계속 논의되고 있다.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회장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대표를 겸하고 있는 마화텅(馬化騰)은 이달 초 대만구 내 주민을 위한 통합 전자 신분증 발급을 제안했다. 홍콩과 마카오, 중국을 오갈 때 거쳐야 하는 출입국 심사 과정을 대만구 주민 신분증으로 간소화하자는 것이다. 왕룽 광둥성 정협주석도 지난달 “홍콩·마카오·광둥성 간 이동이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며 대만구 관련 세 정부의 정책을 통합·조절할 단일 기관 창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내부 반발에도 대만구에 뛰어드는 홍콩

중국 정부와 홍콩 정부는 대만구 실현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교통 인프라 건설에만 이미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다. 강주아오 대교에 들어간 총공사비는 1159억위안(약 19조7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광선강 고속철에 홍콩 정부가 투자한 예산만 844억홍콩달러(약 11조510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대만구 프로젝트에 홍콩과 중국이 적극적인 건 강점이 서로 다른 도시 간 시너지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은 금융·무역·서비스업이 발달했고, 마카오는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관광·레저 산업이 앞서 있다. 선전과 광저우는 스마트폰, 전기차를 비롯해 인공지능·I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이 고도성장 중이다. 이 도시들이 2시간 생활·경제권으로 통합되면 중국 기업은 홍콩의 금융·회계·법률 서비스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을뿐더러 글로벌 역량이 높은 홍콩 청년들을 더 많이 영입할 수 있다. 홍콩은 기업들의 중국 고객 유치가 늘어나는 한편 유독 뒤처져 있는 첨단 제조업과 IT 분야를 육성하는 데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과정이 순탄한 건 아니다. 아직도 홍콩에선 대만구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과 반발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강주아오 대교와 고속철 공사는 예상보다 공사비가 1조~2조원이 더 소요되면서 경제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초과한 예산을 회수하기 위해 통행료가 비싸게 책정되면, 이용자 수가 예상보다 줄어들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광선강 고속철의 홍콩 출발역인 시주룽 터미널 내에 홍콩 출·입경시설과 중국 측 출·입경시설을 함께 배치한 일지양검(一地兩檢) 시스템이 위헌(홍콩 기본법 위반)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대만구가 진척될수록 홍콩이 광둥성과 중국의 일부로 편입되어 자치와 민주주의를 상실하게 될 거라는 반발감과 공포감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달 초 하이난성 보아오 포럼에 참석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 경제는 본토 경제에 통합될수록 이득”이라며 대만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콩 내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홍콩 경제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중국 정부의 정치적 압력과는 별개로 이미 홍콩 기업들의 주요 손님이 중국 기업이 된 상황이라 중국 경제와의 통합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거다. 홍콩의 한 로펌 관계자는 “이미 우리 회사의 주요 고객 70%가 중국 기업이고, 다른 회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캐리 람 장관의 말에 누군가는 반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의 말은 현재 홍콩 경제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콩=배준용 특파원(junsa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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