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벽 `와르르`…경전철 멈추자 “이젠 죽는구나” 공포


건물 벽 `와르르`…경전철 멈추자

◆ 포항 규모 5.4 지진 / 1년만에 다시 흔들린 한반도…지진 공포에 아수라장 ◆

‘철커덩~.’ 15일 오후 3시 부산~김해를 잇는 경전철이 7분 동안 운행 중단되면서 전철에 타고 있던 10여 명의 승객들은 울부짖으면서 공포에 떨었다.

“지진이 발생해 불가피하게 정차하겠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은 가뜩이나 추워진 날씨에 오들오들 사시나무 떨듯이 10분 이상 서로를 부둥켜안아야 했다. 박 모씨는 “이제 죽는구나 하면서 공포가 엄습했다”고 말했다.

‘우르르 쾅.’ 같은 시간 포항시 북구에 있는 한 학원 앞. 학원 건물 벽이 갈라지면서 벽돌들이 길거리를 덮쳤다. 정차해 있던 하얀색 승용차는 떨어진 벽돌에 맞아 지붕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이날 지진은 진앙인 포항을 비롯해 인접 도시인 울산, 부산은 물론 수도권 등 전국에서 흔들림이 감지됐다. 진앙인 포항에서는 본진 발생 3분 뒤 규모 5.4의 여진과 규모 3.6 등 여진이 10여 차례나 계속되면서 포항 울산 부산 등 영남 지역 주민들은 온 종일 지진 공포에 떨어야 했다.

진앙인 포항 북구 흥해읍은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지진이 발생하자 포항 시내 건물들은 20∼30초간 심하게 흔들리면서 일부 아파트는 외벽에 금이 가거나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나가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이날 지진으로 흥해읍에서 70대 할머니가 무너진 담에 깔려 중상을 입는 등 지금까지 39명이 부상했다. 건물 27곳이 금이 가거나 일부 부서지고 도로 2곳에 금이 가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이날 흥해읍 체육관에는 대피한 주민 800여 명이 공포에 휩싸인 채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매일경제

포항 흥해읍에 위치한 한동대학교의 건물 외벽은 금이 가고 적갈색 외벽이 떨어져나가 하얀 콘크리트 벽체를 드러냈다. 수업 중이던 학생 500여 명은 운동장으로 뛰쳐나가 한동안 두려움에 떨었다. 또 포항 시내 상수도관 40곳이 파손됐고 포항공대 등 4곳에는 정전이 발생했고 포항미술관과 주택, 상가 10여 곳에 작은 불이 났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시민 구조 신고가 14곳에서 들어왔고 구급신고도 12건 들어왔다. 북구 장성동과 흥해읍 요양병원 3곳은 건물 외벽과 내벽이 갈라져 환자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모든 진료와 수술도 중단했다.

문화재 피해도 발생했다. 흥해읍에 위치한 경북 문화재 87호 ‘흥해향교 대성전’은 주변 담벼락이 심하게 부서져 무너졌고 주변 땅도 금이 갔다.

또 일부 건물 외벽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건물 밖에 세워둔 차가 부서지기도 하고 포항 시내 건물 곳곳에서 유리창이 깨진 모습이 확인됐다. 포항의 한 주민은 “한동안 계속 흔들려서 급하게 집 밖으로 뛰어 나왔다”며 “작년 경주 지진 때보다 훨씬 많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포항 지역 학교에서도 수업 중이던 학생들이 지진에 놀라 교사 인솔에 따라 교실 밖으로 긴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북구 양덕동에 있는 양덕초등학교는 건물이 뒤틀리면서 땅이 갈라졌고 북구 송라면에 있는 송라초등학교도 건물 기둥에 큰 금이 갔다. 포항시는 피해 신고가 계속 접수돼 갈수록 피해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흥해읍 체육관에서 만난 수험생 자녀를 둔 박 모씨(47·여)는 “수능 연기된 것에 대해 포항 주민으로서 안도된다”고 말했다.

경북소방본부에는 지난해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인근 경주를 포함해 30분 만에 약 2000건의 신고 또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울산에서도 초등학교 2곳에서 교실 천장 일부가 떨어지고 벽에 금이 가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부산 전역에서도 건물이 흔들리는 등 강한 지진동이 감지됐다. 지진 발생 직후 부산소방안전본부와 부산경찰청에는 건물이 흔들린다는 시민들의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지진 발생 8분 만에 부산 소방서에 걸려온 문의 전화만 390건에 달했다. 일부 도심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관련 기관이나 기업의 직장인과 시민들이 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부산 해운대구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윤 모씨(43·여)는 “고층이라 대피도 못하고 아이를 붙잡고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다.

지진이 발생한 포항과 100㎞ 넘는 거리에 위치한 경남 창원에서도 강한 흔들림과 함께 일부 시설물에 피해가 발생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이날 지진으로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사화사거리 신호등이 일부 파손됐다는 신고가 있었다.또 사천의 일부 주택 창문이 떨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날 지진과 여진으로 경남에서는 초등학교 66곳, 중학교 37곳, 고등학교 1곳 등 총 104개교가 학생들을 조기 귀가시켰다.

“건물 전체가 강하게 흔들려 멀미가 난 것처럼 어지러워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정차해 있었는데 차가 흔들렸다.” 경북 포항 일대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SNS에 올라온 반응이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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