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경제 7할이 조선…관광 다각화 몸부림


거제 경제 7할이 조선…관광 다각화 몸부림

[조선업 쇠락하지만 노조 투쟁은 불변…지역경제 무너지자 거제시는 2년째 비상대책 마련 ‘속수무책’]

# 1. 21일 오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출입구에서 백여 미터 거리의 조명탑 상층부에 바람막이 이불이 널렸다. 높이 17미터 탑 꼭대기에 사람이 어른댄다. 일부는 부산히 아래쪽 인원들과 손짓을 주고 받았다.

이 회사 홍성태 노조위원장 등이 18일부터 탑에 올랐다. 이들은 회사에 임금인상을 요구했고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조명탑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3년간 7조원의 세금을 축낸 기업에서 노조는 제 살길에 바쁘다. 이튿날 노조는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나흘간 칼바람을 견디고 이날 회사와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해 임금을 약 131만원을 올리는 데 합의한 것이다.

# 2. 22일 오전, 거제 고현중앙시장. 번화가의 상점주 모임인 상가번영회와 재래시장 모임 상인연합회는 최근 대책회의를 포기했다. 수없이 모였지만 자생적으로 시장 수요를 살리는 건 역부족이라 여겨서다. 3년 전만 해도 부산 경남권에서 사람들이 몰렸는데 조선업 쇠퇴와 함께 외지인들이 하나둘 빠지더니 해마다 매출이 30~40%씩 떨어지고 있다. 고점 대비 반토막난 곳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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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고현재래시장을 비롯한 지역상권의 매출액은 3년째 20~30%씩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와 거제시당국의 추산이다. / = 박준식 기자

고현시장 상가번영회 이임률 부회장은 “거제 상권에서 20년 장사를 해왔지만 올해처럼 매출이 저조한 적이 없다”며 “상가 공실이 늘어나면서 올해부터 처음으로 임대료가 떨어졌고 권리금이 사라진 곳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3. 22일 오후, 거제시청. 시는 지난해부터 조선업 위기극복 종합대책본부를 구성해 지역 경제 여파를 줄일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쇠락을 막을 순 없겠지만 관련 중소 협력사들의 도산만이라도 지연하고 실업 위기에 처한 근로자 시민들을 도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거제시는 지난해 200억원 수준이던 중소기업 육성자금을 올해 400억원으로 늘렸고 내년 500억원으로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당 3억~5억원의 자금을 3년간 대출해주면서 기업들의 이자(3%)를 대납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소상공인들을 위한 100억원 예산도 편성했다. 소호당 5000만원씩 대출(만기 1년)해주고 2.5% 이자를 대신 내주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 시절에도 조선업이 버티던 거제와 울산은 상대적으로 지역경기가 침체를 겪지 않았다. 거제에선 길거리 강아지도 만원 짜리를 물고 다닌다던 우스개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도시의 체감 경기는 호황의 높이만큼 깊은 골로 떨어진 수준이다.

이 도시의 지역총생산(GDRP)은 2014년 통계로 10조7098억원이었는데 이중 조선업은 7조3415억원을 차지해 의존도가 68.5%에 달했다. 지역 경제의 약 7할을 조선이 이끌어왔는데 이 산업이 흔들리자 지역 전체가 존망을 걱정하는 수준으로 치닫는 것이다.

거제시는 조선 의존도를 탈피하려 몸부림치고 있다. 일단 조선업을 대체할 다른 제조업을 단시일 내에 유치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관광 산업으로 구조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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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호 거제시장이 22일 시청사에서 조선업 위기극복과 지역 산업구조 다각화를 위한 시 차원의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박준식 기자

권민호 거제시장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에 거제시가 계속 목을 메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2013년 대명 리조트에 이어 내년 7월 한화 리조트가 개장하는 등 민간 관광 인프라 투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며 “올 초 국방부로부터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진 지심도(옛 동백섬)를 반환받았고 대통령 휴양지인 저도(猪島) 관리권 이전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지난 5년간 5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관광 사업개발과 지역 재래시장 브랜드화 등 2차 산업에 치우친 경제를 3차 서비스업으로 분산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조선업의 수주가뭄이 이르면 2019년부터는 개선될 것이란 연구결과에 따라 정부, 민간과 함께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을 조성 중이다.

거제 플랜트산단은 2014년부터 추진된 정부-지자체 산업으로 2022년까지 1조8000억원을 들여 사등면 일대 458만㎡에 연구개발센터와 생산기지 등을 신설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조선업 불황이 이어지고 지역 환경단체 등이 반발하면서 9월께 승인·고시될 계획이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거제(경남)=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박치현 기자 wittg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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