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석유’ 탈세 6428억..3번 걸려도 주유소 ‘배짱영업'(재종합)


'가짜석유' 탈세 6428억..3번 걸려도 주유소 '배짱영업'(재종합)

年 200곳 넘게 적발..폐업·신규 신고땐 처벌 無

부총리 주재 장관회의서 처벌강화책 쏙 빠져

가짜석유 주유소 규제법안 냈지만 국회 모르쇠

이훈 “간판만 바꿔 영업..연내 법안 처리 추진”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최근 유가가 오르자 가짜 경유·휘발유를 팔아 한 몫 챙기는 주유소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탈세액만 한 해 6000억원을 넘어섰다.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만 그치는 실정이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주유소는 재작년에 237곳으로 주춤하다 지난해 250곳으로 늘어났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된 주유소만 매년 200곳이 넘는다. 탈세액은 지난해 6428억원에 달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은 첨가제 등을 넣어 제조한 제품을 “가짜석유”라고 정의하고 있다. 최근에 적발된 가짜석유는 값싼 등유나 석유 중간제품(경유 유분·윤활유 등)에 소량의 경유를 섞어 만드는 ‘가짜경유’가 대다수다.

지난달 석유관리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4년여간 추적해 적발한 조직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1000억원 상당의 가짜경유를 불법 제조·유통했다. 대전 등 전국 36개 주유소에 유통한 가짜경유만 7380만ℓ에 달한다. 승용차 147만6000대(50ℓ 기준) 주유량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불법판매가 기승을 부리는데 법망은 허술한 실정이다. 현행 법에선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도 폐업 신고를 하고 명의가 다른 새 사업자로 신규 등록을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다. 가짜석유를 판매한 사장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개업을 하면 영업정지 기간에도 소비자들에게 석유를 팔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적발돼도 가짜석유를 수차례 파는 ‘배짱 주유소’도 상당수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강원도 원주시 주유소 한 곳은 세 차례, 인천 계양구·전남 나주시·전남 영암군·광주 북구 소재 주유소는 각각 두 차례나 가짜석유를 팔다 적발됐다.

이에 따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사업자가 바뀌더라도 해당 주유소가 있는 장소(사업장)에서 영업을 못하게 하는 법안(석대법 개정안,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지난 9월 발의됐다. 하지만 최근 여야가 공무원 증원 예산 등을 놓고 충돌하면서 이 같은 민생 법안은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산업통상자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업계 반발이 심해 정부도 처벌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엔 소극적인 상황이다. 2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석유제품 유통 투명성 제고 방안’이 보고됐지만, 이 같은 처벌 규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너무 세게 (처벌만) 할 수 없다”며 “업계도 생각하고 소비자보호·안전, 세수도 생각해 종합·균형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훈 의원은 “적발되고도 같은 장소에서 간판(사업자 명의)만 바꿔 영업을 계속하는 실태”라며 “이를 처벌하는 석대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가짜석유로 인한 국민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빨리 이번 상임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연내 처리가 되도록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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