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船上에서]명분 없는 구조조정에 떨어진 한국 해운업 위상, 현대상선만으로 회복 가능할까


[船上에서]명분 없는 구조조정에 떨어진 한국 해운업 위상, 현대상선만으로 회복 가능할까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지난해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되니 당시 해상에서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이 있는데, 너네 나라는 해운업 접니?’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육상 직원들도 힘들었지만 해상에서는 더욱 거친 말들을 들었죠”(이재호 현대상선 포스호 선장)

지난해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국 해운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한 때 해운 강국을 꿈꿨지만 순식간에 변방국으로 밀려났다.

해상에서 체감하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아직도 한진해운 컨테이너가 전세계를 떠돌고 있다. 인접국가인 중국과 일본이 자국 해운업 성장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정책 지원을 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 한 곳이 답답해져 온다.

한진해운가 파산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가장 주요했던 것은 정부의 무리한 구조조정 단행이었다. 이는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정부는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1999년 말까지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라고 주문했다. 선박금융을 이용해 선박을 운용하는 해운업의 특성은 고려되지 않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섰다. 보유 선박을 팔고 용선을 빌렸다. 용선은 선주사와 용선주 간의 자유계약이다. 한번 정한 용선료를 인하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당시 한국선사는 배가 없었고 선주는 급할 것이 없었다. 결국 급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비싼 돈을 주고 용선계약을 맺었다. 2000년 초반부터 해운업은 호황기를 이어갔다. 이에 한국선사들은 호황이 장기화 될 것이라 전망, 10년 장기 용선계약을 맺었다. 이는 해운업이 침체기로 접어들자 날카로운 칼이 돼 돌아왔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 하자 정부는 해운선사들에게 유동성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캐시카우였던 벌크선 사업부를 매각했다. 2011년부터 채권단 도움을 받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이후 신규선박 발주도 중단했다. 그 사이 머스크와 MSC는 국내 조선소를 통해 2만TEU 초대형선박을 확보했다.

대형선박을 확보한 외국선사는 낮은 운임으로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결국 정부 정책에 치여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주요 자산을 팔아버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규모의 경제에 밀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 정부의 오판으로 인해 우리는 지난 해 한진해운이라는 선사를 잃었다. 단순 개별회사를 잃은 것이 아니다. 수십년간 쌓아온 네트워크와 국가 신뢰도도 추락했다.

부산과 상해에서 만난 현대상선 관계자들은 최근 화주들의 신뢰도를 많이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선복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를 회복의 근거로 들었다.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보자. 2016년 8월 기준으로 한진해운의 선복량은 61만 7000TEU, 현대상선은 43만 6000TEU였다. 현재로 돌아와 선복량을 살펴보면 한국 해운은 여전히 위기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11월 기준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35만7996TEU다. 1년 전 선복량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양쯔강을 거슬러 상해항으로 향하는 동안 국적선사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반면 외국 선사는 같은 회사의 선박을 여러 척 볼 수 있었다.

현대상선은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현대상선은 2020년 선박 환경규제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선대 규모가 작으니 투자 비용도 외국선사보다 적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예단할 순 없지만 일부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외국 정부가 자국 선사에 지원하는 규모에 따라 선박 환경규제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선사간 합병으로 시장 개편도 이뤄질 예정이다. 일본은 2018년 자국 선사 3곳(MOL·NYK·K라인)을 합병하고 중국의 국적선사 코스코는 오는 2020년 세계 7위 선사인 홍콩의 OOCL과 합병한다.

국내 유일 국적선사의 수장인 유창근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해운업계에서는 유 사장만큼 해운업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연임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초대형선박 발주 등 향후 경쟁을 위한 발판이 필요한데 무엇하나 결정된 것이 없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면 좋으련만 이마저도 시늉만 하다 끝났다. 빗나간 구조조정으로 한진해운이라는 거대한 자산만 잃은 셈이다.

이 선장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선장은 “현대상선이 무너지면 중소선사도 살기 힘들게 될 것이고 관련 회사들도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정말 그렇게 된다면 30~40년 전 초기 해운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인력 수출과 선박 관리만 남게 되고 국적선사가 없으니 제대로 된 대우조차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상선의 8600TEU선박이 입출항시 발생하는 비용은 총 3억4835만원이다. 이중 하역비는 2억7800만원으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 만약 현대상선이 무너진다면 관련 업체의 줄도산은 불 보듯 뻔하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 즉 초대형 선박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자금력으론 가능성이 낮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해운업에 대한 전문가 하나 없이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며 “지금도 제대로 된 전문가가 없다. 해운업을 되살리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광양·상해=임주희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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